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불장 끝에 코인을 샀다가 오래 물린 뒤로는 ‘쉽게 번다’는 말이 들리면 계산기부터 켠다. 도지코인 채굴도 그랬다. 블록마다 1만 개가 나온다는 숫자만 보면 내 컴퓨터를 켜 두고 싶어진다. 그런데 그 보상이 내 지갑에 그대로 들어오는 건 아니다. 장비값과 전기료를 먼저 적어 보면 이야기가 꽤 달라진다.
집 컴퓨터로도 도지코인 채굴이 될까
도지코인은 작업증명 방식의 코인이다. 채굴기가 계산 작업을 수행하고, 유효한 블록을 찾으면 보상을 받는다. 도지코인 개발 문서에 따르면 목표 블록 간격은 약 1분이고, 현재 블록 보상은 1만 DOGE다. 다만 블록을 혼자 찾아야 그 보상을 받는 구조라서 개인 장비 한 대의 수입으로 읽으면 안 된다.
초기에는 그래픽카드로도 시도할 만했지만, 지금은 스크립트 알고리즘에 맞춘 전용 채굴기인 ASIC이 사실상 기준이다. 도지코인 공식 채굴 안내도 일반 PC나 그래픽카드 채굴은 전기료에 비해 수익이 거의 없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노트북을 밤새 켜 두거나 휴대전화 앱의 ‘채굴 시작’ 버튼을 누르는 걸 ASIC 채굴과 같은 일로 생각하면 손익을 잘못 잡기 쉽다.
도지코인은 라이트코인과 병합 채굴도 가능하다. 같은 계산 작업으로 두 네트워크의 채굴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장비 한 대로 보상이 무조건 두 배가 되는 건 아니다. 채굴 풀의 실제 지급 방식에 따라 DOGE와 LTC를 따로 받기도 하고, 한 종류로 환산해 받기도 한다. 풀을 고를 때 화면에 표시된 예상 수익의 지급 통화부터 확인해야 한다.
장비를 사기 전에 전기료부터 계산하기
채굴 수익 화면에서 제일 먼저 보는 숫자는 하루 예상 보상이 아니라 소비전력이다. 예를 들어 소비전력 1,500W인 장비를 하루 24시간, 30일 가동하면 1,080kWh를 쓴다. 전력 단가를 계산 편의상 kWh당 150원으로 놓으면 장비 전기료만 월 16만 2천 원이다. 냉방과 환기 전력은 빠져 있다. 실제 가정용 요금은 사용량과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지므로 150원을 내 요금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같은 조건에서 월 채굴 보상이 20만 원이고 풀 수수료가 1%라면, 보상 19만 8천 원에서 장비 전기료 16만 2천 원을 뺀 금액은 3만 6천 원이다. 장비값이 180만 원이라면 단순 회수 기간만 50개월이다. 고장, 가동 중단, 냉방비, 코인 가격 변동은 아직 넣지도 않았다. 반대로 예상 보상이 월 30만 원이어도 다른 조건이 같을 때 단순 회수 기간은 약 13개월이다. 작은 보상 차이로 판단이 크게 바뀐다.
그래서 계산할 때는 장비의 해시레이트와 소비전력, 실제 전기요금, 풀 수수료, DOGE와 LTC 보상, 장비 구입비를 한 표에 넣는다. 수익 계산기의 예상 채굴량은 네트워크 난이도와 전체 해시레이트가 바뀌면 달라진다. 코인 가격을 올려 넣어 겨우 흑자가 나는 계획이라면, 그건 채굴 수익보다 가격 상승에 기대는 계획에 가깝다.
직접 시작한다면 확인할 순서
수지가 맞는다고 판단해도 장비부터 주문하지는 않는다. ASIC은 소음과 열이 커서 둘 공간과 환기 방법이 필요하다. 중고 장비라면 표시된 해시레이트뿐 아니라 실제 가동 상태, 전원 장치, 수리 이력도 살핀다. 판매 글의 ‘하루 수익’은 작성 당시 가격과 난이도로 계산한 값일 수 있다.
- 스크립트 ASIC의 실측 소비전력과 해시레이트를 확인하고, 내 전기요금으로 월 비용을 다시 계산한다.
- 채굴 풀의 수수료, 최소 지급액, 지급 주기, DOGE·LTC 지급 방식을 읽는다. 최소 지급액이 높으면 소형 장비의 첫 출금이 예상보다 늦어진다.
- 받을 지갑의 코인 종류와 주소를 확인한 뒤 장비에 풀 설정을 입력한다. 소액을 먼저 지급받아 주소와 입금 내역을 대조한다.
- 가동 후에는 장비 화면의 해시레이트만 보지 말고 풀에서 인정한 작업량과 실제 지급액을 며칠간 비교한다. 연결 불량이나 거절된 작업이 많으면 예상 수익과 차이가 난다.
‘채굴 앱에 돈을 넣으면 매일 고정 수익을 준다’는 제안은 따로 경계한다. 실제 ASIC의 계산 작업과 운영 내역을 확인할 수 없는 계약이라면 채굴기 구입보다 상대방에게 돈을 맡기는 거래에 가깝다. 선입금과 장기 약정이 붙을수록 중간에 손실을 줄이기도 어렵다.
채굴과 직접 매수 중 어느 쪽이 맞을까
내가 처음 코인에 물렸을 때 놓친 건 가격이 아니라 손실을 견딜 범위였다. 채굴은 코인을 조금씩 얻을 수 있지만 장비값을 먼저 내고 전기료를 계속 부담한다. 가격이 떨어져도 전기요금 고지서는 그대로 온다. 반면 직접 매수는 장비와 운영 부담이 없지만, 코인 가격 하락 위험을 고스란히 진다.
도지코인을 보유하는 게 목적이라면 같은 금액으로 코인을 직접 샀을 때의 수량과 채굴기의 예상 순보상을 나란히 놓아 볼 만하다. 채굴을 택한다면 보상이 절반으로 줄거나 장비가 몇 주 멈춰도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인지 먼저 생각한다. 나는 그 계산에서 여유가 남지 않으면 장비를 사지 않는다. 채굴에서 오래 버티는 사람도 결국 수익 화면보다 비용 장부를 더 자주 보는 쪽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