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종려상 트로피는 왜 야자수 모양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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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려상 트로피는 왜 야자수 모양일까요?

칸 영화제 수상 장면을 보다 보면 감독이 들어 올린 금빛 야자수 가지에 눈이 갑니다. 흔히 황금종려상 트로피라고 부르지만, 그 모양에는 칸이라는 도시의 역사와 영화제가 쌓아 온 시간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수상작을 고를 때도 이 상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알면 홍보 문구를 조금 더 차분하게 읽게 됩니다.

야자수는 칸이라는 도시에서 왔습니다

황금종려상은 칸 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의 장편영화에 주는 최고상입니다. 야자수 모양은 영화 속 특정 장면에서 따온 것이 아닙니다. 칸 영화제의 설명에 따르면 도시 문장과 표어에 등장하는 야자수 가지가 출발점입니다. 이 상의 이름과 형태가 개최 도시를 가리키는 셈이죠.

처음부터 지금 같은 트로피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영화제는 1954년 보석 세공인들에게 새 상의 디자인을 제안받았고, 뤼시엔 라종의 도안을 선택했습니다. 첫 황금종려상은 1955년 델버트 만 감독의 영화 《마티》에 돌아갔습니다. 이후 1964년부터 1974년까지는 다시 그랑프리 체계를 사용했고, 1975년 황금종려상이 돌아왔습니다. 오래된 칸 수상작을 찾아볼 때 상 이름이 서로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금빛 잎 아래에는 수정 받침이 있습니다

지금 익숙한 모습은 1990년대 말에 자리 잡았습니다. 쇼파드의 캐럴라인 슈펠레가 디자인을 새롭게 다듬었고, 1998년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영원과 하루》가 현재 형태의 트로피를 받은 첫 작품입니다. 손에 들면 가벼운 금속 장식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가까이 보면 잎의 결부터 받침의 절단면까지 꽤 세밀합니다.

칸 영화제가 소개한 제작 과정에는 길이 18㎝의 줄기와 19개의 잎이 등장합니다. 장인들이 밀랍으로 형태를 만들고 주조한 뒤 금속 표면을 다듬습니다. 쇼파드는 금빛 야자수 부분에 18캐럿 금 118g이 쓰인다고 설명합니다. 아래에는 에메랄드 모양으로 깎은 천연 수정 받침을 붙입니다. 수정은 자연물이라 결이 모두 같을 수 없고, 그 때문에 각각의 트로피에도 조금씩 다른 표정이 생깁니다.

작업에는 여러 분야의 장인이 참여합니다. 칸 영화제에 따르면 약 7명이 40시간 넘게 제작에 손을 보탭니다. 2014년부터는 공정 채굴 인증을 받은 금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황금’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 전체가 순금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야자수 부분과 수정 받침을 함께 봐야 실제 구조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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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려상 수상작이라는 말은 어디까지 믿을까요?

영화를 고를 때는 ‘칸 수상작’과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구분하는 편이 좋습니다. 칸의 경쟁 부문에는 황금종려상 외에도 그랑프리, 감독상, 심사위원상, 각본상 등이 있습니다. 공식 초청작이라는 표현도 수상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영화 소개 문구에서 상의 정확한 이름과 수상 연도를 확인하면 작품의 이력을 더 분명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가령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2019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입니다. 2023년에는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가 이 상을 받았고, 같은 해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별도 상인 그랑프리를 받았습니다. 칸 영화제의 공식 수상 기록에서도 두 상은 구분되어 있습니다. 둘 다 주목할 만한 작품이지만 같은 트로피를 받은 것은 아닙니다.

수상 이력은 관람 취향까지 대신 판단해 주지는 않습니다. 《기생충》은 장르의 리듬과 계급 이야기를 함께 밀고 나가고, 《추락의 해부》는 한 사건을 둘러싼 진술과 관계에 오래 머뭅니다. 상의 무게만 보고 비슷한 관람 경험을 예상하면 의외로 다른 영화를 만나게 됩니다. 관람 전에는 수상 여부와 함께 줄거리, 상영 시간, 작품의 분위기도 확인하는 편이 실용적입니다.

트로피를 알면 수상 장면도 다르게 보입니다

시상식 화면에서 황금종려상 트로피가 잠깐 비칠 때 이제는 야자수 잎과 수정 받침이 먼저 보입니다. 1955년에 시작된 상의 이름, 한동안 바뀌었던 시상 체계, 장인의 손을 거친 현재의 모습이 그 짧은 장면 안에 겹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영화를 볼지 결정하는 마지막 기준은 트로피보다 작품 자체일 겁니다. 제게는 황금종려상이 반드시 봐야 한다는 지시보다, 평소 지나쳤을 영화를 한 번 더 들여다보게 하는 표시에 가깝습니다.

황금종려상 트로피는 왜 야자수 모양일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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