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꼬치어묵탕을 끓이면 같은 재료를 써도 국물 맛이 달라집니다. 대개는 어묵을 너무 일찍 넣거나 센 불로 오래 끓인 경우예요. 저는 육수를 먼저 만들고, 간은 조금 싱겁게 한 뒤, 어묵은 먹기 직전에 넣습니다. 이 순서만 지켜도 국물이 한결 맑고 시원해져요.
2~3인분 재료와 어묵 손질
물 1.2L, 사각어묵 300g, 무 150g, 대파 1대, 국물용 멸치 12g, 다시마 5g을 준비합니다. 간은 국간장 1큰술과 소금 3분의 1작은술부터 시작할 거예요. 1큰술은 15mL, 1작은술은 5mL 기준입니다. 나무 꼬치는 6개 정도면 됩니다. 어묵의 크기와 두께가 제각각이라 무게를 기준으로 맞추는 편이 정확합니다.
무는 1cm 두께의 나박한 조각으로 썰고, 대파는 흰 부분과 푸른 부분을 나눠 둡니다. 사각어묵은 길게 반으로 접어 꼬치에 지그재그로 꽂으세요. 너무 촘촘하게 꿰면 접힌 안쪽이 늦게 데워지니 사이를 조금 벌립니다. 꼬치 끝이 냄비 밖으로 길게 나오면 손잡이가 뜨거워질 수 있어 길이도 확인하고요.
어묵 표면의 기름이 신경 쓰인다면 끓는 물에 10초만 담갔다가 건져 물기를 털어 주세요. 오래 데치면 어묵 맛까지 빠집니다. 저는 국물을 맑게 내고 싶을 때만 짧게 데칩니다. 제품에 따라 기름기가 적다면 이 과정은 건너뛰어도 괜찮아요.
육수는 무를 익히고 어묵은 나중에 넣습니다
냄비에 물 1.2L와 무, 멸치, 다시마, 대파 흰 부분을 넣고 중불에 올립니다. 멸치는 머리와 내장을 떼면 쓴맛이 덜하고, 작은 멸치라면 그대로 써도 됩니다. 물이 끓기 직전 다시마를 건지세요. 계속 끓여도 못 먹을 국물이 되는 건 아니지만, 오래 끓이면 미끈한 맛이 도드라질 수 있습니다.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중약불로 낮춥니다. 작은 기포가 꾸준히 올라오는 정도로 8분 끓인 뒤 멸치를 건지고, 무는 7분 더 익힙니다. 젓가락이 무에 큰 힘 없이 들어가면 됐어요. 이때 국물이 많이 줄었다면 뜨거운 물을 보태 1L 안팎으로 맞춥니다. 처음부터 물을 적게 잡으면 간을 맞추기도 전에 짜지기 쉽습니다.
국간장 1큰술을 넣고 한 숟갈 맛봅니다. 여기서는 약간 싱거운 게 맞아요. 어묵에서도 짠맛이 나오거든요. 국물이 충분히 끓은 뒤 꼬치를 넣고 중불에서 4~5분 데웁니다. 접힌 부분까지 뜨거워지면 대파 푸른 부분을 넣고 1분만 더 끓이세요. 간을 보고 부족할 때 소금을 두세 꼬집씩 더합니다. 처음부터 소금 3분의 1작은술을 전부 넣기보다 나눠 넣는 편이 안전해요.
재료가 없거나 양을 바꿔야 한다면
멸치가 없으면 물 1.2L에 무와 다시마를 넣어 같은 순서로 끓여도 됩니다. 국물이 조금 담백하니 어묵을 넣은 뒤 국간장을 반 큰술 정도 더할 수 있어요. 다시마가 없다면 멸치와 무만으로도 괜찮습니다. 둘 다 없을 때는 물 1L에 무를 충분히 익히고 어묵을 넣으세요. 그때는 육수의 깊은 맛보다 어묵 자체의 맛이 중심이 됩니다.
무가 없으면 양파 4분의 1개를 넣어 단맛을 보탤 수 있습니다. 다만 양파는 오래 끓이면 국물이 달아지니 멸치를 건질 때 함께 건지세요. 쑥갓이나 청양고추는 있으면 마지막 1분에 넣고, 없으면 빼도 됩니다. 청양고추를 처음부터 넣으면 매운맛이 국물 전체에 퍼져 아이와 함께 먹기 어려울 수 있어요.
1인분만 끓인다면 물 600mL, 어묵 150g, 무 75g, 국간장 반 큰술로 줄입니다. 멸치와 다시마도 절반쯤 쓰되, 끓이는 시간은 그대로 두세요. 적은 양은 물이 빨리 줄어드니 뚜껑을 살짝 덮고 끓인 다음, 어묵을 넣기 전에 국물 양을 확인하면 좋습니다.
국물이 짜거나 어묵이 불었을 때
국물이 짜다면 소금을 더 넣지 않는 건 물론이고, 먼저 뜨거운 물 100mL를 보태 한 번 끓여 맛보세요. 그래도 짜면 50mL씩 더합니다. 차가운 물을 한꺼번에 많이 넣으면 온도가 떨어지고 국물 맛도 밋밋해집니다. 무가 남아 있다면 몇 조각 더 넣어 5~7분 끓인 뒤 간을 다시 보는 방법도 있어요.
국물이 탁해졌다면 대부분 어묵을 센 불에 오래 끓였거나 거품을 그대로 둔 경우입니다. 떠오른 거품을 걷고 불을 낮추세요. 이미 퍼진 탁함을 완전히 되돌리기는 어렵지만 맛까지 망한 건 아닙니다. 어묵이 지나치게 불었다면 꼬치를 먼저 건져 두고, 국물만 따로 데워 그릇에서 합치면 더 퍼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제가 주방 초반에 자주 했던 실수는 꼬치를 꽂자마자 오래 팔팔 끓이는 것이었어요. 뜨겁게 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어묵은 이미 익혀 나온 재료라 속까지 데우는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식탁에 오래 둘 예정이라면 냄비에서 꼬치를 잠시 건져 두었다가 먹을 만큼만 다시 데우는 편이 마지막 한 꼬치까지 맛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