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친구가 넷플릭스에서 팀 버튼 영화 한 편만 골라 달라고 했다. 머릿속에는 가위손과 유령 신부가 먼저 떠올랐지만, 검색 결과에 작품 페이지가 보이는 것과 지금 내 계정에서 재생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그래서 작품 이름부터 늘어놓기보다, 오늘 보고 싶은 기분을 먼저 물었다.
팀 버튼을 찾는 이유부터 다르다
팀 버튼의 영화가 모두 같은 맛은 아니다. 낯선 사람의 외로움에 오래 머무는 작품이 있고, 색과 소품이 쏟아지는 놀이기구 같은 작품도 있다. 뱀파이어가 등장해도 무서운 장면보다 엉뚱한 농담이 앞서는 영화가 있다. ‘팀 버튼답다’는 말 하나로 묶으면 막상 틀었을 때 기대와 어긋나기 쉽다.
내 기준으로는 세 갈래로 고른다. 쓸쓸한 로맨스를 원하면 가위손이나 유령 신부, 화려한 판타지를 원하면 찰리와 초콜릿 공장, 괴상한 유머를 원하면 다크 섀도우다. 모두 팀 버튼의 색이 뚜렷하지만 감상의 온도는 꽤 다르다. 다만 이 영화들이 한국 넷플릭스에서 모두 재생된다는 뜻은 아니다. 편성은 바뀌므로 영화 제목을 계정에서 직접 검색해 재생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지금 넷플릭스에서 시작한다면 웬즈데이
영화를 찾던 친구에게 내가 먼저 건넨 작품은 드라마 웬즈데이였다. 넷플릭스 공식 작품 페이지에서 시즌 2개가 확인된다. 팀 버튼은 이 시리즈 전체를 혼자 만든 감독이 아니다. 제작자는 앨프리드 고프와 마일스 밀러이고, 버튼은 일부 에피소드를 연출했다. 영화와 드라마의 차이를 알고 틀면 기대치도 잘 맞는다.
첫 장면부터 웬즈데이는 남들과 섞이려 애쓰지 않는다.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들어간 뒤에는 학교 주변의 수상한 사건을 파고든다. 음산한 저택과 기묘한 인물들은 익숙한 팀 버튼의 풍경인데, 이야기를 앞으로 끄는 힘은 하이틴 미스터리에서 나온다. 어두운 분위기는 좋아하지만 두 시간 내내 서늘한 영화는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잘 맞는다. 반대로 가위손처럼 조용하고 애틋한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학교생활과 수사극의 비중이 생각보다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스포일러 없이 말하면, 이 작품의 재미는 범인을 맞히는 데만 있지 않다. 웬즈데이가 다른 사람의 호의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비슷한 별종들 사이에서도 왜 자꾸 혼자가 되려 하는지를 지켜보는 맛이 있다. 시즌 1 초반 몇 편을 보면 말투와 유머가 내 취향인지 금방 감이 온다. 친구도 첫 회를 보고 나서야 자신이 찾던 게 특정 영화보다 ‘조금 이상한 세계에서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영화 한 편을 고른다면 취향별로
가위손은 차가운 외양과 다정한 마음이 부딪히는 이야기다. 교외 마을의 밝은 색과 에드워드의 검은 옷이 맞서는 화면은 지금 봐도 선명하다. 기괴한 분장보다 외로운 인물의 감정선이 중요하다면 여기서 시작하는 게 좋다. 다만 신나는 판타지 모험을 기대하면 느리고 서글프게 다가올 수 있다.
유령 신부는 손으로 움직인 인형 특유의 질감이 매력이다. 살아 있는 사람들의 세계보다 죽은 이들의 세계가 더 활기차게 보이는 장면들은 버튼식 농담을 잘 보여준다. 러닝타임이 비교적 짧고 음악이 이야기를 밀어 주어, 긴 시리즈를 시작할 기운이 없는 밤에도 어울린다. 이름 때문에 본격 공포를 예상했다면 방향이 다르다. 무서움보다는 애틋함이 오래 남는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색채와 세트, 기묘한 과자들이 먼저 눈을 붙잡는다. 가족과 함께 고르기 쉬운 편이지만, 윌리 웡카의 예측하기 어려운 태도와 아이들을 향한 풍자는 마냥 달콤하지 않다. 반면 다크 섀도우는 1970년대에 깨어난 뱀파이어가 낯선 시대와 가족 사이에서 소동을 벌이는 호러 코미디다. 조니 뎁의 과장된 연기와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맞는 사람에게 권한다. 촘촘한 이야기보다 분위기와 캐릭터를 즐길 때 만족도가 높다.
검색할 때 놓치기 쉬운 한 가지
넷플릭스에 작품 소개 페이지가 남아 있거나 추천 목록에 제목이 보여도, 한국 계정에서 바로 볼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유령 신부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검색하다가 이 차이를 겪기 쉽다. 거주 지역, 이용 중인 요금제, 공개 계약 시점에 따라 화면이 달라질 수 있으니 시청 버튼을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내 선택은 단순하다. 당장 넷플릭스에서 팀 버튼의 감각을 만나고 싶다면 웬즈데이로 시작한다. 영화 한 편이 필요한 날에는 먼저 원하는 감정이 쓸쓸함인지, 화려함인지, 괴상한 웃음인지 고른 뒤 작품을 찾는다. 팀 버튼의 세계는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어도, 그 안에서 느끼는 마음은 생각보다 여러 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