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도에 들어갈 때면 배 시간부터 찾던 버릇이 먼저 나옵니다. 그런데 지금 낭도는 여수 화양면에서 다리를 건너 차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식당을 고를 때 더 중요한 것은 귀항 배편보다 점심 영업 여부와 이동 동선입니다. 작은 섬이라 한 바퀴 돌면 되겠지 싶지만, 걸어서 둘레길까지 다녀온 뒤 문 연 식당을 찾아 헤매면 꽤 지칩니다.
다리로 들어가되 식사 시간은 먼저 잡습니다
여수 쪽에서 차로 오면 화양면을 지나 조발도와 둔병도를 거쳐 낭도대교를 건넙니다. 여수시가 소개하는 섬섬길 드라이브 코스도 이 길을 따라갑니다. 낭도 자체를 둘러보는 데 여객선 예약은 필요 없습니다. 다만 낭도에서 사도 같은 인근 섬까지 배로 이어 갈 생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때는 운항 시간과 해상 날씨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차가 있으면 선착장 주변이나 여산마을 쪽에 주차하고 걷는 편이 수월합니다. 대중교통으로 간다면 여수시 버스 안내에서 당일 낭도행과 돌아오는 편을 먼저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섬 안에서 식당과 둘레길 입구를 오갈 이동 수단까지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일정이 빡빡해집니다. 특히 비수기 평일에는 식당이 쉬거나 일찍 문을 닫을 수 있으니, 도착 시간을 정한 뒤 영업 여부를 확인하고 출발하는 편이 낫습니다.
서대회와 막걸리를 먹는다면 여산마을 쪽
낭도 음식을 하나 고르라면 서대회무침이 먼저 떠오릅니다. 새콤한 양념에 밥을 비벼 먹는 음식이라 걷기 전 점심으로도 좋지만, 식초 맛이 강한 회무침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무조건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메뉴판에 ‘서대회’라고 적혀 있어도 밥이 함께 나오는지, 무침 한 접시의 양이 몇 사람에게 맞는지는 주문할 때 묻는 편이 정확합니다.
여산마을의 100년도가식당은 낭도 막걸리와 서대회무침을 함께 떠올리는 사람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여수시 보건소 음식점 안내에도 100년도가식당이 낭도 소재 한식당으로 올라 있습니다. 이 집을 목표로 왔다면 문 앞에 도착해서 메뉴를 고르기보다 영업 여부와 식사 주문 가능 시간을 먼저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양조장에 들러 막걸리만 살 수 있는 상황과 식당에서 한 끼 먹을 수 있는 상황은 다르니까요.
막걸리는 서대회무침의 신맛과 잘 맞습니다. 하지만 운전자가 한 잔만 맛보자는 생각으로 주문할 음식은 아닙니다. 차를 가져왔다면 일행만 마시거나 병으로 사서 숙소에 돌아가 마시는 쪽이 편합니다. 여산마을 골목은 천천히 걸어야 눈에 들어오는 곳이라, 식사 전후에 차를 다시 몰고 옮겨 다니는 동선도 굳이 권하지 않습니다.
선착장 근처에서는 먹을 사람 수로 고릅니다
선착장 쪽으로 내려오면 선택 기준이 조금 달라집니다. 구억식당은 서대회무침 외에 장어탕 같은 따뜻한 식사를 찾을 때 살펴볼 만합니다. 둘레길에서 바람을 오래 맞고 내려온 날에는 차가운 회무침보다 국물 있는 한 그릇이 더 반가울 수 있습니다. 계절 생선이나 회를 고른다면 그날 가능한 재료와 가격을 주문 전에 확인하는 게 낫습니다. 섬 식당의 해산물 메뉴는 어획과 계절에 따라 달라집니다.
낭도어부도 선착장 가까이에서 백반이나 해산물 메뉴를 찾는 사람이 들르는 곳입니다. 여러 사람이 서대회무침 한 접시를 나눠 먹을지, 각자 밥 한 끼를 먹을지에 따라 고르기 좋습니다. 다만 방문 후기마다 영업 요일 안내가 달라 평일에는 특히 확인이 필요합니다. 낭도에서 식당 두세 곳을 연달아 찾아다니는 일은 도심 맛집 거리에서 가게를 바꾸는 것과 다릅니다. 점심시간을 놓치면 선택지가 빠르게 줄어듭니다.
혼자 여행한다면 메뉴 이름보다 1인 주문이 되는지부터 물어보는 게 실용적입니다. 회무침이나 해물 안주는 한 접시 단위로 나오는 곳이 있어 혼자서는 양도 값도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가족 여행이라면 매운 무침과 맵지 않은 탕이나 백반을 함께 고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낭도에 왔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같은 메뉴를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둘레길을 걸을 날은 걷고 나서 먹습니다
내가 잡는 동선은 대체로 단순합니다. 오전에 낭도로 들어와 여산마을이나 선착장 주변에 차를 세우고, 걸을 구간을 먼저 정합니다. 짧게 해변과 마을을 볼지, 낭도 둘레길까지 갈지에 따라 점심 시간이 달라집니다. 여수시 관광문화에도 낭도 둘레길 코스가 소개돼 있지만, 해안 쪽은 바람과 물때에 따라 걷는 느낌이 크게 달라집니다. 바위가 젖어 있거나 파도가 높으면 바닷가 가까이 내려가는 길은 욕심내지 않습니다.
가볍게 걸을 생각으로 왔다가 둘레길에서 예상보다 시간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식당 한 곳을 마음속에 정했더라도 간단히 먹을 물과 간식은 챙깁니다. 성수기 주말에는 대기 시간을, 비수기 평일에는 휴무를 염두에 둬야 합니다. 숙박한다면 저녁 식당이 열려 있을 거라는 가정도 접는 게 좋습니다. 숙소에 식사가 가능한지 묻거나 낮에 먹을거리를 마련해 두면 밤 동선이 한결 느긋해집니다.
낭도는 맛집 한 곳만 찍고 다녀오기에는 걷는 길이 아까운 섬입니다. 반대로 해산물을 많이 먹겠다고 긴 산책을 억지로 끼워 넣을 곳도 아닙니다. 서대회와 막걸리가 목적이면 여산마을에 시간을 쓰고, 걷고 난 뒤 든든한 식사가 필요하면 선착장 쪽 메뉴를 살펴보면 됩니다. 이 섬에서는 유명한 집의 이름보다 내가 언제 도착해 얼마나 걸을지가 점심 한 끼를 더 잘 결정해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