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한화 경기를 챙겨볼 때 하주석의 타석은 꽤 눈길이 갔다. 주전 자리를 보장받은 선수의 타석이라기보다, 제한된 기회에서 다시 자기 몫을 보여줘야 하는 선수의 타석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2025시즌을 앞두고 맺은 FA 계약은 1년 보장 연봉 9천만 원에 옵션 2천만 원, 최대 1억 1천만 원이었다. 그리고 한 시즌 뒤 그의 2026년 연봉은 2억 원이 됐다. 숫자만 보면 시원한 반등이다. 그런데 그 사이 기록을 펼쳐보면 이야기는 조금 더 흥미로워진다.
FA 계약서에 적힌 금액은 2억 원이 아니었다
먼저 금액부터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하주석이 2025년 1월 한화와 맺은 FA 계약은 최대 1억 1천만 원짜리 단년 계약이다. 2억 원은 그 계약을 마친 뒤 책정된 2026시즌 연봉이다. 보장 연봉 9천만 원을 기준으로 하면 약 122%가 올랐지만, 옵션까지 포함한 FA 계약 최대액을 연봉과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기준이 다른 두 숫자를 섞으면 인상 폭만 지나치게 커 보인다.
당시 하주석의 처지도 편하지 않았다. 한화는 유격수 심우준을 영입했고, 내야 경쟁은 치열해졌다. 하주석은 한때 주전 유격수였지만 2023년에는 25경기, 2024년에는 64경기 출전에 그쳤다. 2022년 음주운전으로 받은 징계도 선수 평가에서 지울 수 없는 부분이었다. 단년 계약은 구단의 신중한 판단이자, 선수에게는 다시 경기로 답해야 하는 조건이었다.
95경기와 82안타가 보여준 반등
KBO 기록실 기준으로 하주석은 2025년 95경기에 나서 276타수 82안타, 타율 0.297을 기록했다. 4홈런과 28타점, 출루율 0.337과 장타율 0.391을 더한 OPS는 0.728이다. 2024년의 64경기 40안타와 비교하면 출장 경기는 31경기, 안타는 42개 늘었다. 단순히 타율을 유지한 데서 그치지 않고 더 많은 기회를 받아 안타 생산량을 키운 셈이다.
물론 0.297이라는 타율만 떼어 놓고 전성기 복귀를 선언하기는 어렵다. 2024년에도 타율은 0.292로 높았지만 타수는 137타수였다. 2025년에는 276타수까지 표본을 늘리며 비슷한 타격 감각을 이어갔다는 점이 더 의미 있다. 반대로 장타는 14개의 2루타와 4개의 홈런에 머물렀다. 중심 타선의 해결사라기보다, 내야에서 타석을 맡겼을 때 안타를 기대할 수 있는 선수에 가까웠다.
가을 무대에서도 자기 몫을 남겼다. KBO 기록실에 남은 2025년 한국시리즈 성적은 5경기 16타수 5안타, 타율 0.313에 3타점이다. 짧은 시리즈의 타율을 시즌 전체의 실력처럼 읽을 수는 없지만, 팀이 큰 경기를 치를 때 타석에 설 수 있었다는 사실은 95경기라는 정규시즌 기록과 함께 볼 만하다. 연봉 2억 원은 이런 한 시즌의 활용도와 결과를 인정한 숫자로 읽힌다.
2억 원을 받은 다음 시즌은 달랐다
그런데 ‘증명’이라는 말은 2025년에서 멈춰야 정확하다. 2026년 하주석은 한화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7월 KIA로 트레이드됐다. 두 팀에서 치른 정규시즌 기록을 합치면 71경기 225타수 56안타, 타율 0.249에 4홈런 22타점이다. 2025년보다 출장 경기는 24경기, 안타는 26개 줄었고 타율도 0.048 낮아졌다. 연봉이 오른 뒤의 시즌까지 상승세가 이어졌다고 쓰기에는 무리가 있다.
여기서도 경기 수와 타율을 함께 봐야 한다. 출전 기회가 줄면 안타 총량도 줄기 쉽다. 하지만 타율 하락은 기회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2025년의 좋은 타격을 계속 보여줄 수 있는지, 그리고 수비와 출루까지 포함해 내야 한 자리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맡길 수 있는지는 2026년에도 숙제로 남았다. 시즌 중 팀을 옮긴 변화까지 겪었으니, 한 해의 숫자를 한화 시절과 같은 조건에서 나온 결과로 볼 수도 없다.
연봉보다 오래 남는 건 다음 타석의 신뢰다
하주석의 지난 두 시즌을 보면 2억 원은 FA 시장에서 새로 받은 거액 계약이 아니라, 낮아졌던 평가를 2025년 경기력으로 끌어올린 결과다. 그 과정에서 95경기와 82안타는 분명한 근거였다. 동시에 2026년의 71경기와 0.249는 그 반등을 꾸준한 흐름으로 이어가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보여준다.
그래서 나는 하주석의 이야기를 연봉 인상률 하나로 기억하고 싶지 않다. 한 번 더 기회를 얻을 만한 타석을 만들어낸 시즌이 있었고, 그다음에는 다시 경쟁을 치러야 했다. 숫자 뒤에 남는 장면은 결국 그거다. 2억 원은 지난 활약에 붙은 가격표였고, 다음 경기에 나설 이유는 매번 그라운드에서 새로 만들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