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하게 반복되는 하루에도 사람마다 고유한 이야기가 있다. 동네를 천천히 걷는 시간,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순간,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문화예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평택 시민들의 일상에서 자라난 생활문화 활동이 한자리에 모여 풍성한 결실을 이뤘다.
평택 곳곳에서 이어진 시민의 문화예술 활동을 함께 돌아보는 통합행사 「2026 일상풍년」이 2026년 10월 14일부터 18일까지 남부문화예술회관과 지역 생활문화 거점에서 열렸다.
우리의 매일은 특별하니까
「2026 일상풍년」의 주제는 ‘우리의 매일은 특별하니까!’였다. 행사는 평택시문화재단이 한 해 동안 진행하거나 지원한 생활문화 및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소개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시민들과 나누는 자리로 꾸려졌다.
완성된 작품만 보여주는 일반적인 결과 전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점이 눈에 띄었다. 관람과 체험, 감상과 교류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도록 구성해 시민들이 평택의 생활문화를 직접 보고 느끼며 참여할 수 있게 했다.
행사의 중심 공간은 평택 남부문화예술회관 전시실이었다. 경기도 평택시 중앙로 277에 자리한 남부문화예술회관은 공연장과 전시실, 세미나실 등을 갖춘 평택 남부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공간이다. 행사 기간에는 전시실과 세미나실뿐 아니라 외부 공간까지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을 만나는 장소로 활용됐다.
행사 전 빈 전시실에는 안내물과 작품, 체험 공간이 차례로 들어섰다. 준비를 마친 뒤에는 관람객들이 작품 앞에 머물거나 테이블에 둘러앉아 체험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여러 참여 주체가 채운 공간은 시민의 활동 과정까지 보여주는 생활문화 현장으로 완성됐다.
네 가지 흐름으로 만난 생활문화
「2026 일상풍년」은 일상 전시, 일상 부스, 일상 시네마, 일상패스라는 네 가지 흐름으로 구성됐다. 전시를 둘러본 뒤 체험에 참여하거나, 영상을 감상하고 공간 곳곳의 프로그램을 찾아가는 방식이었다.
전시실에서 열린 ‘일상 전시’에는 평택시문화재단이 한 해 동안 진행하거나 지원한 여러 생활문화·문화예술교육 활동이 모였다. 전시된 주요 사업과 기록은 다음과 같다.
- 생활문화 활성화 지원사업 활동 결과물
- 민간문화공간 활성화 사업 「잼단지」
- 어르신 문화향유 지원사업 「느린기억의 예술학교」
- 평면도 스튜디오 아카이브
- 생활문화 매거진 「평생 레시피」
- 문화예술교육 활동 과정과 기록
전시장 곳곳에서는 문화예술이 일부 사람만 누리는 특별한 활동이 아니라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돌아보고, 주변 사람을 만나며, 지역의 모습을 기록하는 과정에서도 문화예술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다양한 결과물로 보여줬다.
어르신의 기억이 작품이 되다
어르신 문화향유 지원사업 부스에서는 「느린기억의 예술학교」 결과물이 소개됐다. 공감문화예술아카데미 깨비와 배다리경로당, 가내마을경로당 어르신들이 함께한 활동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였다.
사진과 작업물에는 어르신들의 기억과 경험이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표현된 과정이 담겼다. 관람객들은 작품 사이를 빠르게 지나가기보다 사진과 기록을 하나씩 살펴보며 참여자들의 시간을 마주했다.
행사 당일에는 활동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직접 도슨트로 나서 작품과 활동을 설명했다. 결과물뿐 아니라 참여자의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도록 마련된 프로그램으로, 어르신들이 문화예술 활동의 주체로 관람객과 만나는 시간이 됐다.
평택의 일상을 기록한 평면도
평면도 스튜디오 부스에서는 아카이브 전시 「2026 평면도 맵핑」이 펼쳐졌다. 평면도 스튜디오는 평택의 일상과 문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생활문화 아카이브 웹진 플랫폼이다.
부스에는 그동안 제작된 웹진과 활동 기록이 전시됐으며, 평택 생활문화 매거진 「평생 레시피」도 함께 소개됐다. 관람객들은 평면도 스튜디오를 만들어가는 에디터들의 소개를 살펴보고, 매거진과 웹진에 담긴 지역 이야기를 직접 읽을 수 있었다.
‘2027년 평면도 스튜디오에서 만나고 싶은 주제’를 시민들이 적는 참여 공간도 운영됐다. 시민의 관심사가 다음 기록의 소재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부스 옆에는 평면도 스튜디오 웹진의 문장을 활용해 자신만의 책갈피를 만드는 공간과 평택의 문화예술 장소를 함께 표시하는 지도가 마련됐다. 관람객은 알고 있는 공간이나 추천하고 싶은 장소를 지도에 직접 남겼다. 기존 정보를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민 각자의 경험을 보태면서, 개인의 기억이 또 하나의 지역 기록으로 쌓였다.
