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빛축제에 갔다가 골목에서 더 오래 걸었다

구미 빛축제에 갔다가 골목에서 더 오래 걸었다

얼마 전 구미의 가을밤을 걷다가, 환한 축제장보다 그 옆 골목에서 발걸음이 더 느려졌다. 음악이 들리는 쪽으로 가다가도 저녁을 먹으러 나온 동네 사람들 사이에 섞이면 여행 온 기분이 조금 달라진다. 2026년 구미 빛축제는 인동도시숲과 진평음식문화특화거리 일원에서 열렸다. 이름만 들으면 조명 앞에서 사진을 찍는 밤을 떠올리기 쉬운데, 내가 기억하는 장면은 숲길과 식당가를 오가던 사람들의 평범한 저녁에 가깝다.

인동도시숲에서 먼저 걸음을 늦췄다

이날은 곧장 공연이 열리는 거리로 들어가지 않고 인동도시숲 쪽부터 걸었다. 축제의 중심에 바로 서면 사람과 소리가 한꺼번에 밀려오지만, 숲에서는 어디로 갈지 천천히 정할 여유가 있었다. 나무 사이로 걷다가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을 따라 방향을 잡았다. 큰 명소 하나를 보고 이동하는 여행과 달리, 이곳에서는 걷는 시간 자체가 일정의 일부였다.

구미시 안내를 보니 이날 오후 3시부터 인동·진미 도시숲문화축제와 진평 맛깨비 축제가 함께 열렸다. 벌룬쇼와 마술쇼도 같은 시간대에 시작됐다.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는 낮부터 머물 이유가 있었겠지만, 조용한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연 시간을 기준으로 동선을 생각하는 편이 좋겠다. 무대 가까이는 활기가 크고, 조금만 방향을 틀면 주변 동네의 저녁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빛을 따라가니 식당가의 저녁이 나왔다

숲에서 진평음식문화특화거리로 넘어가니 분위기가 바뀌었다. 무대 쪽의 소리와 식당 앞에서 메뉴를 고르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한 길에서 만났다. 축제를 보러 온 사람도 있었고, 평소처럼 저녁을 먹으러 나온 듯한 사람도 있었다. 그 사이를 걷는 시간이 좋았다. 관광지만 따로 떼어 놓은 공간이 아니라, 동네가 잠시 더 밝아진 것처럼 느껴졌다.

구평별빛공원에서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벼룩장터가 열렸고, 먹거리와 어린이 체험 공간도 마련됐다. 다만 여러 행사가 겹친 만큼 중심 거리에서 한적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조용히 걷고 싶다면 무대 앞에 오래 머무르기보다 숲과 식당가 사이를 자기 속도로 오가는 편이 낫다. 골목을 지날 때는 식당 출입구나 주택 앞을 막지 않도록 잠깐씩 비켜 섰다. 누군가에게는 여행지여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늘 다니는 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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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시작되자 사람의 흐름도 달라졌다

구미시가 알린 일정에는 오후 5시 30분 버스킹, 6시 30분 개막식과 축하공연이 잡혀 있었다. 실제로 저녁 무렵에는 무대 쪽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많아졌다. 내가 좋아하는 고요한 골목 여행과는 거리가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도 축제의 열기를 아예 피하기보다 잠시 가까이 가서 듣고, 다시 걸어 나오는 방식은 괜찮았다. 음악이 멀어질수록 발소리와 가게 문 여닫는 소리가 조금씩 돌아왔다.

사람이 적은 곳을 좋아한다면 구미 빛축제를 ‘한적한 축제’로 생각하고 가기보다는, 붐비는 구간과 쉬어 갈 구간이 가까이 붙어 있는 밤으로 생각하면 편하다. 특히 공연을 보려는 사람에게 좋은 자리는 산책하는 사람에게는 오래 서 있기 어려운 자리일 수 있다. 사진 한 장을 위해 줄을 서기보다 걷다가 마음에 드는 풍경 앞에서 잠깐 멈추는 쪽이 내게는 더 잘 맞았다.

다음에 간다면 일정부터 다시 확인할 것이다

2026년 행사는 10월 31일에 열렸다. 지금 같은 분위기를 떠올리며 떠날 사람이라면 먼저 구미시의 새 행사 안내를 확인해야 한다. 해마다 날짜와 프로그램이 같다고 생각하고 가면 헛걸음할 수 있다. 인동도시숲과 진평음식문화특화거리를 목적지로 잡고, 행사 날에는 현장 안내에 따라 걷는 길을 정하는 게 편하겠다. 사람이 몰리는 저녁에는 주차할 곳을 찾는 시간까지 넉넉히 잡는 편이 마음도 덜 급하다.

구미에서 돌아와 떠올린 건 가장 밝았던 장식보다 숲에서 식당가로 이어지던 길이다. 잠깐 공연을 듣고 다시 동네의 저녁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빛축제에 간 밤이었지만, 오래 남은 건 불빛 사이로 보이던 구미 사람들의 일상이었다.

구미 빛축제에 갔다가 골목에서 더 오래 걸었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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