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마다 미국 흥행표를 보다 보면 신작보다 개봉한 지 몇 주 된 영화가 더 눈에 띌 때가 있습니다. 2026년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가 그랬어요. 3주 차 다큐멘터리 ‘유 캔 씨 에브리싱’이 2주 차 호러 영화 ‘클레이페이스’를 근소하게 앞질렀습니다. 관람할 영화를 고르는 입장에서는 순위 자체보다 어떤 작품이 얼마나 버텼는지 보는 편이 더 흥미롭습니다.
이번 주 미국 박스오피스는 어떻게 움직였을까
박스오피스 모조의 주말 집계에서 1위 ‘유 캔 씨 에브리싱’은 약 1,145만 달러, 2위 ‘클레이페이스’는 약 1,100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두 작품의 차이는 약 44만 달러입니다. 3위 ‘와일드우드’는 약 895만 달러, 4위 ‘위커’는 약 436만 달러, 5위 ‘스트리트 파이터’는 약 366만 달러였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미국 박스오피스의 ‘북미’ 또는 ‘국내’ 흥행 수입은 미국과 캐나다 극장을 합친 수치입니다. 세계 흥행 수입이나 한국 관객 수와는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상위 10편의 주말 매출은 약 5,090만 달러로 전주보다 41.6% 줄었습니다. 전체 상영작 매출도 약 6,321만 달러로 전주보다 36.6% 낮았고요. 따라서 이번 1위의 매출을 여름 성수기 대작의 개봉 첫 주 성적과 곧바로 비교하면 흐름을 읽기 어렵습니다. 한 주의 시장 규모가 작아진 가운데, 기존 상영작 사이에서 순위가 바뀐 주말로 보는 게 정확합니다.
다큐멘터리는 어떻게 3주 차에 1위가 됐을까
‘유 캔 씨 에브리싱’은 실리콘밸리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를 따라가는 다큐멘터리입니다. 더 넘버스에 따르면 북미 개봉 첫 주말에는 855개 극장에서 약 1,560만 달러를 벌었고, 둘째 주에는 상영관을 2,655개로 늘리며 주말 매출도 약 1,873만 달러로 올랐습니다. 셋째 주에는 3,243개 극장에서 약 1,145만 달러를 기록하며 1위에 도달했죠. 상영관 확대가 순위 상승에 영향을 준 흐름입니다. 다만 셋째 주 매출 자체는 둘째 주보다 약 39% 줄었습니다. ‘1위에 올랐다’와 ‘매출이 계속 늘었다’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관람 전에는 상영 시간과 형식을 먼저 확인할 만합니다. 이 작품은 174분짜리 다큐멘터리로, 짧은 사건 재연극을 기대하고 들어가면 체감 길이가 다를 수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홈스의 실제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 관심이 있다면 인물의 배경을 조금 알고 보는 편이 좋겠지만, 이야기의 전개까지 미리 찾아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미국 등급은 언어 표현과 일부 노출을 이유로 R등급입니다.
2위와 3위는 어떤 관객에게 맞을까
‘클레이페이스’는 전주 1위에서 한 계단 내려왔습니다. 주말 매출은 약 1,100만 달러로 전주보다 54.2% 감소했지만, 1위와 격차는 크지 않았습니다. DC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해서 일반적인 슈퍼히어로 액션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작품의 중심은 자신의 몸을 변형하게 된 배우의 이야기이고, 더 넘버스는 장르를 호러로 분류합니다. 강한 유혈 장면과 신체 훼손 묘사 때문에 미국에서는 R등급을 받았습니다. 캐릭터의 이름보다 이런 표현 수위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관람 선택에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3위 ‘와일드우드’는 약 895만 달러로 전주 대비 하락 폭이 27.2%였습니다. 동생을 구하기 위해 신비한 숲으로 들어가는 소녀의 모험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린아이용 영화로 생각하면 조금 다를 수 있어요. 미국 등급은 PG-13이고, 판타지 폭력과 유혈 이미지 등이 등급 사유에 포함됩니다. 상영 시간도 132분입니다. 가족 관람을 계획한다면 아이가 긴 상영 시간과 다소 어두운 장면을 편하게 받아들일지 살펴보는 게 좋겠습니다.
순위 아래쪽에서 눈에 띄는 변화
4위 ‘위커’는 전주 5위에서 올라왔습니다. 주말 매출은 약 436만 달러로 전주보다 줄었지만 상영관이 903개 늘어 2,374개가 됐습니다. 바닷가 마을의 어부가 고리버들로 만든 남편을 주문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 영화로, 미국에서는 성적 내용과 언어 표현 등을 이유로 R등급입니다. 순위가 한 계단 올랐다고 매출까지 증가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6위에는 방탄소년단의 ‘아리랑’ 투어 라이브 뷰잉이 약 280만 달러로 새로 들어왔습니다. 일반 극영화와 달리 특별 상영 형태의 공연 콘텐츠라 상영 회차와 기간이 흥행 수치에 크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9위 ‘뉴욕의 마지막 소매치기’는 6개 극장에서 시작해 1,112개 극장으로 확대되면서 약 188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작품의 순위 상승은 관객 반응뿐 아니라 관람할 수 있는 극장이 얼마나 늘었는지도 함께 봐야 읽힙니다.
이번 주 미국 박스오피스는 다큐멘터리, 호러,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공연 실황이 나란히 눈에 들어오는 표였습니다. 제게는 1위 제목 하나보다 상영관 수, 전주 대비 변화, 관람 등급을 같이 읽었을 때 각 영화의 모습이 훨씬 또렷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