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찰장에서 초보 투자자와 이야기하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공매는 집에서 입찰하니까 경매보다 쉬운 거 아닌가요?” 화면 앞에서 입찰할 수 있다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낙찰 뒤 점유자를 만나고 잔금을 마련하는 일까지 쉬워지는 건 아닙니다. 제가 경매 공매 차이를 설명할 때 입찰 장소보다 먼저 꺼내는 얘기가 권리와 명도인 이유입니다.
법원이 파는 물건인지, 공고 주체가 누구인지부터 본다
흔히 말하는 부동산 경매는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법원이 진행합니다. 대법원 법원경매정보에서 사건번호,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를 확인하고 정해진 매각기일에 응찰하죠. 낙찰을 받았다고 곧바로 끝나는 절차도 아닙니다. 매각허가와 대금 납부를 거쳐야 합니다.
공매는 범위가 더 넓습니다. 온비드에는 체납세금 징수를 위해 압류한 재산뿐 아니라 국유재산, 공공기관이 내놓은 재산 등도 올라옵니다. 그래서 ‘공매 물건’이라는 이름만 보고 낙찰 뒤 절차가 같을 거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제가 비교할 때 주로 이야기하는 건 캠코가 진행하는 압류재산 공매입니다. 일반재산 매각은 공고와 계약 조건부터 따로 읽어야 합니다.
입찰 방식도 다릅니다. 법원 부동산 경매는 보통 지정된 매각기일에 법원에서 입찰하고, 캠코 압류재산 공매는 온비드에서 정해진 기간에 전자입찰을 합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입찰표를 쓰거나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해야 할 일이 훨씬 많습니다.
권리분석은 서류 이름보다 날짜를 맞추는 일이다
경매에서는 등기사항증명서로 권리의 순서를 보고, 매각물건명세서의 인수 사항과 임차인 정보를 대조합니다. 현황조사서에 적힌 점유자와 실제 현장 사정이 맞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서류 한 장에 ‘문제없음’처럼 보이는 표현이 있어도 선순위 임차인이나 매수인이 떠안을 권리가 있는지 따져야 하죠. 대법원 판례에서도 경매로 취득했다고 모든 제한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압류재산 공매는 공매재산명세서와 공고문을 함께 읽습니다. 여기서 저는 세금의 법정기일, 임차인의 전입·확정일자, 배분요구 여부를 날짜 순서로 적어 봅니다. 체납세금 때문에 나온 물건이니 ‘압류가 먼저 보인다’는 인상만으로 권리 순서를 판단하면 위험합니다. 명세서의 점유자 정보도 현장 확인을 대신해 주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두 물건의 예상 낙찰가가 모두 2억 원이라고 해봅시다. 한쪽은 점유 관계가 분명하고 인수할 보증금이 없는데, 다른 쪽은 임차인의 보증금 인수 여부가 불명확하다면 같은 2억 원짜리 물건이 아닙니다. 보증금 3천만 원을 떠안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낙찰가를 몇백만 원 낮춰 쓰는 것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죠. 확인이 안 되면 저는 입찰을 접는 쪽을 택합니다.
낙찰 뒤 명도에서 체감 차이가 커진다
법원 경매에는 일정한 요건 아래 부동산 인도명령을 신청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대금을 납부한 뒤 6개월 안에 신청해야 하고,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점유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인도명령이 가능하다고 해서 문을 바로 열 수 있다는 뜻도 아닙니다. 협의, 송달, 집행에 시간과 비용이 듭니다.
압류재산 공매에는 법원 경매의 인도명령 절차를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없습니다. 점유자가 나가지 않으면 협의가 필요하고, 해결되지 않을 때는 인도청구 소송 등 별도 절차를 검토해야 합니다. 캠코도 압류재산 공매의 임차인 명도 책임이 매수자에게 있다고 안내합니다. 초보가 전자입찰의 편리함만 보고 점유 중인 주택에 들어가면 이 대목에서 발이 묶이기 쉽습니다.
저는 현장에 가면 초인종을 누르기 전에 우편함, 출입 흔적, 관리 상태부터 봅니다. 점유자를 만났다고 그 자리의 말만 믿고 비용을 확정하지도 않습니다. 서류상 점유자와 실제 거주자가 다를 수 있고, 연락이 닿는다고 이사 날짜까지 합의된 건 아니니까요. 명도비는 ‘잘되면 안 드는 돈’으로 빼놓기보다 일정과 자금 계획에 여유를 두고 잡습니다.
잔금 기한과 총비용을 적어야 입찰가가 나온다
공매는 입찰 전에 잔대금 납부기한을 특히 확인해야 합니다. 온비드의 캠코 압류재산 안내에 따르면 최초 공고가 2013년 1월 이후인 물건은 낙찰가 3천만 원 미만이면 매각결정기일부터 7일, 3천만 원 이상이면 30일이 납부기한입니다. 물건의 공고 시점과 매각결정통지서에 적힌 기한을 기준으로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경매도 법원이 정한 대금지급기한을 지켜야 하니, 어느 쪽이든 대출이 될 거라는 기대만으로 입찰가를 쓰면 안 됩니다.
숫자로 써보면 더 선명합니다. 낙찰가 2억 원, 취득 관련 비용 500만 원, 수리비 800만 원, 명도비 300만 원, 대출이자와 보유비 400만 원을 가정하면 투입액은 2억 2천만 원입니다. 2억 3천만 원에 팔려도 장부상 차이는 1천만 원입니다. 여기서 매도 중개보수와 양도 관련 세금, 예상보다 길어진 보유기간은 아직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취득세와 양도세는 보유 주택 수와 물건 조건에 따라 달라지므로 입찰 전에 자기 조건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경락잔금대출도 물건만 보고 확정할 수 없습니다. 금융기관의 심사, 소득과 기존 대출, 물건의 상태에 따라 가능한 금액과 시점이 달라집니다. 저는 입찰가를 정하기 전에 자기자금으로 메울 수 있는 부족분부터 적습니다. 공매든 경매든 낙찰의 기쁨은 하루지만 잔금과 점유 문제는 그다음부터 현실이 됩니다. 처음 시작하는 분이라면 싸게 보이는 물건보다 권리와 점유가 설명되는 물건을 고르는 편이 마음도, 자금도 덜 다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