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로스터리에 오신 손님이 작은 캡슐 두 잔과 큰 캡슐 한 잔 중 어느 쪽이 카페인이 적은지 물으셨다. 컵만 보면 작은 잔이 가벼워 보인다. 그런데 캡슐커피 카페인은 잔의 크기만으로 가늠하기 어렵다. 어떤 원두가 얼마나 들어 있고, 그 한 캡슐을 어떻게 추출했는지가 함께 작용한다.
집에서 마시는 양을 조절하고 싶다면 ‘커피가 얼마나 진해 보이는가’보다 ‘캡슐 하나에 카페인이 얼마나 들어 있는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특히 하루에 두세 잔을 마신다면 작은 차이도 쌓인다.
캡슐 한 개의 카페인부터 확인하기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제품마다 수치가 다르다. 네스프레소가 안내하는 오리지널 캡슐의 에스프레소는 제품에 따라 대략 50~70mg, 룽고는 60~80mg 수준이다. 버츄오의 에스프레소는 약 70~100mg인 제품들이 있고, 머그 크기 제품은 약 170~200mg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 숫자는 모든 캡슐에 적용되는 기준이 아니다. 브랜드와 제품을 바꾸면 다시 확인해야 한다.
차이가 나는 큰 이유는 원두의 양과 품종이다. 큰 잔용 캡슐에는 보통 원두가 더 들어간다. 또 로부스타를 섞은 제품은 아라비카만 쓴 제품보다 카페인 양이 높아질 수 있다. 네스프레소도 캡슐별 차이를 설명할 때 원두 투입량과 로부스타 비율을 주요 요인으로 든다. 같은 40ml 에스프레소라도 두 제품의 카페인이 꼭 같지는 않은 셈이다.
제가 손님께 권하는 확인 순서는 간단하다. 먼저 제품 설명에서 ‘1캡슐당 카페인 mg’을 찾는다. 그다음 하루에 쓰는 캡슐 수를 곱한다. 수치가 표시되지 않았다면 제조사의 제품 안내나 고객 문의로 확인한다. 컵 용량이나 캡슐 포장의 진하기 숫자로 대신 계산하면 오차가 커진다.
진한 맛과 높은 카페인은 다른 이야기다
짙게 볶은 캡슐은 쓴맛과 볶은 향이 뚜렷해서 더 각성될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입에서 느끼는 강도는 카페인 함량표가 아니다. 네스프레소가 설명하는 ‘강도’ 역시 바디감, 쓴맛, 로스팅 향을 반영한 맛의 지표다. 숫자가 높다고 카페인이 같은 비율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로스터리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자주 본다. 연하게 볶은 원두를 넉넉히 써서 내린 커피는 부드럽게 넘어가지만, 적은 양의 원두로 내린 진한 맛의 커피보다 카페인이 많을 수 있다. 반대로 아주 쓴 캡슐 한 잔이 하루 중 가장 카페인이 많은 잔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맛은 혀로 판단하고, 카페인은 제품별 mg 수치로 판단하는 게 편하다.
‘물을 많이 받으면 카페인이 옅어지니 괜찮다’는 말도 절반만 맞다. 추출한 커피에 뜨거운 물을 더하면 농도는 낮아져 맛이 부드러워진다. 이미 컵에 나온 카페인의 총량은 줄지 않는다. 같은 캡슐로 추출 버튼을 다시 눌러 물을 더 통과시키면 남아 있던 성분이 조금 더 나올 수도 있지만, 얼마나 늘어나는지는 캡슐과 추출 조건에 따라 다르다. 카페인을 관리하려고 추출 시간을 바꾸기보다 캡슐을 고르는 쪽이 훨씬 분명하다.
하루 몇 잔인지 계산할 때 놓치기 쉬운 것
예를 들어 한 캡슐에 70mg인 제품을 오전과 점심에 한 개씩 마셨다면 캡슐커피로 섭취한 양은 140mg이다. 여기에 오후에 180mg짜리 큰 컵 캡슐을 하나 더 마시면 총 320mg이 된다. ‘세 잔’이라는 잔 수만 보면 평소와 같아도, 마지막 캡슐의 종류에 따라 하루 섭취량은 꽤 달라진다.
유럽식품안전청은 건강한 성인 일반인에게 하루 400mg까지의 카페인 섭취가 안전성 우려를 일으키지 않는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미국 식품의약국도 대부분의 성인에게 하루 400mg을 일반적으로 부정적 영향과 연관되지 않는 양으로 안내한다. 그렇다고 400mg을 채워 마셔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유럽식품안전청은 잠자리에 가까운 시간에 마신 카페인 100mg만으로도 일부 성인의 수면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계산할 때는 캡슐 외에 마신 커피, 차, 에너지음료와 먹은 초콜릿까지 함께 본다. 임신 중이라면 유럽식품안전청이 제시한 하루 200mg 기준도 따로 살펴야 한다. 카페인에 민감하거나 약을 복용 중이라면 일반적인 숫자보다 몸의 반응과 의료진의 조언이 우선이다. 저는 손님이 오후 커피 때문에 잠이 얕아졌다고 하면 캡슐 수보다 마지막 잔을 마신 시각부터 물어본다.
카페인을 줄이면서 커피 맛은 남기는 방법
가장 간단한 방법은 오후에 쓰는 캡슐을 디카페인으로 바꾸는 것이다. 디카페인이 카페인 ‘0mg’을 뜻하지는 않는다. 네스프레소가 안내하는 오리지널 디카페인 제품에는 캡슐당 약 2~4mg의 카페인이 남아 있다. 제품과 시스템에 따라 잔여량이 다르므로, 카페인을 아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면 해당 제품 수치를 확인하는 게 좋다.
오전의 맛이 아쉽다면 진한 맛의 캡슐을 무조건 포기할 필요는 없다. 카페인 함량이 표시된 제품들 사이에서 쓴맛과 향은 마음에 들고 mg 수치는 낮은 것을 고르면 된다. 우유를 넣어 마실 때도 마찬가지다. 라테가 부드럽게 느껴지는 건 우유가 맛의 농도를 바꾸기 때문이지, 캡슐에 들어 있던 카페인을 없애기 때문은 아니다.
커피 맛을 조절할 때는 추출량을 만지는 재미가 있다. 다만 카페인 양을 조절하는 데는 캡슐 선택과 마시는 시간이 더 믿을 만한 손잡이다. 저는 하루의 첫 잔은 좋아하는 맛으로 고르고, 늦은 시간의 한 잔은 잠까지 생각해서 고른다. 같은 커피라도 그날 언제 마시느냐에 따라 좋은 선택이 달라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