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장 12회쯤 되면 점수판보다 불펜에 남은 투수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국시리즈에서는 그 시선이 15회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래도 승부가 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한국시리즈 무승부시 다음 날 곧장 같은 경기를 다시 하는지, 무승부가 어느 팀에 유리한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15회에도 동점이면 그 경기는 무승부다
KBO가 발표한 2026년 포스트시즌 운영 방식에 따르면 연장전은 최대 15회까지다. 15회가 끝나도 동점이면 무승부로 기록한다. 무승부는 어느 팀의 승수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한국시리즈가 7전 4선승제라는 말은 최대 일곱 경기에서 반드시 우승팀이 나온다는 뜻이 아니라, 한 팀이 4승을 먼저 거두면 시리즈가 끝난다는 뜻에 가깝다.
예를 들어 두 팀이 2승 2패인 상태에서 5차전이 무승부로 끝났다면 전적은 여전히 2승 2패다. 5차전 한 경기를 치른 사실은 남지만 우승까지 필요한 승수는 어느 쪽도 줄지 않는다. 점수판의 동점보다 다음 경기 선발과 불펜 운용이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다.
무승부 경기는 언제, 어디서 다시 열릴까
일정이 조금 독특하다. KBO 운영 안내는 한국시리즈에서 무승부가 나오면 예정된 최종전이 끝난 뒤, 무승부가 발생했던 구장에서 이동일 없이 이어서 경기를 치르도록 한다. 그러니 3차전이 비겼다고 해서 곧바로 그 경기를 다시 치르고 4차전으로 넘어가는 방식은 아니다. 우선 다음 차전으로 진행하고, 4승 팀이 가려지지 않았다면 추가 경기가 편성된다.
무승부가 7차전에서 나왔다면 그 구장이 곧 추가 경기 장소가 된다. 앞선 차전의 무승부가 남아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시리즈는 정규시즌 우승팀 홈에서 1·2·6·7차전, 플레이오프 승리팀 홈에서 3·4·5차전을 치르는 2·3·2 편성이다. 따라서 무승부가 난 장소에 따라 추가 경기의 구장도 달라질 수 있다. 한 시리즈에서 무승부가 두 경기 이상 나오면 KBO 안내상 하루의 이동일을 두고 연전으로 개최한다. 여러 구장이 얽힐 때는 실제 편성 공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적에는 0승, 체력에는 한 경기
승수에는 변화가 없어도 선수들이 치른 이닝은 사라지지 않는다. 15회까지 갔다면 정규 9이닝보다 6이닝을 더 소화한 셈이다. 양 팀이 모두 15이닝씩 수비했다면 두 팀을 합쳐 30이닝의 수비가 기록된다. 무승부 한 경기가 다음 경기의 투수 선택과 대타 카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가령 5차전이 15회 무승부이고 양 팀 전적이 2승 2패라면, 6차전은 여전히 우승으로 향하는 세 번째 승리를 놓고 싸우는 경기다. 그런데 양 팀 모두 전날 긴 이닝을 버텼다. 불펜을 일찍 가동한 팀은 선발투수에게 더 긴 이닝을 기대할 수 있고, 반대로 타선이 앞서 점수를 내주면 투수 교체를 서두를 여유가 생긴다. 이런 판단은 팀의 실제 투구 수와 휴식일에 따라 달라지니, 무승부 자체만 보고 어느 팀이 이득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비 때문에 멈춘 경기와는 구분해야 한다
비가 내려 경기가 중단되면 15회 동점 무승부와 처리 방식이 다르다. KBO는 2026년 포스트시즌에 노게임과 강우콜드를 적용하지 않고 서스펜디드 경기 규정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서스펜디드 경기는 멈춘 시점부터 이어 치르는 경기다. 반면 15회 동점 무승부는 그날 경기가 끝난 결과다. 이후 우승팀을 가리기 위해 추가 경기가 필요하면 일정이 붙는 구조다.
팬 입장에서는 경기 종료 직후 전적부터 확인하면 흐름이 잘 보인다. 양 팀 승수가 몇 승씩인지, 어느 구장에서 무승부가 났는지, 그리고 불펜이 몇 이닝을 책임졌는지. 같은 동점 경기라도 이 세 숫자에 따라 다음 경기의 표정이 꽤 달라진다. 나는 한국시리즈의 무승부를 볼 때 승패가 없는 하루보다, 다음 승부의 조건이 바뀐 하루로 기억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