손으로 완성한 일상 부스
행사 기간에는 생활문화 활동가와 단체,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지역 민간문화공간이 진행하는 참여 프로그램이 날짜별로 운영됐다. 시민들은 자신의 관심과 일정에 맞춰 프로그램을 골라 참여했다.
전시실과 세미나실 곳곳에서는 시민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재료를 다듬고 각자의 결과물을 만드는 장면이 이어졌다. 낡은 청바지 조각을 활용하는 ‘리:스티치 프로젝트’, 자신의 취향을 다이어리에 표현하는 활동, 소원 키링과 향수를 만드는 프로그램 등이 진행됐다.
재료와 진행 방식은 서로 달랐지만, 참여자가 자신의 생각과 취향을 직접 표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전시를 눈으로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손으로 만들며 생활문화의 의미를 경험하도록 구성됐다.
학생들이 만든 풍년 한 조각
2026년 10월 16일 금요일 오후에는 동일공업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하는 ‘풍년 한 조각’이 진행됐다. 학생들은 전시를 관람한 뒤 인상 깊었던 내용과 생각을 케이크 한 조각으로 표현했다.
한 학생은 평면도 스튜디오 전시를 본 뒤 기사를 쓸 때 지나치게 어렵게 고민하지 말라는 뜻을 담아 ‘고민’을 고구마와 민트의 조합으로 풀어낸 케이크를 선보였다. 전시에서 접한 이야기를 자신의 언어와 방식으로 다시 표현한 사례였다.
다른 사람의 활동을 보고 듣는 데서 끝나지 않고, 이를 자신의 경험과 연결해 새로운 결과물로 만드는 과정은 「일상풍년」의 취지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영상으로 돌아본 3년의 기록
전시와 체험 사이에는 영상으로 평택의 생활문화를 돌아보는 ‘일상 시네마’가 마련됐다. 이곳에서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 동안 진행된 생활문화예술 활동 영상이 상영됐다.
한 해의 결과만 다루지 않고 여러 해에 걸쳐 축적된 활동을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평택 생활문화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전시장에 놓인 작품과 기록이 현재의 결과를 보여줬다면, 일상 시네마는 그 결과가 만들어진 시간과 활동 장면을 전달했다.
노래와 사진으로 남긴 하루
행사장 곳곳에서는 관람객이 자신의 경험을 남길 수 있는 ‘일상 이벤트’도 진행됐다. ‘일상 DJ’에서는 지금 듣고 싶은 노래와 짧은 사연을 카드에 적을 수 있었다. 카드가 하나씩 모이면서 시민들의 하루와 취향이 드러나는 별도의 전시처럼 공간을 채웠다.
행사장을 방문한 평택시문화재단 이상균 대표이사도 노래 한 곡을 신청했다. 같은 공간을 찾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하루를 노래로 남기며 음악을 통해 경험을 공유했다.
‘일상 네컷’에서는 행사장에서 보낸 시간을 사진으로 기록할 수 있었다. 전시를 둘러본 시민들은 친구 또는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특별한 장비나 거창한 기록이 아니어도 한 장의 사진이 그날을 기억하게 하는 생활문화 아카이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각자의 속도로 걷는 일상패스
스탬프를 모으며 행사장을 둘러보는 ‘일상패스’도 운영됐다. 누구와 함께 방문했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에 따라 각자 다른 동선을 만들 수 있었다. 모든 일상패스 활동에 참여한 관람객에게는 기념 굿즈가 제공됐다.
관람객은 정해진 순서에 맞춰 모든 프로그램을 따라가기보다 자신의 속도와 방식으로 하루를 구성했다. 작품을 오래 감상하거나 체험을 중심으로 둘러보고, 영상을 본 뒤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등 선택의 폭을 넓힌 운영 방식이었다.
지역 문화공간으로 넓어진 행사
행사는 남부문화예술회관 안에 머물지 않았다. 대안공간 샐리, 모락모락, 문화살롱 도담, 흑&백 작업소 등 평택의 여러 생활문화 거점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렸다.
중심 행사장과 지역 공간을 함께 활용하면서 시민들이 생활권 가까이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만날 수 있도록 했다. 각 공간에서 이어진 프로그램은 평택의 생활문화가 하나의 시설에 한정되지 않고 지역 곳곳에서 꾸준히 펼쳐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시민의 시간이 만든 풍년
‘풍년’은 한동안 정성껏 가꾼 것이 풍성한 결실로 돌아온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2026 일상풍년」 전시장에는 한 해 동안 만들어진 결과물과 함께 그 뒤에 쌓인 시민들의 시간이 담겼다.
산책하고, 노래를 듣고,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기억을 글과 사진 또는 작품으로 표현하는 각각의 순간은 홀로 놓고 보면 평범한 하루의 일부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시간이 한자리에 모이자 평택 곳곳에서 얼마나 다채로운 문화예술 활동이 이어졌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풍경이 만들어졌다.
「2026 일상풍년」은 시민의 매일이 문화예술의 재료가 되고, 시민 한 사람의 경험이 지역의 소중한 기록으로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행사였다. ‘우리의 매일은 특별하니까!’라는 주제처럼 풍성한 생활문화를 만드는 출발점은 시민의 가까운 일상에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