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주택정비사업 매매 현장에서 가격표보다 먼저 본 것

가로주택정비사업 매매 현장에서 가격표보다 먼저 본 것

얼마 전 오래된 다세대주택을 보러 갔는데, 중개인이 집 안보다 먼저 조합 안내문을 펼쳤다. “새 아파트 받을 자리”라는 말에 매매가는 주변의 비슷한 빌라보다 꽤 높았다. 경매 물건을 볼 때도 그렇지만, 기대 수익이 가격표에 먼저 붙어 있으면 저는 서류부터 다시 본다. 가로주택정비사업 매매는 지금 있는 집을 사는 거래이면서, 앞으로 생길 권리와 비용까지 떠안는 거래이기 때문이다.

조합이 있다는 말과 내 권리가 있다는 말

처음 확인할 것은 사업 이름보다 진행 단계다. 주민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단계인지,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는지, 사업시행계획인가까지 났는지에 따라 확인할 서류가 달라진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일반적인 재개발과 절차가 같지 않다. 관리처분 내용도 사업시행계획에 담기므로, 다른 정비사업에서 듣던 단계 이름만 대입하면 날짜를 잘못 읽기 쉽다.

매도인이 조합원이라고 해도 매수인이 그 지위를 그대로 받을 수 있는지는 별개다. 현행 소규모주택정비법 제24조는 투기과열지구에서 조합설립인가 후 건축물이나 토지를 양수한 사람의 조합원 자격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 예외는 있지만 매도인의 사정과 법에서 정한 요건을 따져야 한다. 그래서 저는 관할 구청의 인가 날짜와 거래 시점의 지역 지정 여부를 확인하고, 해당 물건의 조합원 지위 승계 가능 여부를 조합과 관할 부서에 각각 묻는다. 답은 가능한 한 문서로 남긴다.

등기부와 건축물대장도 나란히 놓는다. 한 건물의 호수가 늘어난 이력, 토지와 건물이 따로 거래된 이력, 공유지분 변화가 보이면 분양대상 여부를 더 확인해야 한다. 같은 골목의 빌라라도 권리 관계는 같지 않다. “옆집도 입주권을 받는다”는 말은 내가 살 호실의 증거가 되지 않는다.

분담금을 빼고 계산하면 수익이 커 보인다

매매가만 보면 싸 보이는 물건이 있다. 가령 3억 8천만 원에 산다고 가정해 보자. 예상 추가분담금이 1억 4천만 원이고, 취득 관련 비용 1천5백만 원, 이주 기간의 이자와 보유비용 2천만 원, 수리·명도·예비비 2천5백만 원이 든다면 총투입액은 5억 8천만 원이다. 새집을 6억 1천만 원에 팔 수 있다는 예상이 맞아도 차이는 3천만 원이다. 여기에는 매도 때의 세금과 중개비도 아직 들어가지 않았다.

더 조심할 부분은 ‘예상’이라는 글자다. 공사비, 금융비용, 일반분양 수입이 바뀌면 분담금도 달라질 수 있다. 저는 조합이 말로 알려준 숫자 하나보다 총회 자료, 사업시행계획, 종전자산 평가와 분담금 산출 근거를 본다. 자료가 아직 없다면 확정된 분담금처럼 계산하지 않는다. 분담금이 5천만 원 늘어도 자금을 댈 수 있는지, 준공이 1~2년 늦어져도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따로 적어 본다.

시세 역시 새 아파트의 최고 호가를 그대로 넣지 않는다. 비슷한 면적의 주변 준신축 실거래와 실제 분양 조건을 비교한다. 새로 받을 주택의 면적이나 층, 추가 선택 비용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가격에도 여유를 둔다. 수익표의 작은 오차가 아니라 투자 판단 자체가 바뀌는 항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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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로 샀다면 점유자 문제까지 내 계산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 구역의 집이 경매에 나오면 저는 권리분석을 두 번 한다. 먼저 평소처럼 등기부,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로 인수할 권리와 점유자를 확인한다. 그다음 낙찰 후 조합원 지위를 취득할 수 있는지 사업 서류와 법령을 대조한다. 입찰가를 잘 썼어도 이 두 번째 확인에서 문제가 나오면 처음 기대했던 거래가 아니다.

세입자가 있다면 보증금과 대항력, 배당 여부를 살핀다. 사업이 진행된다는 이유만으로 집이 곧 비거나 명도 비용이 사라지지 않는다. 실제 인도 시점과 이주 일정이 어긋나면 이자 부담이 늘고, 점유자와 협의할 시간도 필요하다. 현장에서는 사업 설명회보다 우편함의 이름, 전기 사용 흔적, 이웃의 말이 점유 상황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물론 그런 관찰도 공식 서류 확인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계약서에 쓰기 전에 확인할 문장들

일반 매매라면 계약 전에 매도인에게 조합 통지문과 납부 내역을 요청한다. 미납 분담금이나 이주비 대출이 있는지, 조합에 따로 내야 할 돈이 있는지 확인해야 인수할 부담을 계산할 수 있다. 계약서에는 매도인이 알린 사업 단계, 분양신청 여부, 미납액 처리, 자료와 다른 사실이 확인됐을 때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적는 편이 낫다. 다만 특약 한 줄이 법에서 제한한 조합원 자격을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저는 입찰장에서 싼값에 사는 것보다, 왜 싸게 나왔는지 알아내는 데 시간을 더 쓴다. 가로주택정비사업 매매도 비슷하다. 조합의 속도나 새 아파트 그림은 매력적일 수 있다. 그래도 내 이름으로 넘겨받을 권리와 끝까지 낼 돈이 확인되지 않으면, 가격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가로주택정비사업 매매 현장에서 가격표보다 먼저 본 것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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