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에서 같은 계엄 관련 소식을 두고 ‘명령을 따른 군인에게 책임을 묻는 게 맞느냐’는 말과 ‘위법한 명령까지 따라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함께 보게 됩니다. 지난 11월 4일 유선민 중령의 기자회견도 이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냈습니다. 군 내부의 문제처럼 들리지만, 국가가 시민의 권리를 제한하려 할 때 현장에서 누가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지와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유선민 중령은 왜 기자회견을 했을까
유선민 중령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육군 특전사 제9공수특전여단 52특전대대장으로 복무했습니다. 계엄 관련 1심 판결문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그는 자신을 포함한 병력 57명과 함께 민간기관인 여론조사꽃 건물로 출동했고 일부 병력은 건물 바깥의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유 중령은 2026년 11월 4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계엄 당시 상관의 지시를 이행한 군인들이 수사나 징계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함께 회견한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도 이런 처우가 계속되면 군의 지휘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는 두 사람이 제기한 문제의식입니다. 계엄에 참여한 모든 군인의 법적 책임에 대한 판단이 끝났다는 뜻은 아닙니다.
명령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군에서는 명령에 따른 신속한 행동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명령의 내용이 법에 어긋난다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현장에서 받은 지시가 무엇이었는지, 그 지시의 위법성을 당시 알 수 있었는지, 실제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같은 장소에 출동했더라도 지시를 내린 사람과 실행한 사람, 출입을 막은 사람의 책임이 똑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계엄 자체에 관한 판단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5년 4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계엄 선포와 국회에 군경을 투입한 행위 등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파면했습니다. 다만 그 결정이 현장에 있던 개별 군인의 형사책임이나 징계 수위를 일괄 확정한 것은 아닙니다. 개별 사건에서는 명령과 행동을 따로 따져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국방부는 2026년 2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계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인원 180여 명을 식별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관여 인원’은 곧바로 ‘유죄가 확정된 인원’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조사 대상이 됐다는 사실, 징계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는 사실은 서로 구분해서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군인의 판단은 왜 우리 생활과 연결될까
평소에는 군의 명령 체계가 내 하루에 직접 닿지 않습니다. 하지만 계엄처럼 군이 민간 영역에 들어오는 상황이라면 달라집니다. 국회가 회의를 열 수 있는지, 시민이 건물에 드나들 수 있는지, 어떤 기관의 업무가 중단되는지가 현장의 판단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꽃 건물에 병력이 출동했다는 사실이 주목받는 이유도 군의 활동이 군부대 밖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군인 개인에게도 현실적인 문제가 걸려 있습니다. 위법한 명령을 거부했을 때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된다면 현장에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명령에 따랐다가 뒤늦게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도 자신의 행위보다 과도한 처분을 받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명령이 위법할 때 어떤 절차로 이의를 제기하고, 각자의 책임을 어떻게 가릴지 분명해야 합니다. 시민의 권리와 군인의 권리를 함께 지키기 위한 기준입니다.
앞으로 무엇을 지켜봐야 할까
유 중령의 주장에 공감하는지와 별개로, 앞으로의 수사와 재판에서는 구체적인 사실이 중요합니다. 누가 출동을 지시했는지, 현장에서 어떤 통제가 이뤄졌는지, 각 군인이 당시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가 드러나야 처분이 적절한지도 판단할 수 있습니다. 국방부의 조사 결과와 법원의 판단이 서로 다른 경우에는 그 이유도 확인해야 합니다.
이번 논란을 ‘명령이니 무조건 따라야 한다’거나 ‘현장에 갔으니 모두 같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로 끝내기는 어렵습니다. 위법한 명령을 막는 기준이 분명하고, 책임을 묻는 과정도 사람마다 한 행동에 맞게 공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 위기에서 시민도 군인도 무엇을 믿고 행동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