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번 런던에 갔을 때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유명한 건물 앞이 아니라, 아침 장을 보고 돌아가는 사람들 사이를 걷던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다시 런던 여행 준비를 한다면 가고 싶은 명소보다 머물고 싶은 동네를 먼저 고를 것 같습니다. 걷는 걸 좋아한다면 이 순서가 꽤 잘 맞아요.
숙소는 하루를 시작할 동네부터 골랐어요
처음엔 중심가 숙소가 편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침마다 붐비는 곳을 지나 밖으로 나가는 게 제 여행 방식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이번엔 숙소를 볼 때 역과의 거리만큼 주변 골목을 살폈어요. 작은 식료품점이나 카페가 있는지, 저녁에 돌아와 걸을 길은 어떤지요.
동네를 먼저 정하면 하루 일정도 단순해집니다. 오전에는 가까운 곳을 걷고, 오후에 다른 지역으로 한 번 이동하는 식이에요. 숙소에서 역까지 걷는 시간과 가려는 동네까지의 환승 횟수는 예약 전에 따로 확인했습니다. 지도에서 가까워 보여도 매일 갈아타야 하면 생각보다 피곤하거든요.
햄프스테드에서는 목적지보다 걷는 시간을 남겼어요
햄프스테드에 갔던 날에는 역에서 내려 바로 햄프스테드 히스로 향하지 않았어요. 가게 앞을 지나고 주택가 골목으로 조금 돌아 걸었습니다. 큰길에서 한 블록만 벗어나도 발소리가 또렷하게 들리는 구간이 있었어요. 그러다 탁 트인 히스에 닿으니, 골목을 천천히 걸어온 시간이 더 좋게 느껴졌습니다.
이 동네를 일정에 넣는다면 반나절 정도 비워두는 편이 좋겠어요. 공원까지 갔다가 사진 몇 장 찍고 돌아오기에는 길 자체가 아깝습니다. 다만 햄프스테드도 늘 한적한 건 아니에요. 날씨 좋은 주말에는 걷는 사람이 많으니 조용한 분위기를 기대한다면 평일 오전이 더 어울립니다. 히스에는 흙길과 경사가 있는 구간도 있어 편한 신발이 필요했고요.
블랙히스는 공원에 들어가기 전이 좋았어요
블랙히스에서는 역 주변을 지나 넓은 초지 쪽으로 걸었습니다. 바람이 잘 통하고 시야가 길게 열려서, 건물 사이를 걷던 몸이 풀리는 기분이었어요. 제가 좋았던 건 특별한 볼거리보다 동네 사람들이 개와 걷거나 잔디를 가로질러 가는 평범한 모습이었습니다.
블랙히스는 그리니치 공원 남쪽에 있어 두 곳을 걸어서 이어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그리니치의 주요 명소까지 내려가면 분위기가 달라져요. 조용한 산책이 목적이라면 초지와 공원에서 시간을 쓰고, 명소 구경은 다음 일정으로 넘겨도 충분합니다. 런던에 왔다고 매일 유명한 장소를 채울 필요는 없더라고요.
출발 전에는 입국과 교통만 꼼꼼히 확인했어요
골목 산책은 느슨하게 해도 출발 전 확인할 일은 분명히 있습니다. 한국 여권으로 영국을 방문한다면 전자여행허가인 ETA 대상인지 영국 정부 안내에서 확인해야 해요. 신청에 쓴 여권으로 여행해야 하므로 여권을 갱신할 계획이 있다면 순서도 살피는 게 좋습니다. 항공권을 산 뒤에는 입국 준비를 미루지 않았어요.
런던 교통은 비접촉식 카드나 오이스터 카드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에서는 들어갈 때와 나올 때 같은 카드나 기기를 찍어야 하고, 버스는 탈 때 찍습니다. 휴대전화와 실물 카드를 번갈아 쓰면 이용 내역이 나뉠 수 있어 하나를 정해 쓰는 편이 마음 편했어요. 해외 발급 카드라면 사용 가능 여부와 수수료도 출국 전에 확인해두고요.
- 하루에 걸을 동네는 한두 곳만 고르기
- 숙소에서 역까지의 길과 환승 횟수 확인하기
- 비 오는 날에도 신을 편한 신발 챙기기
- 가게 영업시간과 당일 교통 운행 상태 확인하기
제 일정표에는 빈칸도 남겨둡니다. 문을 연 빵집 앞에서 잠깐 멈추거나, 처음 보는 길로 한 블록 더 걸을 수 있는 시간이요. 런던 여행 준비를 하며 가장 설레는 순간도 어쩌면 그 빈칸을 남겨둘 때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