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밭마을에 찾아온 문학의 가을
대전 유성구 학하동 별밭마을에서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마련된 별별북북 페스타 나태주 시인 초청 북 콘서트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주민이 직접 선택한 지역 프로그램을 통해 책과 시를 가까이 만나는 자리로 꾸려졌다.
주민참여예산사업은 주민이 예산 편성을 비롯한 예산 과정에 참여해 동네에 필요한 사업을 제안하고 결정하는 제도다. 주민이 행정의 수혜자에 머물지 않고 지역 문제를 찾아 해결 방안을 모색하며, 생활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지방자치의 의미를 지닌다.
학하동 별별북북 페스타 역시 이러한 주민 참여를 토대로 마련됐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에 맞춰 주민들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을 구성했고, 그중 나태주 시인의 북 콘서트가 주민과 문학을 잇는 중심 행사로 진행됐다.
책이 머무는 학하동 행정복지센터
학하동 행정복지센터는 행정업무뿐 아니라 문화와 복지, 여가 기능을 함께 갖춘 주민 밀착형 복합 공간이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운영되는 공간 곳곳에는 별별북북 페스타의 취지를 보여주는 책들이 놓였다.
주민들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머무는 자리에 도서관 책이 마련됐으며, 시와 문학, 그림책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편안한 소파에 앉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행정업무를 위해 센터를 찾은 주민도 잠시 책장을 펼칠 수 있어, 일상적인 공공 공간이 독서와 사색의 장소로 확장되는 모습이었다.
도서관 옆 작은 공간에는 주민을 위한 필사 자리도 운영됐다. 학하동 별밭마을과 학하동 주민자치회가 마련한 이곳에서는 누구나 책을 읽고 마음에 남는 문장을 직접 옮겨 적을 수 있다. 주민들은 일상의 짧은 틈을 활용해 책 한 페이지를 필사하며 생각을 가다듬고 잠시 쉬어갈 수 있었다.
시민들이 모인 북 콘서트
북 콘서트는 2026년 10월 20일 오후 2시부터 학하동 복합커뮤니티센터 2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나태주 시인의 강연을 듣기 위해 대전 시민들이 행사장을 찾았으며, 오랜 팬이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시인을 만나기 위해 세종에서 왔다고 전했다.
흐린 날씨와 가을비 속에서도 행사장에는 시와 책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강연에 참석하지 못한 학하동 주민의 마음도 작품을 통해 전해졌다. 학하동에 거주하며 그림 작업을 하는 한 주민은 나태주 시인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뜻과 함께 직접 그린 캐리커처를 보내왔다.
현장에서는 나태주 시인의 출간 도서와 관련 상품도 소개됐다. 나태주 시인의 필사 시집과 인터뷰 산문집, 키링북 등을 발행한 북로크컴퍼니와 대전의 독립서점 그리다책방이 부스에 참여해 책을 소개하고 판매했다. 독자들은 강연에 앞서 시인의 작품과 산문을 살펴보며 북 콘서트의 주제를 미리 만날 수 있었다.
일인분의 삶이 건넨 위로
강연의 주제는 어른이 되어가는 우리들에게 나태주 시인이 전하는 다정한 삶의 지혜였다. 이는 나태주 시인의 인터뷰 산문집 《일인분의 삶》이 전하는 대표적인 문구이자 책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다.
《일인분의 삶》은 김정민 대표가 삶과 관계, 일과 사랑을 두고 던진 질문에 나태주 시인이 오랜 경험에서 길어 올린 생각을 답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책이다. 타인의 기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한 사람 몫의 삶을 온전히 살아가자는 응원과 위로를 담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도 삶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고민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이어졌다. 거창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각자가 자신의 삶을 바라보고 마음을 돌보도록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시간이 됐다.
시와 음악이 만난 무대
학하동 별별북북 페스타의 기획과 운영을 맡은 강나영 피아니스트의 소개로 나태주 시인의 강연이 시작됐다. 이번 북 콘서트는 이야기만 듣는 강연을 넘어 시와 음악을 함께 만나는 형식으로 꾸려졌다.
강나영 피아니스트는 학하동의 정서를 표현한 쇼팽 곡을 연주하며 북 콘서트의 문을 열었다. 피아노 선율이 대회의실을 채운 뒤 나태주 시인의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참석자들은 음악의 여운 속에서 시인의 문장과 삶에 관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문학과 음악의 만남은 주민이 직접 선택한 지역 문화 프로그램의 의미를 한층 선명하게 보여줬다. 주민참여예산으로 마련된 행사가 책과 공연, 강연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며 주민들이 가까운 생활 공간에서 문화를 누릴 기회를 만들었다.
작게 쓰고 깊게 전하는 시
나태주 시인은 어린 시절 좋아하는 사람에게 연애편지를 쓰다가 시를 쓰기 시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어 짧고 단순하면서도 감동과 힘을 전하는 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시인은 작게 쓰면서도 크게 전하고, 쉽게 쓰면서도 깊은 내용을 담는 것이 좋은 시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건넸다. 짧은 문장 안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울림을 담아야 한다는 설명은 그의 작품이 지닌 간결하고 따뜻한 특징과 맞닿아 있었다.
삶과 경험 속에서 자신만이 바라본 세상의 모습을 글로 적고, 그 글이 마음을 치유하며 평안을 준다면 삶과 소통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이는 자신의 마음을 열어 다른 사람의 마음을 향해 다가가는 문학의 역할로 이어졌다.
나태주 시인의 시가 보여주는 다정함은 개인의 감정을 보듬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과 사람을 따뜻하게 이어주는 힘으로 소개됐다. 참석자들은 시가 특별한 사람만의 언어가 아니라 생활에서 발견한 감정과 경험을 나누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주민이 선택한 따뜻한 문화
이번 북 콘서트는 주민이 참여하고 주민이 결정한 마을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지역에 필요한 문화 행사를 주민의 선택으로 마련하고, 행정복지센터와 복합커뮤니티센터 같은 생활 공간을 독서와 사색, 음악과 대화가 이어지는 문화 공간으로 활용했다.
책을 펼칠 수 있는 소파와 필사 공간, 출간 도서를 살펴보는 부스, 피아노 연주와 시인의 강연은 각각 분리된 행사가 아니라 별별북북 페스타의 취지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가을비가 내린 이날 행사장은 주민들이 시와 음악을 통해 잠시 일상을 돌아보고 위로를 나누는 공간이 됐다.
주민의 제안과 선택에서 출발한 별별북북 페스타는 생활 가까이에서 책을 만나는 문화 경험을 만들었다. 나태주 시인과 함께한 북 콘서트는 따뜻한 문학의 언어로 삶과 관계를 돌아보며, 지역 공동체 안에서 문화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 자리였다.
행사 장소
행사가 열린 학하동 복합커뮤니티센터의 소재지는 대전광역시 유성구 학하서로 190이다. 북 콘서트는 센터 2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