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등급 기준 헷갈릴 때 원두 고르는 방법

커피 등급 기준 헷갈릴 때 원두 고르는 방법

얼마 전 손님이 케냐 AA와 에티오피아 G1을 들고 와서 어느 쪽이 더 높은 등급이냐고 물었습니다. 봉투에 적힌 글자만 보면 순위를 매기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두 이름은 재는 기준부터 다릅니다. 커피 등급 기준은 원두가 어디서 왔는지에 따라 읽는 법이 달라요.

먼저 등급이 무엇을 잰 숫자인지 봅니다

커피의 등급은 전 세계가 같은 시험지를 풀고 받은 점수가 아닙니다. 국제커피기구가 소개하는 산지별 분류에는 생두의 크기, 결점두 수, 밀도, 재배 고도, 잔에서 느껴지는 맛 등이 쓰입니다. 나라에 따라 한두 항목을 함께 적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봉투에 등급만 적혀 있다면, 그 글자가 크기를 뜻하는지 결점두를 뜻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생두는 볶기 전의 초록빛 커피콩입니다. 크기를 잴 때는 일정한 구멍이 뚫린 체에 생두를 통과시킵니다. 스크린 18이라면 구멍 지름이 18분의 64인치, 약 7.1mm라는 뜻입니다. 결점두는 검게 변하거나 깨진 콩처럼 상태가 고르지 않은 생두를 가리킵니다. 결점이 적으면 볶을 때 맛을 흐릴 가능성도 줄어들지만, 그것만으로 향의 취향까지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로스터리에서 같은 산지의 생두를 나란히 볶아 보면 큰 콩이 늘 더 맛있지는 않습니다. 크기가 고르면 열을 비슷하게 받도록 볶기에는 편합니다. 하지만 한 잔에서 느끼는 향은 품종과 가공, 로스팅, 추출까지 거친 결과입니다. 등급은 그중 일부를 알려주는 표시라고 생각하면 읽기가 쉬워집니다.

AA와 G1을 한 줄로 세우지 않습니다

케냐 AA는 주로 생두 크기를 나타냅니다. 국제커피기구의 케냐 자료에는 AA가 스크린 17~18 수준의 큰 평두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바로 아래에 보이는 AB도 케냐 안에서 쓰는 크기 분류입니다. AA를 보았다면 ‘큰 생두를 선별했구나’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그 이름만으로 산미가 반드시 선명하다거나 단맛이 AB보다 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에티오피아의 G1, G2는 결점 수를 중심으로 읽는 등급입니다. 같은 에티오피아 커피라도 워시드인지 내추럴인지, 어느 지역과 생산 단위에서 왔는지에 따라 잔의 모습이 크게 달라집니다. G1은 선별 상태를 가늠하는 데 유용하지만 ‘꽃향이 난다’는 약속은 아닙니다. 케냐 AA와 에티오피아 G1 중 무엇이 더 높은지 묻는 것은 길이와 무게 중 어느 숫자가 더 좋은지를 묻는 것과 비슷합니다.

콜롬비아의 수프리모와 엑셀소도 주로 크기로 구분합니다. 수프리모가 더 큰 생두를 가리키지만, 같은 나무에서 나온 콩도 크기에 따라 나뉠 수 있습니다. 수프리모라는 이름 때문에 엑셀소의 맛이 한 단계 아래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매장에서 두 봉지를 비교할 때 저는 등급보다 생산지와 가공 방식, 로스팅 날짜를 먼저 봅니다.

광고

스페셜티 점수도 맛의 취향까지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스페셜티 80점 이상’이라는 말은 오래 사용된 컵 평가 방식에서 나온 익숙한 기준입니다. 평가자는 향, 맛, 산미, 단맛과 균일성 등을 일정한 절차에 따라 살핍니다. 점수는 커피를 비교할 공통 언어가 되지만, 86점짜리가 83점짜리보다 누구에게나 맛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자몽 같은 산미를 즐기는 손님과 견과류 같은 고소함을 찾는 손님은 같은 잔에도 다른 손을 뻗습니다.

최근 스페셜티커피협회는 하나의 총점만으로 커피를 설명하기보다 물리적 상태와 감각적 특징 등을 함께 기록하는 평가 체계를 쓰고 있습니다. 이 변화도 점수 한 칸에 담기지 않는 정보가 많다는 이야기로 읽힙니다. 봉투에 점수가 있다면 누가 어떤 방식으로 평가했는지, 맛 설명은 무엇인지 함께 보는 편이 좋습니다.

가령 ‘87점, 복숭아, 자스민’이라고 적힌 원두가 있어도 집에서 볶은 참깨 같은 고소함을 원한다면 기대와 어긋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점수가 적혀 있지 않아도 견과류와 초콜릿 향이 분명하고 신선하게 볶인 원두가 아침 커피에는 더 잘 맞을 수 있습니다. 점수는 출발점이지, 내 입맛의 대답은 아닙니다.

집에서 살 원두는 이 순서로 읽습니다

봉투를 집어 들면 저는 먼저 로스팅 날짜와 마실 양을 맞춥니다. 주말에 두 잔씩 마시는 집이라면 큰 봉지의 높은 등급보다 다 마실 수 있는 양의 원두가 낫습니다. 원두는 볶은 뒤에도 향이 변합니다. 같은 G1이라도 개봉해 오래 둔 봉지와 최근 볶아 보관한 봉지는 잔에서 다르게 느껴집니다.

  • 산지와 생산 정보: 나라 이름만 있는지, 지역·농장·생산자까지 적혀 있는지 봅니다.
  • 가공 방식: 워시드는 대체로 맛의 윤곽이 또렷하고, 내추럴은 잘 익은 과일 같은 향이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실제 맛은 원두마다 다릅니다.
  • 로스팅 정도와 날짜: 밝은 산미를 원하는지, 묵직한 고소함을 원하는지에 맞춰 고릅니다.
  • 등급과 점수: 앞의 정보를 읽은 뒤, 선별 상태와 평가 결과를 보충하는 자료로 씁니다.

추출할 때도 등급보다 먼저 손볼 것이 있습니다. 15g의 원두에 물 240g으로 시작해 보세요. 너무 시고 밋밋하면 분쇄를 조금 더 곱게 하거나 물 온도를 올려 봅니다. 쓰고 텁텁하면 반대로 조금 굵게 갈아 같은 비율로 내려 비교합니다. 한 번에 하나만 바꿔야 차이를 알아채기 쉽습니다. 비싼 그라인더를 새로 사기 전에 지금 쓰는 원두의 로스팅 날짜와 분쇄 상태부터 확인하는 이유입니다.

등급은 생산자와 구매자가 생두를 설명하고 거래할 때 필요한 언어입니다. 집에서 마실 때는 그 언어를 내 취향에 맞게 번역하면 됩니다. AA의 크기, G1의 선별 상태, 컵 점수의 평가 결과를 각각 읽고, 마지막에는 내가 좋아하는 향과 지금 마시기 좋은 상태인지 살피는 것. 저는 그 순서가 가장 맛있는 봉지를 찾는 데 오래 도움이 됐습니다.

커피 등급 기준 헷갈릴 때 원두 고르는 방법 - 요약
광고

댓글 0

평가를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

모두 ID로 로그인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