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제왕절개 산모 사망 소식을 접하고, 출산을 앞둔 지인이 병원 선택부터 다시 고민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수술 중 벌어진 일인지, 출산 뒤 생긴 문제인지도 알 수 없는데 ‘제왕절개가 위험한 건가’ 하는 걱정부터 앞서기 쉽습니다. 이런 소식은 누구에게나 무겁습니다. 다만 한 사건의 원인을 따지는 일과 내 출산 준비에 필요한 정보를 찾는 일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술 뒤 사망했다면 수술이 원인일까요?
제왕절개는 복부와 자궁을 절개하는 수술입니다. 출혈, 감염, 혈전, 마취 관련 합병증 같은 위험을 살펴야 합니다. 동시에 태아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거나 산모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겨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수술 뒤 사망했다는 사실만으로 수술 자체가 사망을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사건별로는 수술 전 산모의 상태, 제왕절개를 결정한 이유, 증상이 나타난 시점, 의료진의 대응을 함께 봐야 합니다. 같은 ‘제왕절개 후 사망’이라는 표현 아래에도 원인과 경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보도에 이런 정보가 빠져 있다면 원인을 확신하기보다 확인된 사실의 범위를 먼저 살피는 편이 정확합니다.
숫자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임신·분만과 관련된 질환으로 숨진 산모는 24명입니다. 출생아 10만 명당 모성사망비는 10.1명이고, 이 가운데 직접 산과적 사망은 17명입니다. 직접 산과적 사망에는 산과적 색전증이나 분만 후 출혈 등이 포함됩니다. 숫자가 크지 않다고 한 사람의 죽음을 가볍게 볼 수는 없지만, 드문 사건이라는 규모는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이 24명은 제왕절개 산모의 사망자 수가 아니라 임신·분만과 관련된 모성사망 전체입니다. 10.1명 역시 제왕절개를 받은 산모 10만 명당 위험이 아닙니다. 제왕절개와 질식분만의 위험을 비교하려면 수술을 받은 사람의 건강 상태와 응급수술 여부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응급상황이 많은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사망 건수만 나란히 놓으면 분만 방식의 영향이 과장될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쓰는 모성사망 기준은 임신 중이거나 임신이 끝난 뒤 42일 이내에, 임신 또는 그 관리와 관련된 원인으로 숨진 경우입니다. 우연히 같은 시기에 발생한 사고까지 모두 포함하는 뜻은 아닙니다. 뉴스의 ‘출산 후 사망’이라는 표현과 공식 통계의 범위가 다를 수 있는 이유입니다.
출산을 앞뒀다면 무엇을 확인하면 좋을까요?
내게 중요한 것은 제왕절개가 무조건 안전한지 위험한지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왜 그 방식이 권고되는지 이해하는 일입니다. 태아 위치나 태반 문제처럼 수술이 필요한 이유가 있을 수 있고, 이전 수술 경험이나 산모의 질환도 판단에 영향을 줍니다. 예정된 수술이라면 담당 의료진에게 수술을 권하는 이유, 예상되는 출혈 위험, 수혈이나 전원이 필요할 때의 대응 계획을 물어볼 수 있습니다.
수술 뒤에는 통증과 출혈이 어느 정도 예상됩니다. 그런데 평소와 다른 증상을 단순한 회복 과정으로 넘기지는 않아야 합니다. 미국 산부인과학회는 출산 뒤 심한 출혈, 계속되는 심한 두통, 시야 변화, 숨참 등을 즉시 의료진과 상의할 경고 신호로 안내합니다. 갑작스러운 흉통이나 호흡곤란, 실신할 듯한 상태라면 지체하지 말고 119 등 응급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퇴원 뒤에도 살펴야 하는 이유
퇴원은 회복이 끝났다는 뜻이 아닙니다. 산모는 신생아를 돌보느라 자신의 몸 상태를 뒤로 미루기 쉽고, 가족도 수면 부족이나 수술 후 피로 때문이라고 여기기 쉽습니다. 퇴원할 때는 출혈·발열·상처 상태 가운데 어떤 변화가 생기면 연락해야 하는지, 밤이나 주말에는 어디로 연락할 수 있는지 확인해 두면 실제 상황에서 덜 당황합니다.
제왕절개 산모 사망 소식이 남기는 걱정을 숫자 하나로 없앨 수는 없습니다. 다만 사건의 원인이 확인되기 전까지 단정을 삼가고, 내게 권고된 분만 방식의 이유와 출산 후 경고 신호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일은 할 수 있습니다. 산모의 회복을 아기 돌봄만큼 중요한 일로 대하는 분위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