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 상품을 기획할 때 가장 자주 본 착각이 있습니다. ‘1천원당 2마일’이라는 숫자를 보고 생활비 전체가 그 비율로 쌓인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실제 청구서를 펼치면 전월 실적, 적립 제외 항목, 추가 적립 한도가 먼저 숫자를 깎습니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 카드도 월 소비액보다 어디에 얼마를 쓰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1. 마일을 원화로 바꿔야 비교가 됩니다
마일은 현금처럼 언제나 같은 값에 쓸 수 없습니다. 원하는 날짜에 보너스 좌석이 있는지, 세금과 유류할증료를 별도로 얼마나 내는지에 따라 체감 가치가 달라집니다. 아래 계산에서는 비교를 위해 1마일을 15원으로 가정하겠습니다. 대한항공이나 카드사가 보장하는 환산율은 아닙니다.
이 가정이면 1천원당 1마일은 소비액의 약 1.5%, 1천원당 2마일은 약 3% 가치입니다. 다만 1.5%라는 숫자는 적립한 마일을 실제로 그 가치에 사용할 때만 성립합니다. 여행 계획이 불확실하다면 1마일을 10원으로 낮춰 다시 계산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그때 1천원당 1마일의 가치는 1%로 내려갑니다.
비교 대상도 정해야 합니다. 여기서는 연회비가 없고 해당 소비에 1%를 돌려주는 카드를 기준으로 잡겠습니다. 본인이 이미 쓰는 카드의 혜택이 1.5%라면 아래에서 계산한 마일리지 카드의 우위는 그만큼 줄어듭니다. 카드 혜택의 손익은 ‘받은 마일의 총가치’가 아니라 기존 카드보다 더 받은 가치에서 연회비를 뺀 금액입니다.
2. 전월 50만원과 적립 대상 금액은 다릅니다
현대카드 대한항공카드 120을 예로 들겠습니다. 현대카드 상품 안내에 따르면 연회비는 12만원이고, 기본 적립은 전월 이용액 50만원 이상일 때 국내 일반 가맹점에서 1천원당 1마일입니다. 대한항공 직판 항공권과 해외 가맹점의 1천원당 2마일도 같은 전월 조건을 적용받습니다. 신규 발급 직후에는 별도의 실적 유예 기간이 있습니다.
여기서 전월 실적에 들어가는 돈과 마일이 쌓이는 돈을 섞으면 계산이 틀어집니다. 이 카드의 상품 안내상 전기·도시가스 요금, 아파트 관리비, 보험료, 교육비, 무이자 할부 이용액 등은 마일리지 적립에서 빠집니다. 공과금과 상품권 구매·충전액 등은 전월 실적 산정에서도 제외됩니다. 같은 ‘제외’라도 어느 계산에서 제외되는지 다르니 월 카드값 한 줄만 보고 적립액을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매달 100만원을 결제하지만 그중 10만원이 적립 제외 항목이라면, 기본 적립 대상은 월 90만원입니다. 1년 내내 같은 패턴이라면 기본 적립 예상치는 1만800마일입니다. 월 100만원을 전부 적립 대상으로 보고 1만2000마일로 계산하면 1200마일, 앞서 둔 가치로 1만8000원을 과대평가한 셈입니다. 실제 적립은 거래별 반올림과 취소 등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3. 연회비 12만원의 손익분기점은 소비액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대한항공카드 120의 연간 보너스는 6000마일입니다. 첫해에는 누적 이용액 100만원 이상, 2차년도부터는 전년도 이용액 1200만원 이상이라는 조건이 붙습니다. 매달 100만원을 썼다는 말만으로 보너스가 확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실적 산정에서 빠지는 결제가 있었다면 전년도 인정 금액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2차년도 이후에도 매년 같은 금액을 쓰고, 모든 결제가 기본 적립과 연간 실적에 인정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월 50만원이면 연 6000마일, 가정한 가치는 9만원입니다. 연회비를 빼면 3만원 손해이고, 연 6만원을 받는 1% 카드와 비교하면 차이는 9만원까지 벌어집니다. 이 소비액으로는 연간 보너스 조건도 채우지 못합니다.
월 100만원이면 기본 1만2000마일에 연간 보너스 6000마일을 더해 1만8000마일입니다. 15원씩 계산한 27만원에서 연회비 12만원을 빼면 15만원. 같은 1200만원을 1% 카드로 썼을 때의 12만원보다 3만원 많습니다. 반면 월 지출의 10%가 적립 제외라면 기본 적립은 1만800마일로 줄어듭니다. 연간 실적 1200만원을 충족한다는 전제에서도 연회비 차감 후 가치는 13만2000원으로, 1% 카드보다 1만2000원 많을 뿐입니다.
마일을 10원에 사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계산이 다시 뒤집힙니다. 월 100만원을 전부 적립받고 보너스까지 챙겨도 1만8000마일의 가치는 18만원입니다. 연회비를 빼면 6만원으로, 비교 기준인 1% 카드의 12만원보다 적습니다. ‘연 1200만원을 쓰면 이득’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4. 항공권·해외 추가 적립도 한도까지 계산합니다
이 카드의 1천원당 2마일은 모든 항공권 결제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현대카드 안내상 대한항공 직판 채널에서 원화로 결제한 항공권이 대상이며, 여행사나 예약 사이트를 거치면 국내 일반 가맹점의 기본 적립으로 분류됩니다. 직판 항공권 추가 적립 구간에는 연 2만마일 한도, 해외 가맹점에는 월 4000마일 한도가 있습니다. 한도를 넘는 금액에는 1천원당 1마일이 적용됩니다. 기본 적립과 2마일 적립이 중복되는 구조도 아닙니다.
가령 해외에서 한 달에 300만원을 외화로 결제하고 전월 실적도 채웠다면, 처음 200만원에 4000마일, 나머지 100만원에 1000마일을 더해 약 5000마일로 계산합니다. 300만원 전체에 2마일을 적용한 6000마일과는 다릅니다. 해외 결제 수수료도 별도로 나가므로 추가 적립 숫자만 보고 해외 결제 카드를 고르면 손익을 놓치기 쉽습니다.
국제선 항공권 5만원 할인 쿠폰은 실제로 쓸 사람에게만 5만원 가치입니다. 적용 가능한 운임과 구매 경로에 제한이 있고, 사용하지 못하면 계산에 넣을 이유가 없습니다. 대한항공의 스카이패스 안내에 따르면 제휴 카드로 적립한 마일은 카드 해지 뒤에도 회원 자격을 유지하면 남지만, 적립일로부터 10년의 유효기간이 적용됩니다. 제 눈에는 매년 보너스 조건을 안정적으로 채우고, 원하는 항공권에 마일을 쓸 계획이 있는 사람이 이 카드의 주요 대상입니다. 그 외에는 익숙한 1% 현금성 혜택이 더 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