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채굴기 사양을 보다가 120 TH/s라는 숫자 앞에서 잠깐 멈췄다. 숫자는 큰데, 어느 정도 빠르다는 뜻인지 바로 와닿지 않았다. 해시레이트 단위는 낯설어 보여도 ‘1초 동안 계산을 몇 번 시도하느냐’로 읽으면 훨씬 간단하다.
해시레이트는 1초 동안의 계산 횟수
해시레이트는 채굴 장비가 1초 동안 해시 계산을 시도하는 속도다. 기본 단위는 H/s로, 1 H/s는 초당 한 번의 계산을 뜻한다. 장비가 빠를수록 숫자가 너무 길어져서 앞에 K, M, G, T 같은 단위를 붙여 짧게 표시한다.
여기서 ‘시도’라는 말이 중요하다. 계산을 많이 했다고 그만큼 코인을 바로 얻는 건 아니다. 채굴에서는 조건에 맞는 결과를 찾아야 하고, 다른 채굴자들과도 경쟁한다. 해시레이트는 장비의 작업 속도를 보여주는 숫자로 읽는 게 정확하다.
H/s부터 EH/s까지 읽는 순서
단위가 한 단계 커질 때마다 계산 횟수는 1,000배가 된다. 아래 순서만 기억하면 큰 숫자도 읽기 편하다.
- 1 KH/s: 초당 1,000번
- 1 MH/s: 초당 100만 번
- 1 GH/s: 초당 10억 번
- 1 TH/s: 초당 1조 번
- 1 PH/s: 초당 1,000조 번
- 1 EH/s: 초당 100경 번
예를 들어 1 TH/s는 1,000 GH/s이고, 1 PH/s는 1,000 TH/s다. 사양표에 적힌 120 TH/s는 초당 120조 번의 계산을 시도한다는 뜻이다. 같은 값을 0.12 PH/s로 적을 수도 있다. 숫자 모양은 달라도 속도는 같다.
반대로 0.5 EH/s를 TH/s로 바꾸면 500,000 TH/s다. 소수점이 붙은 큰 단위를 보면 느려 보일 수 있지만, 먼저 단위를 맞춰야 크기를 제대로 비교할 수 있다. Braiins의 해시레이트 변환 안내에서도 이런 단위 사이의 관계를 1,000배씩 이어서 표시한다.
단위를 맞춘 뒤 비교할 것
가령 장비 A가 100 TH/s이고 장비 B가 85,000 GH/s라면 어느 쪽이 빠를까. B의 85,000 GH/s를 TH/s로 바꾸면 85 TH/s다. 따라서 표시된 해시레이트만 놓고 보면 A가 B보다 약 18% 높다. 단위가 다를 때는 이처럼 한쪽을 바꿔 놓고 비교하면 된다.
그런데 같은 TH/s라고 해서 서로 다른 코인의 장비를 그대로 비교하면 곤란하다. 비트코인 채굴에 쓰는 SHA-256과 다른 채굴 알고리즘은 계산 방식이 다르다. 같은 사람이 1분에 푼 덧셈 문제 수와 어려운 퍼즐 수를 나란히 놓는 것과 비슷하다. 장비 성능을 비교할 때는 채굴 알고리즘과 대상 코인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표시 기간도 확인할 만하다. 채굴 풀 화면에는 최근 5분, 1시간, 24시간의 평균 해시레이트가 따로 나타나기도 한다. 짧은 기간의 수치는 오르내릴 수 있어서, 어느 시점의 숫자 하나만 보고 장비 상태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제품 사양의 표기 속도와 실제 화면에서 관측한 평균 속도도 구분해서 읽는 편이 좋다.
속도 옆에 전력 소모도 함께 보기
채굴기를 고를 때 해시레이트가 높으면 눈길이 간다. 하지만 전기를 얼마나 쓰는지도 같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두 장비가 모두 100 TH/s인데 A는 3,000W, B는 3,500W를 쓴다면, 같은 속도를 내는 데 A가 전력을 덜 소비한다.
이 차이를 표시할 때 쓰는 수치가 J/TH다. 앞의 예에서 A는 3,000을 100으로 나눈 30 J/TH, B는 35 J/TH다. 같은 알고리즘과 같은 조건에서 비교한다면 J/TH가 낮을수록 전력 효율이 좋다는 뜻이다. 3,000W 장비를 하루 내내 가동하면 전력 사용량은 3kW × 24시간으로 72kWh가 된다. 이 숫자에 자신의 전기요금을 적용해야 실제 비용에 가까워진다.
해시레이트가 높아도 채굴 보상이 일정하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전체 네트워크의 경쟁 정도, 채굴 난이도, 장비 가동 시간, 전기요금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그래서 사양표를 볼 때는 먼저 H/s 계열 단위를 맞춰 속도를 읽고, 그다음 전력 소모와 실제 운영 조건을 함께 보는 습관이 유용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