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손님이 집에서 만든 카푸치노 사진을 보여주셨습니다. 우유 거품은 높고 예뻤는데, 마실 때마다 커피 맛이 흐릿하다고 하셨죠. 이야기를 들어보니 큰 머그잔에 에스프레소 한 잔을 붓고 우유를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카푸치노는 거품을 많이 올리는 것보다 커피와 우유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먼저입니다.
잔 크기부터 정하면 맛이 덜 흔들립니다
집에서는 150~180㎖ 정도의 잔으로 시작하는 편이 좋습니다. 에스프레소를 원두 18g으로 36g가량 추출하고, 데운 우유와 고운 거품을 더해 잔을 채우는 방식입니다. 같은 커피를 300㎖ 머그잔에 넣으면 우유 비율이 커져 훨씬 순한 맛이 납니다. 그 맛을 좋아한다면 그대로 마셔도 좋지만, 카페에서 마신 카푸치노의 진한 인상을 기대했다면 잔을 먼저 바꿔보는 게 빠릅니다.
잔의 용량은 우유를 부을 때도 기준이 됩니다. 냉장 우유 100~130㎖를 피처에 담아 스팀하면 거품 때문에 부피가 늘어납니다. 전부 쏟아붓기보다 커피 맛을 보며 잔을 채우세요. 처음에는 에스프레소 36g에 스팀한 우유를 더해 160㎖ 안팎으로 맞추고, 다음 잔에서 우유 양을 10~20㎖씩 바꾸면 취향이 금방 드러납니다.
에스프레소가 쓰거나 시면 우유도 답을 주지 못합니다
카푸치노에서는 우유의 단맛이 커피의 거친 부분을 누그러뜨립니다. 그렇다고 추출이 크게 어긋난 맛까지 감추지는 못합니다. 저는 원두 18g을 담고 추출액 36g을 받는 비율에서 시작합니다. 추출 시간은 대략 25~35초를 보되, 시간보다 잔에서 느껴지는 맛을 우선합니다. 머신과 원두가 다르면 같은 숫자에서도 맛이 달라지니까요.
입안이 바짝 마르고 쓴맛이 오래 남는다면 우선 분쇄도를 조금 굵게 하거나 추출액을 덜 받습니다. 반대로 날카롭게 시고 맛이 얇다면 조금 더 곱게 갈거나 추출액을 늘려봅니다. 한 번에 두 가지를 바꾸면 무엇이 효과를 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한 잔을 기록하고 다음 잔에서 한 가지만 움직이는 게 결국 원두도 덜 쓰는 길입니다.
원두는 구매일보다 로스팅한 날짜를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갓 볶은 원두는 가스가 많아 추출이 들쑥날쑥할 수 있고, 오래 열린 봉지에서는 향이 빠집니다. 중간 정도로 볶은 원두라면 로스팅 후 며칠 쉬었다가 열어보고, 개봉 뒤에는 밀폐해 서늘한 곳에 두세요. 밝게 볶은 원두는 맛이 안정되기까지 더 걸릴 수 있어 날짜 하나를 절대 기준으로 삼지는 않습니다.
우유 거품은 높이보다 질감입니다
카푸치노 위에 숟가락으로 떠먹을 만큼 단단한 거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우유와 거품이 따로 놀지 않는 질감입니다. 잔을 기울였을 때 표면이 윤기 있게 움직이고, 첫 모금에 커피와 우유가 함께 들어와야 합니다. 거품이 큰 방울로 갈라지면 마실수록 위에는 공기만, 아래에는 뜨거운 우유만 남습니다.
스팀 완드가 있다면 차가운 우유에서 시작합니다. 완드 끝을 표면 바로 아래에 두고 처음 몇 초 동안만 공기를 넣은 뒤, 피처 안에 소용돌이가 생기도록 깊이를 조절합니다. 우유 온도는 55~65℃ 정도가 다루기 편합니다. 너무 뜨거우면 혀가 먼저 열을 느끼고 우유의 단맛도 둔해집니다. 스팀이 끝나면 피처를 가볍게 돌려 거품을 섞고, 완드는 바로 닦은 뒤 잠깐 스팀을 빼줍니다.
스팀 머신이 없어도 작은 프렌치프레스가 있으면 비슷한 질감을 낼 수 있습니다. 우유를 55~60℃ 정도로 데운 뒤 용기의 절반 이하로 담고, 필터를 짧게 여러 번 움직여 공기를 섞습니다. 마지막에 용기를 돌려 큰 기포를 가라앉히세요. 스팀 우유만큼 매끈하게 나오기는 어렵지만, 거품을 과하게 만들지 않으면 커피와 충분히 잘 어울립니다.
첫 모금으로 다음 잔을 조절하세요
에스프레소를 받은 뒤에는 우유를 오래 세워두지 않고 붓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높은 위치에서 우유가 커피와 섞이게 하고, 잔이 차오르면 피처를 가까이 가져와 표면을 얹듯 마칩니다. 하트 모양이 나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표면 그림보다 첫 모금의 온도와 질감이 훨씬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첫 모금이 지나치게 뜨겁다면 다음에는 우유 스팀을 조금 일찍 멈추세요. 부드럽지만 커피 향이 약하다면 우유를 줄이거나 더 작은 잔을 쓰면 됩니다. 쓴맛만 도드라진다면 우유를 더 붓기 전에 에스프레소부터 다시 맛보는 편이 좋습니다. 카푸치노는 정해진 거품 높이를 맞히는 음료라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 맛이 우유 속에서 얼마나 또렷하게 남는지 찾아가는 음료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