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갑을 새 휴대폰으로 옮겼는데 잔액이 0으로 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경우부터 자산이 사라졌다고 판단하면 순서가 꼬인다. 트러스트월렛 복구문구가 맞는지, 복원한 주소가 원래 주소인지, 보유 토큰이 화면에 표시되는지를 차례로 구분해야 한다.
1. 복구문구는 로그인 비밀번호와 다르다
트러스트월렛에서 새 지갑을 만들면 보통 12개 단어로 된 복구문구가 생성된다. 단어의 철자뿐 아니라 순서까지 맞아야 같은 지갑을 복원할 수 있다. 앱 잠금용 비밀번호나 생체인증은 현재 기기에서 앱을 여는 수단이다. 새 기기에서 기존 지갑의 주소를 되찾는 열쇠와는 역할이 다르다.
이 차이는 숫자로 보면 더 분명하다. 비밀번호를 잊어도 복구문구를 보관했다면 새 기기에서 지갑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 반대로 복구문구도 없고 기존 기기에도 접근할 수 없다면, 거래 내역이 블록체인에 남아 있어도 자산을 움직일 수 없다. 트러스트월렛은 이용자의 복구문구를 서버에 보관하지 않으므로 고객지원이 대신 찾아줄 수도 없다.
지갑 앱을 삭제하거나 휴대폰을 초기화하기 전에는 이 상태부터 확인해야 한다. 아직 기존 앱이 열리는데 종이 백업을 찾지 못했다면, 앱 안에서 해당 지갑의 백업 항목을 확인할 기회가 남아 있다. 여러 지갑을 추가해 썼다면 지갑마다 백업 대상도 구분해야 한다. 첫 번째 지갑의 문구가 두 번째 지갑까지 복원해 주는 것은 아니다.
2. 복원할 때는 주소부터 대조한다
새 기기에서는 공식 앱스토어에서 설치한 트러스트월렛을 열고 기존 지갑 추가 또는 지갑 복원 메뉴를 선택한다. 보관한 복구문구를 단어 순서대로 입력한 뒤 복원을 진행하면 된다. 메뉴 이름은 앱 버전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입력 전에는 설치한 앱이 진짜인지 확인하고, 메신저로 받은 복원 안내 화면에 문구를 적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복원이 끝났다면 잔액 숫자보다 먼저 주소를 본다. 예전에 거래소에서 출금한 기록이나 본인이 보관한 입금 기록에 지갑 주소가 남아 있다면, 복원된 지갑의 같은 네트워크 주소와 비교할 수 있다. 주소가 다르면 화면에 토큰을 추가해도 원래 자산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때는 단어 오타와 순서, 다른 지갑의 복구문구를 입력했을 가능성을 먼저 확인한다.
주소가 같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복구문구가 자산을 앱 안으로 옮겨 담는 방식은 아니다. 자산은 해당 네트워크의 주소에 기록되고, 앱은 그 기록을 보여준다. 복원 직후 표시가 늦거나 특정 토큰이 목록에서 꺼져 있어도 주소가 맞다면 곧바로 손실로 단정할 이유는 없다.
3. 잔액 0원은 네트워크와 토큰을 나눠 본다
가령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받은 토큰을 다른 네트워크의 동일한 이름만 보고 찾으면 잔액이 맞지 않을 수 있다. 먼저 거래 당시 사용한 네트워크를 확인하고, 그다음 앱의 자산 관리 메뉴에서 해당 토큰 표시가 켜져 있는지 본다. 이름이 같은 가짜 토큰도 있으니 필요하다면 계약 주소까지 대조해야 한다.
거래소 출금 기록에 100 USDT가 적혀 있어도 그것만으로 현재 잔액 100 USDT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출금에 사용한 네트워크, 받는 주소, 거래 성공 여부를 확인하고 이후 그 주소에서 다른 곳으로 보낸 내역이 있는지도 봐야 한다. 온체인 기록상 주소에 자산이 남아 있는데 앱만 0으로 보인다면 표시나 네트워크 선택 문제를 의심할 수 있다. 반대로 주소에서 이미 전송됐다면 앱을 다시 설치해도 잔액은 돌아오지 않는다.
복구문구가 맞는데도 특정 체인의 주소가 예전과 다르다면, 다른 지갑 앱에서 만든 문구를 가져온 경우인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갑마다 지원하는 계정이나 주소 생성 방식이 다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구를 웹상의 ‘주소 찾기’ 도구에 입력하는 행동은 문제를 더 크게 만든다.
4. 문구가 노출됐다면 새 지갑이 필요하다
복구문구는 주소처럼 공개해도 되는 정보가 아니다. 12개 단어를 아는 사람은 다른 기기에서 같은 지갑을 복원하고 자산을 전송할 수 있다. 트러스트월렛도 고객지원 담당자가 복구문구를 요청하지 않는다고 안내한다. 상담을 사칭한 사람이 단어를 요구한다면 대화를 끊는 게 맞다.
문구를 사진으로 찍어 클라우드에 올렸거나 낯선 화면에 입력했다면 기존 지갑은 이미 노출됐다고 보고 대응해야 한다. 안전한 기기에서 새 지갑을 만들고 새 복구문구를 오프라인에 보관한 뒤, 남아 있는 자산을 새 주소로 옮긴다. 네트워크 수수료로 쓸 코인이 필요한 경우도 있어 전송 가능 금액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공격자가 이미 접근했다면 옮기는 동안에도 자산이 빠져나갈 수 있어 회수를 장담할 수 없다.
내가 지갑을 점검할 때도 수익률보다 백업 상태를 먼저 본다. 복구문구를 정확히 보관하고, 복원 주소와 온체인 잔액을 확인할 수 있어야 시장이 흔들릴 때 자산 자체에 접근하지 못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