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 여행을 다닐 때 저는 걷는 시간보다 돌아오는 배 시간을 먼저 적습니다. 여수 하화도 꽃섬길도 그렇습니다. 길은 한 바퀴 돌아 다시 선착장으로 이어지지만, 배를 놓치면 하루 일정이 통째로 달라집니다. 출발항과 귀항편을 정한 뒤 그 사이에 걸을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하는 게 순서입니다.
배편을 먼저 맞춰야 길이 편하다
하화도로 들어가는 배는 백야도 선착장과 여수 연안여객선터미널 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차로 여수 시내를 벗어나 백야도까지 갈 수 있다면 백야도 출발편이 동선을 짜기 편합니다. 여수시 여객선 안내에 실린 백야도 출발 하화도 경유 항로는 하루 여러 차례 운항하며, 백야도에서 하화도까지는 중간 기항지를 포함해 대략 40~50분을 잡으면 됩니다. 여수 시내에서 출발하는 편은 이동 시간이 더 길고 운항 요일과 횟수에 차이가 있으니, 터미널 이름만 보고 표를 끊어서는 곤란합니다.
시간표를 볼 때는 ‘백야도 출발’과 ‘하화도 출발’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배가 여러 섬에 들르기 때문에 첫 출항 시각을 하화도 승선 시각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여수시 관광 안내와 ‘가보고 싶은 섬’에서 날짜별 배편을 확인하고, 출발 전에는 선사에 하화도 기항 여부와 돌아올 편을 다시 묻는 편이 안전합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의 운항정보에서는 당일 운항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람이 강하거나 시야가 나쁘면 예매한 배도 결항할 수 있으니, 섬에서 나오는 날 저녁에 꼭 맞춰야 할 기차나 비행기는 여유를 두고 잡는 게 낫습니다.
신분증도 챙겨야 합니다. 주말과 꽃이 피는 시기에는 출발 직전에 선착장에 닿아 표부터 찾는 일정이 불안합니다. 백야도까지 차로 이동한다면 주차하고 승선 장소를 찾는 시간까지 더해 도착 시각을 잡으세요. 반대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백야도행 이동 시간과 배 출항 시각을 함께 맞춰야 합니다. 섬 안에는 둘레길 여행자를 위한 대중교통을 기대하기 어려워, 선착장에 내린 뒤부터는 걷는 일정으로 생각하는 게 정확합니다.
선착장에서 꽃섬다리까지 걷는 순서
여수시가 안내하는 꽃섬길은 선착장에서 출발해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5.7㎞ 길입니다. 안내 소요 시간은 약 3시간. 제가 일정을 잡는다면 배에서 내리자마자 마을에서 오래 머물기보다 휴게정자 방향으로 먼저 걷겠습니다. 휴게정자 두 곳을 지나 순넘밭넘 구절초공원, 큰산전망대, 깻넘전망대 순으로 가면 바다를 바라보며 고도를 조금씩 올리게 됩니다. 뒤돌아보면 선착장과 마을이 점점 작아집니다.
길의 중간쯤 만나는 꽃섬다리는 깊게 파인 용굴 위를 건넙니다. 다리가 조금 흔들리고 아래가 훤히 보여 고소공포가 있다면 이 구간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느라 다리 위에 오래 멈추기보다 앞사람과 간격을 두고 건너는 편이 마음도 편합니다. 꽃섬길은 이름과 달리 평지 산책로만 이어지지 않습니다. 전망대 앞뒤로 나무계단과 오르내림이 있어 밑창이 미끄럽지 않은 신발이 필요합니다.
다리를 건넌 뒤 큰굴삼거리에서 막산전망대를 다녀오고, 다시 삼거리로 돌아와 애림민야생화공원을 지나 선착장으로 내려오는 순서입니다. 막산전망대는 왕복으로 걸어야 하니 남은 배 시간을 여기서 한 번 확인하세요. 세 시간은 쉬지 않고 길을 찾는 기준에 가깝습니다. 점심을 먹거나 전망대마다 앉아 쉬려면 네 시간 안팎의 섬 체류 시간을 확보하는 편이 좋습니다. 귀항편까지 시간이 짧다면 막산전망대를 무리해서 넣기보다 선착장으로 돌아올 여유를 남기겠습니다.
꽃 피는 때와 물때는 다르게 봐야 한다
하화도에서 ‘꽃섬’이라는 이름만 믿고 갔다가 생각보다 꽃이 적다며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진달래와 유채, 찔레꽃, 구절초처럼 꽃마다 시기가 다르고, 같은 봄이라도 날씨에 따라 피는 날짜가 달라집니다. 어느 한 주말에 섬 전체가 동시에 만개하는 풍경을 기대하기보다는, 계절마다 길가의 얼굴이 달라지는 섬으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저는 꽃이 드문 날에도 큰산전망대와 막산전망대에서 보는 섬 사이 바닷길 때문에 이 코스를 걷겠습니다.
꽃섬길 자체는 썰물에만 열리는 바닷길이 아닙니다. 그러니 물때가 맞지 않으면 둘레길을 못 걷는 식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선착장 부근의 조약돌 해변이나 갯가를 둘러볼 생각이라면 조수 간만의 차이를 보고, 해안가 바위에는 물이 오르기 전에 나오는 게 좋습니다. 실제 일정에 더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은 물때보다 바람과 배 운항 여부입니다. 봄과 가을 주말은 걷기 좋은 대신 승객이 몰리고, 한여름에는 그늘이 적은 전망 구간이 덥습니다. 겨울의 한적함이 좋더라도 바람을 막을 겉옷은 꼭 필요합니다.
먹고 자는 계획도 배 시간 안에서
하화도는 당일치기로 걷기 좋은 크기지만, 선착장 근처에서 식사 한 번 하고 배를 기다릴 생각이라면 영업 여부를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섬의 가게는 육지처럼 매일 같은 시간에 문을 여는 곳으로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물은 출발항에서 넉넉히 챙기고, 간단히 먹을 것도 가방에 넣는 편이 마음 편합니다. 쓰레기를 다시 가져올 작은 봉투도 있으면 좋습니다. 길에서 쉬는 시간까지 포함해 돌아올 배 시각을 정했다면, 식사는 걷기를 마친 뒤 남는 시간에 맞추는 쪽이 안전합니다.
하룻밤 묵을 계획이라면 민박이나 펜션의 객실만 확인하지 말고 다음 날 첫 배와 식사 가능 여부까지 함께 물어보세요. 여수시 관광 안내에는 하화도 숙박업소가 소개돼 있지만, 객실 운영과 예약 가능 여부는 날짜마다 다릅니다. 결항으로 체류가 길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다음 날 일정을 빽빽하게 채우지 않는 게 좋습니다.
하화도는 긴 산행을 원하는 사람보다 배를 타고 들어가 서너 시간 바다를 보며 걷고 싶은 사람에게 잘 맞습니다. 반면 유모차를 끌고 편하게 한 바퀴 돌 생각이거나, 꽃 사진 한 장만을 위해 배 시간을 감수할 생각이라면 기대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섬에서는 전망대에 얼마나 오래 앉아 있었느냐보다 선착장으로 돌아왔을 때 배를 기다릴 여유가 남아 있느냐가 하루의 기분을 좌우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