
낭도에 갈 때마다 먼저 확인하는 건 배 시간이 아니라 다리 상태다. 예전에는 배를 놓치면 하루 일정이 틀어졌지만, 지금은 여수와 고흥 쪽에서 차로 들어갈 수 있다. 여수 낭도 둘레길을 걷는다면 이 차이가 꽤 크다. 돌아갈 배에 맞춰 걸음을 재촉할 필요가 없으니, 해안의 물때와 자기 체력에 맞춰 코스를 고르면 된다.
낭도까지 가는 길부터 정한다
낭도는 화양면에서 조발도와 둔병도를 거쳐 다리로 연결된다. 고흥 쪽에서도 적금도를 지나 들어갈 수 있다. 자가용이라면 낭도항이나 여산마을 일대를 출발점으로 잡기 편하다. 다만 주말에는 마을 안쪽 길이 좁고 주차 공간도 넉넉하지 않다. 빈자리를 찾아 골목을 계속 도는 것보다 지정된 주차 가능 구역에 차를 세우고 조금 걷는 편이 낫다.
차가 없다면 출발 전에 여수시의 당일 버스 운행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섬 안에서 버스나 택시를 수시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편도 코스를 짜면 돌아오는 길이 곤란해진다. 여객선으로 낭도항에 들어오는 방법도 있지만, 둘레길만 걸을 사람에게 배는 필수가 아니다. 배를 이용한다면 출발항과 귀항편을 먼저 확인하고, 바람이 강한 날에는 운항 여부를 다시 확인한다. 다리 덕분에 낭도까지는 갈 수 있어도 배로 이어 가려던 사도 일정은 결항으로 바뀔 수 있다.
처음이라면 해안 구간만 한 바퀴 걷는다
내가 처음 온 일행과 걸을 때 잡는 순서는 낭도항에서 여산마을을 지나 낭도해수욕장으로 가고, 신선대·천선대·남포등대를 본 뒤 산타바오거리 쪽에서 마을로 돌아오는 길이다. 현장 안내도와 갈림길 표지를 따라 걸으면 대략 4~5㎞, 쉬는 시간을 포함해 2~3시간을 잡는 편이 편안하다. 사진을 찍거나 바위 지형을 오래 보면 더 걸린다. 코스 이름이나 표기 거리는 안내 자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출발 전 현장 안내도에서 돌아오는 갈림길을 눈에 익혀 둔다.
낭도해수욕장까지는 가볍게 걷기 좋다. 하지만 신선대 쪽으로 들어서면 흙길과 바위가 섞이고, 비 온 뒤에는 발밑이 미끄럽다. 운동화라도 바닥이 단단한 것을 신는 게 좋다. 샌들이나 밑창이 매끈한 신발로는 전망 좋은 곳 앞에서 자꾸 발을 멈추게 된다. 해안을 따라 걷는 길이라 그늘이 계속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여름에는 물을 넉넉히 챙기고 한낮을 피하는 게 낫다.
상산까지 묶어 섬을 크게 도는 길도 있다. 다만 해안 풍경을 보러 온 사람에게는 산길을 더하는 만큼 시간과 체력을 써야 한다. 반나절 일정이거나 아이와 함께라면 해안 구간에서 돌아오는 쪽을 권한다. 반대로 걷는 것 자체가 목적이고 여유가 충분한 사람이라면 상산 구간을 더해도 좋다. 두 길을 같은 난도의 산책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쌍용굴은 물때를 보고 판단한다
낭도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 쌍용굴까지 내려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일대 바위와 해안은 물때에 따라 보이는 모습도, 접근하기 좋은 범위도 달라진다. 간조 시각만 보고 무작정 내려가기보다 물이 다시 들어오는 시간까지 함께 봐야 한다. 바람과 파도가 있으면 바위가 마른 것처럼 보여도 가까이 가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국립해양조사원의 조석 정보를 출발 전에 확인하고, 현장 통제나 안내가 있으면 그대로 따른다.
솔직히 쌍용굴에 꼭 가까이 가야 낭도를 본 것은 아니다. 신선대와 천선대 부근에서 바다 쪽으로 열린 바위 지형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길의 성격은 충분히 드러난다. 발밑이 불안한 일행이 있다면 굴을 목표로 삼기보다 둘레길 위에서 시간을 쓰는 게 낫다. 공룡 발자국 화석이 있는 해안도 구경할 곳이지, 바위 위를 마음대로 밟고 지나는 지름길은 아니다.
걷고 난 뒤 일정은 느슨하게 잡는다
마을로 돌아와 식사까지 할 생각이라면 영업 여부를 미리 확인한다. 비수기 평일에는 문을 연 식당이나 가게가 기대보다 적을 수 있다. 숙박도 현장에서 쉽게 구하겠다고 생각하기보다 예약하고 들어가는 편이 낫다. 반대로 둘레길만 걷고 여수로 돌아갈 계획이라면 점심을 반드시 섬에서 해결하려고 동선을 늘릴 필요는 없다.
낭도는 배를 타야만 닿는 외딴섬 여행을 기대하는 사람보다, 바다 가까운 길을 자기 속도로 걷고 싶은 사람에게 잘 맞는다. 해수욕장과 바위 해안을 보고 마을로 돌아오는 반나절이면 처음 온 사람도 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내게는 전망대 하나를 더 찍는 것보다, 물이 들어오기 전에 해안에서 발을 빼고 마을 골목을 천천히 걷는 시간이 오래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