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수 갯수 맞춤법은 왜 발음과 다를까요?

1회
개수 갯수 맞춤법은 왜 발음과 다를까요?

얼마 전 학생이 학급 물품을 세어 적은 표를 보여 줬습니다. ‘연필 갯수 18개’라고 써 있더군요. 읽을 때는 자연스러운데 글자로 옮기면 잠깐 손이 멈추는 말입니다. 저도 교실에서 이 표기를 여러 번 봤습니다. 소리만 들으면 앞말에 시옷이 숨어 있을 것 같거든요.

맞는 표기는 ‘개수’입니다. 연필의 개수, 참석자의 개수처럼 씁니다. 왜 ‘갯수’가 그럴듯하게 느껴지는지부터 짚으면 다음에는 외우지 않아도 구별하기 쉽습니다.

‘개수’의 두 글자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개수’는 한자로 個數라고 적습니다. ‘개(個)’는 낱낱의 물건을 셀 때 쓰는 말이고, ‘수(數)’는 수효를 뜻합니다. 낱개가 몇인지 가리키는 말이니 ‘개수’가 된 것이지요. 국립국어원도 사물의 수효를 뜻하는 표기를 ‘개수’로 안내합니다.

가령 상자에 사과가 12개 들어 있다면 ‘사과의 개수는 12개’라고 쓸 수 있습니다. 앞의 ‘개수’는 수효를 가리키는 명사이고, 뒤의 ‘개’는 사과를 세는 단위입니다. 두 자리에 같은 소리가 들어간다고 해서 둘 다 같은 일을 하는 말은 아닙니다.

‘개수’를 볼 때 個數라는 바탕을 떠올리면 시옷을 넣을 자리가 달리 보입니다. ‘개’와 ‘수’가 모두 한자어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구성이 사이시옷 표기를 가르는 기준이 됩니다.

[개쑤]로 읽는데 왜 ‘갯수’가 아닐까요?

학생들이 가장 많이 묻는 대목은 발음입니다. ‘개수’를 말할 때는 흔히 [개쑤]라고 합니다. 그러니 들리는 된소리를 표시하려고 ‘갯수’라고 적기 쉽습니다. 하지만 된소리가 난다고 해서 언제나 앞말에 사이시옷을 받쳐 적는 것은 아닙니다.

한글 맞춤법 제30항은 사이시옷을 적는 경우를 정해 두었습니다. 순우리말끼리 결합했거나 순우리말과 한자어가 결합한 말에서는 발음 등 규정의 조건을 따져 사이시옷을 적습니다. 반면 한자어끼리 결합한 말에는 원칙적으로 사이시옷을 적지 않습니다. ‘개수(個數)’는 두 글자가 모두 한자어이므로 [개쑤]라는 발음을 그대로 ‘갯수’로 옮기지 않습니다.

비슷한 말로 ‘초점(焦點)’을 떠올려도 좋습니다. [초쩜]으로 소리 나지만 ‘촛점’이라고 쓰지 않습니다. ‘대가(代價)’ 역시 [대까]로 읽어도 ‘댓가’가 아닙니다. 소리는 된소리, 표기는 한자어의 형태를 살린다는 점에서 ‘개수’와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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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수’에는 시옷이 있는데 ‘개수’에는 왜 없을까요?

여기서 ‘횟수’를 떠올리면 다시 헷갈립니다. ‘횟수(回數)’도 두 글자가 한자어인데 시옷이 들어가니까요. 국립국어원이 설명하는 한글 맞춤법 제30항에는 사이시옷을 적는 두 음절 한자어 여섯 개가 따로 제시돼 있습니다.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입니다. ‘개수’는 그 목록에 없습니다.

‘개수’와 ‘횟수’는 뜻도 다릅니다. 쿠키가 10개라면 쿠키의 ‘개수’가 10개입니다. 운동을 세 번 했다면 운동한 ‘횟수’가 세 번입니다. 세는 대상이 물건인지, 일이 일어난 차례인지 먼저 생각하면 문장에 어떤 말을 넣을지도 분명해집니다. 표기까지 함께 기억하려면 ‘물건의 개수, 반복한 횟수’처럼 짝지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여섯 낱말을 보고 모든 ‘수’ 앞에 시옷을 넣어도 된다고 넓혀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횟수’는 규정에 제시된 예외이고, ‘개수’는 한자어끼리 결합한 말의 일반적인 표기를 따릅니다. 비슷하게 생긴 두 말이 서로 다른 표기를 가진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 문장에서는 어떻게 구별하면 좋을까요?

물품 목록에는 ‘남은 의자의 개수는 7개’, 주문서에는 ‘필요한 봉투의 개수를 적어 주세요’라고 쓰면 됩니다. 같은 자리에서 ‘갯수’라고 적었다면 ‘개수’로 고칩니다. 반대로 ‘이번 달 모임의 횟수는 네 번’처럼 어떤 일이 몇 차례 있었는지를 말할 때는 ‘횟수’를 씁니다.

‘최솟값’과 나란히 놓으면 사이시옷이 더 복잡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最小)’는 한자어이고 ‘값’은 순우리말이라 ‘개수’와 낱말의 구성이 다릅니다. 국립국어원도 이 차이를 들어 ‘최솟값’에는 사이시옷을 적고 ‘개수’에는 적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발음 한 가지만 듣지 말고 어떤 말들이 만나 이루어졌는지 보는 이유입니다.

교실에서 틀린 표기를 지우고 정답만 다시 쓰게 하면 며칠 뒤 같은 자리에 시옷이 돌아오곤 했습니다. ‘개수’가 個와 數에서 왔다는 이야기, 그리고 ‘횟수’는 따로 정해진 여섯 낱말 가운데 하나라는 이야기를 나눈 뒤에는 학생들이 스스로 고치는 일이 많았습니다. 말의 생김새를 이해하면 맞춤법은 외워야 할 글자 하나보다 오래 남습니다.

개수 갯수 맞춤법은 왜 발음과 다를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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