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여름 강의실에서 최저임금 이야기가 나오면 비슷한 질문을 듣습니다. “내년 시급은 누가 정하나요?” 뉴스에는 협상과 표결 장면이 먼저 나오지만, 실제로는 법에 정해진 일정에 따라 자료를 검토하고 의견을 듣고 금액을 확정하는 절차가 이어집니다.
최저임금은 누구의 임금 기준일까요?
최저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임금의 최저 수준입니다. 당사자가 더 낮은 시급에 합의해 근로계약서를 썼더라도 그 금액이 그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최저임금보다 낮게 정한 부분은 효력이 없고, 법에서 정한 수준을 지급해야 합니다.
여기서 연도를 구분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2026년 11월 현재 적용되는 시간급은 10,320원입니다. 이미 결정된 2027년 시간급은 10,700원이지만, 적용은 2027년 1월 1일부터 시작됩니다. ‘올해 발표된 금액’과 ‘지금 지급해야 할 금액’이 다른 셈이지요. 최저임금위원회가 공개한 연도별 현황에 따르면 두 금액의 차이는 380원, 인상률은 3.7%입니다.
월 환산액도 자주 보입니다. 2027년 금액에 209시간을 곱하면 223만 6,300원입니다. 이 209시간은 1주 소정근로시간 40시간에 유급 주휴시간을 포함한 월 환산 기준입니다. 모든 근로자가 매달 같은 액수를 받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 임금은 각자의 근로시간과 임금 지급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어떤 순서로 움직일까요?
절차의 출발점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입니다. 최저임금위원회 안내에 따르면 장관은 매년 3월 31일까지 위원회에 다음 해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합니다. 위원회는 생계비와 임금 실태, 최저임금의 적용 효과, 주요 경제 지표를 분석하고 현장의 의견도 듣습니다. 생계비전문위원회와 임금수준전문위원회가 자료를 검토한 뒤 전원회의에서 금액을 논의합니다.
전원회의에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 각각 9명씩 참여해 모두 27명으로 구성됩니다. 근로자 측은 낮은 임금으로 생활하는 사람의 구매력과 생계비를, 사용자 측은 인건비와 사업 운영 여건을 주로 강조합니다. 공익위원은 자료를 검토하며 논의에 참여합니다. 같은 수치를 보더라도 어떤 영향을 더 중시하느냐에 따라 제시 금액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위원회는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최저임금안을 장관에게 제출해야 합니다. 다만 심의가 진행되는 실제 날짜는 해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위원회가 안을 의결하면 장관은 이를 고시합니다. 근로자나 사용자를 대표하는 단체는 안이 고시된 날부터 10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사유가 인정되면 장관이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최종 결정과 고시의 법정 시한은 8월 5일이며, 새 금액은 다음 해 1월 1일부터 적용됩니다.
숫자를 정할 때 무엇을 따질까요?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결정 기준으로 제시합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 같은 지표 하나에 정해진 비율을 곱해 답을 내는 공식은 없습니다. 생활비가 얼마나 늘었는지와 사업장이 감당할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를 함께 논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상 폭이 커야 한다는 쪽은 최저임금이 낮은 임금의 바닥을 끌어올리고 생활비 상승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인상 폭을 신중히 정해야 한다는 쪽은 매출이 충분하지 않은 소규모 사업장의 부담과 고용에 미칠 영향을 따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두 주장은 서로 다른 영향을 가리킵니다. 어느 쪽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는 업종, 경기, 실제 임금 수준에 따라 달라져 한 해의 인상률만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영향받는 근로자 수’도 조사 기준을 함께 봐야 합니다. 2027년 최저임금안을 발표할 때 위원회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기준 약 66만 명,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기준 약 297만 8천 명으로 추정했습니다. 같은 결정안을 두고도 조사 대상과 방식이 달라 수치에 차이가 난 것입니다. 어느 숫자가 맞느냐고 묻기 전에 무엇을 센 수치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2027년 결정 사례를 따라가 보면
2026년 7월 1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2027년에 적용할 시간급을 10,700원으로 의결했습니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이날 전원회의에는 위원 27명 전원이 참석했습니다. 노사는 여러 차례 수정안을 냈고, 마지막에는 각각 최종안을 제시했습니다. 투표 결과는 사용자위원 안 15표, 근로자위원 안 11표, 무효 1표였습니다. 협상이 반드시 합의로 끝나는 것은 아니며, 이처럼 표결로 금액이 정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후 고용노동부는 7월 16일 최저임금안을 고시하고 7월 27일까지 이의를 받았습니다. 민주노총과 소상공인연합회가 각각 이의를 제기했지만, 고용노동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8월 5일 최종 고시된 10,700원은 2027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적용됩니다. 고용노동부는 2027년 금액을 업종별로 나누지 않고 모든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해마다 마지막에 시급 숫자 하나가 남지만, 그 숫자 앞에는 자료 조사와 서로 다른 현장 경험, 수정안과 이의제기 절차가 있습니다. 다음 발표를 볼 때는 인상률 옆에 적힌 ‘적용 연도’와 ‘의결인지 최종 고시인지’를 함께 보면 소식의 뜻이 훨씬 또렷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