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매 물건을 볼 때면 등기부의 작은 숫자 하나가 계속 눈에 밟힙니다. 전셋집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예요. 집주인이 “보증보험 가입되니까 걱정 마세요”라고 말해도, 저는 그 말보다 선순위 근저당과 보증금부터 계산합니다.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집주인이 계약 종료 후 돌려주지 못한 보증금을 보장하는 상품이지만, 신청했다고 무조건 가입되는 건 아닙니다.
보증금 액수보다 먼저 보는 숫자가 있다
hug 전세보증보험 가입 조건을 물으면 수도권 7억 원, 그 밖의 지역 5억 원 이하라는 기준부터 듣기 쉽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다만 보증금이 그 안에 들어온다는 것과 해당 집이 심사를 통과한다는 것은 별개예요. HUG가 인정한 주택가격의 90%에서 선순위채권 등을 뺀 금액이 보증한도입니다. 전세보증금과 선순위채권 등을 합쳐도 그 90%를 넘으면 안 됩니다.
가령 HUG가 인정한 주택가격이 3억 원이고 선순위 근저당이 5천만 원이라면, 계산상 보증한도는 2억 2천만 원입니다. 전세보증금이 2억 3천만 원이면 1천만 원 차이로 기준을 넘습니다. “이 동네는 3억 5천만 원에 거래돼요”라는 중개업소의 말만 믿고 계약했다가, HUG의 주택가격 산정액이 3억 원으로 나오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특히 빌라는 호가와 실제 거래가격, 공시가격 사이가 벌어진 경우가 있어 계약 전에 HUG 기준으로 다시 숫자를 맞춰봐야 합니다.
선순위채권에도 별도 기준이 있습니다. HUG 안내상 선순위채권은 주택가액의 60% 이내여야 합니다. 여기서 주택가액은 주택가격의 90%입니다. 집값 대비 보증금 비율만 맞는다고 지나칠 항목이 아니죠. 등기부 을구에서 근저당의 채권최고액과 설정일을 확인하는 이유입니다.
등기부가 조용해 보여도 다가구는 한 번 더 본다
경매장에서 다가구주택을 볼 때 가장 답답한 순간은 다른 방의 보증금을 모를 때입니다. 한 건물에 세입자가 여럿인데, 내 방 계약서와 등기부만 들여다봐서는 앞선 세입자의 보증금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 어렵거든요. HUG도 단독·다중·다가구주택은 보증한도를 계산할 때 앞선 세입자의 선순위 전세보증금을 반영합니다.
예를 들어 집 전체의 HUG 인정 주택가격이 5억 원이고, 선순위 근저당이 1억 원, 먼저 들어온 세입자들의 보증금이 2억 원이라고 해보죠. 주택가격의 90%는 4억 5천만 원이니, 단순 계산상 남는 한도는 1억 5천만 원입니다. 내가 보증금 2억 원으로 들어가려 한다면 막힐 수 있습니다. 게다가 다가구는 다른 세입자의 보증금과 선순위채권 등을 합친 금액이 주택가액의 80% 이내인지도 따로 봅니다. 실제 심사에는 후순위 세입자나 공실의 최우선변제금까지 반영될 수 있어, 이 계산 하나로 가입 가능하다고 단정하면 위험합니다.
저라면 다가구 계약 전 타 전세계약체결내역과 전입세대 관련 서류를 확인하고, 임대인이나 중개사가 다른 세입자의 보증금 정보를 내놓지 못하면 멈춥니다. “다들 보험 들었어요”라는 말은 내 계약의 보증한도를 증명해주지 못합니다.
집과 계약서의 상태도 가입을 가른다
HUG의 보증 대상에는 아파트,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다중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이 들어갑니다. 반면 근린생활시설은 대상이 아닙니다. 겉으로는 원룸처럼 꾸며진 방이라도 건축물대장에 근린생활시설로 잡혀 있다면 계약을 서두를 일이 아닙니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계약서나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의 주거용 표시도 확인해야 합니다.
등기부 갑구에는 경매신청, 압류, 가압류, 가처분, 가등기 같은 권리침해 사항이 없는지 봅니다. 건물과 토지의 소유자가 모두 임대인인지도 확인 대상입니다. 건축물대장에 위반건축물로 적힌 경우에도 가입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경매 물건을 분석할 때 등기부와 건축물대장을 나란히 펴는 습관이 전셋집을 볼 때 그대로 도움이 됩니다.
임차인 쪽 조건도 놓치기 쉽습니다. 실제로 거주하며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야 합니다. 전세계약 기간은 1년 이상이어야 하고, 원칙적으로 공인중개사를 통해 체결하고 날인한 계약서가 필요합니다. 기존 계약의 갱신에는 예외가 있을 수 있으니 계약 형태에 맞춰 HUG에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보증금 지급 내역은 나중에 제출할 수 있도록 이체 기록으로 남겨두는 게 좋습니다.
신청 시점이 지나면 좋은 집도 소용없다
신규 계약은 계약서상 잔금지급일과 전입신고일 중 늦은 날을 기준으로, 전세계약 기간의 절반이 지나기 전에 신청해야 합니다. 갱신 계약도 갱신 계약기간의 절반이 지나기 전이 기본입니다. 2년 계약이면 흔히 ‘1년 안에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전입신고가 늦었거나 계약이 갱신된 경우에는 시작점을 정확히 짚어야 합니다. 신청 가능 시점과 보증서 발급은 또 다르니 잔금 치르기 전부터 가입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게 낫습니다.
준비할 때는 확정일자를 받은 계약서, 보증금 지급 증빙, 주민등록등본, 등기부, 전입세대확인서 등을 챙깁니다. 주택 유형에 따라 건축물대장이나 다가구의 추가 서류가 필요합니다. 제출 목록과 심사 기준은 신청 시점에 HUG 안내로 다시 확인해야 해요. 전세대출에 질권 설정이나 채권양도가 얽혀 있다면 은행에도 미리 물어봐야 합니다.
보증료도 계약 비용입니다. HUG는 보증금액, 주택 유형, 부채비율과 계약기간에 따라 보증료를 계산합니다. 다만 제가 더 신경 쓰는 비용은 가입이 안 되는 집에 계약금을 걸었을 때 생깁니다. 마음에 드는 집이라도 선순위 권리와 다른 세입자의 보증금이 확인되지 않으면, 그 집은 제 기준에서 아직 계약할 준비가 안 된 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