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에도 언락 예정 물량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매도를 서두르는 글을 봤다. 그런데 거래할 때 필요한 건 언락 금액의 크기보다 그 물량이 기존 시장에 비해 얼마나 큰지, 누구에게 풀리는지, 실제로 어디로 이동하는지다. 토큰언락사이트의 일정은 출발점일 뿐이다. 날짜 하나를 매매 신호로 쓰면 이미 가격에 반영된 악재를 뒤늦게 따라갈 수 있다.
첫째, 언락 물량을 유통량과 비교한다
사이트 첫 화면에는 대개 달러 환산 금액이 크게 보인다. 가격이 오르면 같은 수량의 토큰도 더 비싸게 표시된다. 그래서 나는 달러 금액보다 ‘언락 수량 ÷ 현재 유통량’을 먼저 계산한다. 토큰 200만 개가 풀린다는 숫자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유통량이 1억 개라면 2%지만, 1천만 개라면 20%다. 공급 부담은 전혀 다르다.
여기에 최근 현물 거래량을 붙인다. 가령 언락 물량의 현재 평가액이 200만 달러이고 최근 30일 평균 일간 현물 거래대금이 500만 달러라면 비율은 40%다. 그렇다고 하루 거래대금의 40%가 곧 매도로 나온다는 뜻은 아니다. 거래대금에는 반복 매매가 섞이고, 호가창이 그 물량을 같은 가격에 받아준다는 보장도 없다. 유동성이 얇거나 거래량이 특정 거래소에 몰렸다면 체감 압력은 숫자보다 클 수 있다.
Tokenomist는 다음 언락량과 유통량 대비 비율을 보여주고, CryptoRank는 배분 항목별 베스팅 일정과 남은 물량을 확인하는 데 쓸 수 있다. 두 곳의 수치가 다르면 어느 쪽이 맞는지 단정하기 전에 유통량의 기준과 일정 갱신 시점을 확인한다. 특히 ‘언락된 물량’과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은 같은 숫자가 아니다. 권리만 생기고 팀 지갑에 그대로 남은 토큰도 있다.
둘째, 받는 주체와 풀리는 방식을 본다
같은 2% 언락이라도 투자자 배분인지, 재단 운영비인지, 생태계 보상인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초기 투자자는 이미 낮은 단가를 확보했을 수 있다. 반면 재단 물량은 지급 계획에 따라 여러 지갑으로 나뉘어 이동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받으면 바로 판다’고 가정하면 실제 수급을 놓친다. 배분표는 매도 가능성이 생긴 주체를 알려줄 뿐, 매도 주문을 확인해 주지는 않는다.
방식도 중요하다. 클리프 언락은 일정한 시점에 물량이 한꺼번에 풀리고, 선형 언락은 매일 나눠 풀린다. Tokenomist는 매일 지급되는 물량을 선형 언락으로, 주간·월간처럼 간격을 두고 지급되는 물량을 클리프 언락으로 분류한다. 월간 지급을 ‘선형’이라고 적은 프로젝트 자료와 사이트 표기가 달라 보여도, 실제 지급 간격을 비교하면 이유가 보일 때가 있다. 큰 날짜 하나만 훑지 말고 앞으로 7일과 30일의 누적 공급량을 함께 보는 편이 낫다.
일정의 정확도도 확인한다. 프로젝트가 ‘상장 후 매달 지급’처럼 넓게 공지했다면 사이트의 특정 날짜는 추정일 수 있다. Tokenomist도 공개 자료, 베스팅 계약, 온체인 추론을 구분하고 날짜의 정밀도를 따로 표시한다. 예정일이 일 단위로 확정됐는지, 해당 월 안의 추정치인지에 따라 포지션을 줄이는 시점이 달라진다.
셋째, 언락 뒤의 지갑 이동과 거래량을 확인한다
언락 시각이 지나면 일정표보다 실제 전송 기록의 비중을 높인다. 수령 지갑에 토큰이 그대로 있는지, 여러 주소로 분산됐는지, 거래소로 이동했는지를 본다. Nansen의 거래소 지갑 흐름이나 블록 탐색기의 전송 내역은 이때 유용하다. 다만 거래소 입금은 매도 가능성을 높이는 신호이지 매도 체결의 증거는 아니다. 보관 지갑 이동이나 유동성 공급일 수도 있고, 지갑 라벨이 빠진 주소도 있다.
가격만 보면 오해하기 쉽다. 언락 당일 5% 하락했더라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시장 전체가 같은 폭으로 빠졌다면 언락의 영향을 분리하기 어렵다. 나는 해당 토큰의 현물 거래량, 거래소 순유입, 같은 기간 시장 흐름을 함께 본다. 특히 언락 전부터 거래량을 동반해 약세가 이어졌다면 당일에는 예상했던 매도가 이미 반영됐을 수도 있다. 반대로 가격이 버텼다는 이유만으로 공급 부담이 사라졌다고 판단하지도 않는다. 받은 물량이 며칠 뒤 이동할 수 있어서다.
일정표를 매매 계획으로 바꾸는 순서
내 기준은 간단하다. 먼저 30일 안의 예정 물량을 유통량 대비 비율로 바꾸고, 최근 현물 거래대금과 비교한다. 다음으로 투자자·팀·재단 등 수령 주체와 지급 방식을 확인한다. 실제 지갑 이동과 거래소 흐름을 보며 처음 세운 가정을 수정한다. 예를 들어 유통량의 8%가 하루에 풀리는데 현물 거래가 줄고 수령 지갑의 거래소 입금까지 늘었다면, 상승 전망이 있더라도 포지션 크기를 줄이는 쪽이 내게는 합리적이다.
토큰언락사이트는 미래 매도량을 알려주는 기계가 아니다. ‘언제, 얼마가, 누구에게 이동할 수 있는가’를 좁혀 주는 일정표에 가깝다. 내가 경계하는 건 큰 언락 숫자 자체보다, 그 숫자 하나를 보고 확신을 키우는 순간이다. 수급이 확인되기 전에는 작은 포지션이 생각을 바꿀 여지를 남겨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