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벽돌숲의 시간여행

붉은 벽돌숲의 시간여행

대전 도심에서 만나는 1950년대 풍경

대전광역시 대덕구 한남로 70, 한남대학교 대전캠퍼스 안에는 울창한 숲과 오래된 선교사 가옥이 어우러진 오정동 선교사촌 인돈학술원이 자리하고 있다. 1955년부터 1958년까지 조성된 이곳은 대전광역시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돼 있으며, 1950년대 건축과 생활문화의 흔적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도심 한가운데에 있지만 선교사촌으로 들어서면 분위기가 차분하게 바뀐다. 키 큰 나무가 만든 그늘 아래로 흙길과 잔디밭이 이어지고, 그 너머에는 붉은 벽돌과 기와지붕을 갖춘 가옥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숲과 건축물이 자연스럽게 맞물린 풍경에서는 오랜 시간 보존된 문화유산의 정취가 묻어난다.

영화와 드라마가 선택한 공간

선교사촌 입구의 촬영지 안내판은 이곳에서 촬영된 작품과 주요 장면을 소개한다. 클래식하면서도 이국적인 건축과 고즈넉한 숲길을 갖춘 덕분에 시대극부터 코미디까지 여러 작품의 배경으로 활용됐다.

  • 영화 덕혜옹주 2016년 작품으로, 시대극의 배경이 되는 공간으로 등장했다.
  • tvN 드라마 마더 2018년 방영작의 정갈하고 차분한 장면에 활용됐다.
  • 영화 정직한 후보 2020년 작품으로, 라미란과 김무열이 출연한 장면 일부가 선교사 가옥에서 촬영됐다.
  • 영화 보고타 2024년 작품의 배경으로도 등장했다.

안내판에 담긴 작품 속 장면과 실제 건물의 구도를 비교하면 같은 공간이 작품마다 어떻게 다르게 활용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붉은 벽돌 외벽과 기와지붕, 나무가 둘러싼 진입로가 함께 화면에 담기면서 선교사촌 특유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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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문화유산을 지키는 산책길

인돈학술원으로 이어지는 오솔길 입구에는 한남대학교와 인돈학술원의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설치돼 있다. 주변에는 사진만 담아 가고 발자국 외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말자는 취지의 안내문도 마련돼 있다. 방문객에게 조용히 산책하되 자연과 문화유산을 훼손하지 말아 달라는 뜻을 전한다.

산책로에는 아름드리나무가 짙은 그늘을 만들고, 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흙길 주변에는 풀과 잔디가 펼쳐져 있다. 풀벌레 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 소리가 겹치는 가운데 붉은 벽돌 가옥이 천천히 시야에 들어온다. 인공적인 장식보다 숲과 오래된 건물이 만들어 내는 차분한 경관이 중심을 이룬다.

한남대학교 설립의 역사를 새긴 공간

잔디밭 주변에는 대학설립위원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이 비석에는 1956년 4월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들이 한남대학교의 모태인 대전기독학관을 설립한 역사와 설립위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오늘날 한남대학교가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기록물이다.

가옥 사이의 자연석 길을 따라가면 한남대학교 설립자인 인돈 윌리엄 앨더먼 린튼 박사의 흉상을 만날 수 있다. 린튼 박사는 1891년에 태어나 1960년에 세상을 떠났다. 흉상 주변으로는 푸른 잔디와 붉은 벽돌집, 큰 나무가 배치돼 있어 선교사촌의 역사적 성격을 한눈에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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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건축이 한 건물에

오정동 선교사촌의 핵심 관람 요소는 서양식 붉은 벽돌벽과 한국식 기와지붕이 결합된 절충식 건축이다. 벽체에는 붉은 벽돌을 촘촘하게 쌓았고, 지붕에는 한식 기와를 정갈하게 올렸다. 서로 다른 건축 요소가 한 건물 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1950년대 주거문화의 변화 과정을 보여준다.

실내 평면은 서양식 주거생활에 맞춘 구조를 갖췄지만, 외관에서는 처마 밑 서까래와 한옥을 떠올리게 하는 세부 요소를 확인할 수 있다. 처마 끝의 서양식 랜턴과 단정한 기와선이 나란히 보이는 장면도 이곳의 건축적 특징을 잘 드러낸다.

기와의 세부도 눈여겨볼 만하다. 암막새와 수막새에는 연꽃 문양이 표현돼 있어 전통 건축의 장식성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붉은 벽돌, 목재 현판, 기와와 서까래가 한 시야에 들어오면서 동서양 생활양식이 공존했던 당시의 모습을 전한다.

대나무 숲과 장독대에 남은 생활 흔적

가옥 뒤편 산책로에는 대나무가 빽빽하게 자란 구간이 있다. 바람이 불면 대나무 잎이 서로 스치는 소리가 숲길을 채우고, 그 아래에는 여러 개의 항아리와 장독대가 모여 있다. 서양 선교사들이 한국에 정착해 생활하며 한국의 식문화와 생활양식을 받아들였던 흔적으로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자연석을 놓아 만든 길은 가옥과 가옥 사이를 잇는다. 반듯하게 정비된 도로와 달리 돌의 형태를 살린 길이어서 주변 숲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나무 그늘과 대나무 숲, 장독대가 이어지는 풍경은 선교사촌이 건물만 보존한 장소가 아니라 당시 생활상의 단면까지 전하는 공간임을 보여준다.

오정동 선교사촌 핵심 정보

구분내용
명칭오정동 선교사촌 인돈학술원
위치대전광역시 대덕구 한남로 70 한남대학교 대전캠퍼스 내
조성 시기1955년부터 1958년
지정 현황대전광역시 문화유산자료
주요 인물한남대학교 설립자 인돈 윌리엄 앨더먼 린튼 박사
주요 시설선교사 가옥, 대학설립위원 기념비, 린튼 박사 흉상, 교육실습실
관람 요소붉은 벽돌과 한식 기와의 절충식 건축, 숲길, 대나무 숲, 장독대, 촬영 장소

배움과 문화가 이어지는 문화유산

산책로 끝자락에서는 너른 풀밭과 선교사 가옥의 전경을 함께 볼 수 있다. 배롱나무꽃이 피는 시기에는 화사한 꽃과 붉은 벽돌 건물이 숲을 배경으로 어우러진다. 가옥의 단단한 벽돌 현관 옆에는 교육실습실이라고 적힌 목재 현판이 걸려 있다.

이 현판은 선교사촌이 과거의 건축물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에도 배움과 문화가 이어지는 공간임을 보여준다. 학생과 주민이 오가는 대학 캠퍼스 안에서 문화유산이 보존되고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오정동 선교사촌은 대전의 교육사와 근대 주거문화, 동서양 절충 건축, 영상 작품의 촬영 흔적을 한 산책길에서 살펴볼 수 있는 장소다. 조용한 숲길을 따라 가옥과 기념비, 흉상, 대나무 숲을 차례로 둘러보면 1950년대부터 이어진 공간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붉은 벽돌숲의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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