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이정후가 LA공항에서 구금됐다가 풀려났다는 소식을 보고, 처음에는 경기 일정부터 떠올렸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팬 행사에 참석하려고 미국에 돌아가던 길이었다. 공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후 일정은 소화했는지 확인하고 나니 이번에는 그의 시즌 기록이 궁금해졌다. 연초의 돌발 상황과 한 시즌의 성적은 시간 차이가 크다. 둘을 연결하기 전에 각각의 흐름을 봐야 했다.
LA공항에서 있었던 일
이정후는 2026년 1월 21일 현지 시각, 한국에서 출발해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입국 관련 서류 문제로 일시 구금됐다. 자이언츠 구단은 서류 문제에 따른 짧은 여행 차질이 있었고, 관계 당국과 협의해 해결됐다고 밝혔다. 구단 설명의 중심은 입국 절차와 석방이다. 어떤 서류가 문제였는지는 공식 설명만으로 특정하기 어렵다.
구금 시간도 보도 시점에 따라 달랐다. 초기에는 약 1시간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며칠 뒤 현지 보도에서는 약 4시간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시간을 하나의 확정된 숫자처럼 쓰기는 조심스럽다. 분명한 건 이정후가 풀려난 뒤 이동을 이어갔고, 1월 24일 샌라몬에서 열린 구단 팬 행사에 예정대로 참석했다는 점이다. 그는 당시 며칠이 분주했지만 일이 잘 해결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당시 기대치를 만든 2025년의 숫자
왜 이 소식이 유독 크게 들렸을까. 이정후는 2024년 어깨 부상으로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37경기 만에 마쳤다. 이어 2025년에는 15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6, 출루율 0.327, 장타율 0.407을 기록했다. 149안타 중 2루타가 31개, 3루타가 12개였다. 홈런 8개만 보면 장타력이 눈에 덜 들어오지만, 3루타까지 함께 보면 장타의 모양이 조금 달라진다.
타석 617번에서 삼진은 71번이었다. 비율로는 약 11.5%다. 공을 자주 맞히는 타자라는 평가가 기록으로도 드러난다. 다만 낮은 삼진율만으로 공격력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출루와 장타가 얼마나 따라오는지가 타선에서의 가치를 가른다. 2025년의 이정후는 부상 뒤 긴 시즌을 치르며 그 기준을 확인할 만큼의 타석을 쌓았다. 그래서 2026년 초 그의 이동 일정에도 팬들의 시선이 쏠렸다.
2026년 성적은 어떻게 움직였나
공항 사건이 지나고 시작된 2026년 정규시즌, MLB 기록에서 이정후는 143경기 타율 0.276, 149안타, 10홈런, 57타점, 12도루를 남겼다. 2025년과 비교하면 안타 수는 같고 타율은 0.010 높다. 홈런은 8개에서 10개, 도루는 10개에서 12개로 늘었다. 반면 출루율은 0.327에서 0.320으로, OPS는 0.734에서 0.724로 조금 내려갔다. 타율이 올랐는데도 전체 타격 지표가 함께 오르지는 않은 셈이다.
시즌을 앞뒤로 나누면 흐름이 더 선명하다. MLB의 시즌 회고에 따르면 전반기 88경기에서는 타율 0.302와 OPS 0.762를 기록했고, 올스타 휴식기 뒤 55경기에서는 타율 0.236과 OPS 0.663이었다. 시즌 전체 타율 0.276만 보면 놓치기 쉬운 변화다. 이정후도 자신의 시즌을 오르내림이 있었다는 취지로 표현했다. 팬 입장에서는 안타 149개라는 꾸준한 총량과 후반기 타격 저하를 함께 기억하게 된다.
공항의 몇 시간과 시즌의 143경기
그해 수비 위치에도 변화가 있었다. 자이언츠는 해리슨 베이더를 영입하면서 이정후를 중견수에서 우익수로 옮겼고, MLB 수비 기록에는 2026년 우익수 출전이 129경기로 잡혀 있다. 타격 성적만 비교하면 지나치기 쉬운 시즌의 맥락이다. 다만 수비 위치 변경이나 1월의 공항 사건이 후반기 타격 변화의 원인이었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기록은 변화를 보여주지만, 원인까지 저절로 설명하지는 않는다.
이정후, LA공항 구금 후 석방이라는 말은 강하게 남는다. 실제로는 서류 문제를 해결한 뒤 팬 행사에 참석했고, 이후 한 시즌을 치렀다. 내 눈에는 공항의 몇 시간보다 143경기 동안 드러난 변화가 오래 남는다. 타율은 높아졌지만 출루율과 OPS는 내려갔고, 전반기의 좋은 타격을 후반기까지 이어가지는 못했다. 다음 시즌에 보고 싶은 장면도 거기에 있다. 공을 맞히는 능력이 시즌 끝까지 얼마나 안정적인 출루와 장타로 이어질지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