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3일 한국시리즈 1차전을 보면서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최원태가 3회말 마운드를 내려오는 순간이었다. 삼성은 결국 KT에 7대8로 졌다. 한 점 차 경기였기에 선발투수가 내준 초반 5점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 경기를 최원태의 5실점만으로 설명하면, 8점 차까지 벌어졌던 경기를 한 점 차로 좁힌 삼성 타선의 흐름도 놓치게 된다.
2이닝 5실점, 숫자보다 아팠던 3회 시작
최원태의 1차전 기록은 2이닝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5실점이었다. 투구 수는 43개. 공을 많이 던져 지쳐서 내려온 경기는 아니었다. 1회에 3점을 내준 뒤 2회에는 세 타자를 모두 잡으며 잠시 안정을 찾았지만, 3회 첫 두 타자에게 연속 장타를 허용한 뒤 아웃카운트 없이 교체됐다.
1회부터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선두타자 최원준에게 안타를 맞았고, 도루와 폭투가 겹치며 주자가 3루까지 갔다. 이어 안현민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1사 1, 3루에서 샘 힐리어드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았고, 수비 실책까지 나오며 첫 이닝에 3점을 잃었다. 실책이 낀 이닝이었지만, 선두타자 출루와 주자 진루, 볼넷이 연달아 나온 만큼 투수의 부담도 스스로 커진 셈이다.
3회는 더 짧고 강렬했다. 김민혁의 2루타 뒤 안현민에게 투런 홈런을 맞았다. 2회 삼자범퇴가 반등의 신호처럼 보였는데, 다음 이닝에 곧바로 장타 두 개가 이어졌다. 삼성 벤치가 양창섭을 투입한 시점은 3회 무사. 선발에게 한 이닝을 더 맡기기 어려울 만큼 점수 차와 경기 흐름이 빠르게 바뀌었다.
플레이오프의 1⅔이닝이 다시 떠오른 이유
‘또’라는 말에는 바로 앞선 등판이 담겨 있다. 최원태는 10월 29일 KIA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1⅔이닝 2실점에 그쳤다. 당시에는 1회를 삼자범퇴로 끝냈지만 2회 볼넷 이후 안타가 이어졌고, 김태군과 하주석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아 2대0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38구만 던진 상태에서 배찬승에게 공을 넘겼다.
두 경기에서 던진 이닝은 합계 3⅔이닝, 실점은 7점이다. 두 번 모두 투구 수가 50개에도 못 미쳤다. 선발이 초반 타순을 넘어 긴 이닝을 책임지리라는 기대가 무너지면서 불펜은 예상보다 훨씬 일찍 움직여야 했다. 특히 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치르고 올라온 삼성에는 한국시리즈 첫 경기부터 이런 운영이 부담스러웠다.
그렇다고 ‘가을에는 늘 약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2025년 준플레이오프 SSG전에서는 6이닝 무실점, 한화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7이닝 1실점으로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2026년 정규시즌에도 24경기에서 125이닝을 던져 7승 5패, 평균자책점 4.68을 기록했다. 이번 두 번의 짧은 등판은 분명 아쉽지만, 좋은 가을 등판까지 지워 버릴 이유는 없다.
8대0에서 8대7, 패배 속에서도 달라진 경기
KT는 3회까지 5점을 냈고, 6회까지 점수 차를 8대0으로 벌렸다. 여기까지만 보면 초반 선발 싸움에서 승부가 기운 듯했다. 그런데 삼성은 7회에 5점, 8회에 2점을 올렸다. 구자욱의 7회 투런 홈런을 포함해 타선이 뒤늦게 살아났고, 마지막에는 한 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이 추격은 최원태의 5실점을 더 아쉽게 만든다. 삼성 타선이 끝내 7점을 냈으니 초반에 잃은 점수 하나하나가 결과와 직접 맞닿아 있다. 동시에 패배의 책임을 선발 한 사람에게만 돌릴 수도 없다. KT가 최원태 교체 뒤에도 3점을 더 냈고, 삼성은 6회까지 득점하지 못했다. 7대8이라는 최종 점수에는 초반 마운드의 흔들림과 늦게 시작된 추격이 함께 들어 있다.
다음 등판에서 봐야 할 것은 이닝의 길이
삼성은 다음 날 한국시리즈 2차전을 연장 12회 끝에 3대2로 잡아 시리즈를 1승 1패로 맞췄다. 한 경기 패배가 그대로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1차전의 조기 강판은 남은 경기에서 선발이 얼마나 오래 버텨 주느냐를 다시 보게 했다.
최원태에게 필요한 장면도 거창한 반전보다 익숙한 선발투수의 모습에 가까워 보인다. 주자를 내보낸 뒤 다음 타자를 어떻게 막는지, 한 번 흔들린 이닝 다음에도 마운드에 남아 있는지가 중요하다. 지난해 가을에는 그 긴 이닝을 실제로 보여줬다. 그래서 이번 두 경기의 숫자는 더 낯설고, 다음 투구를 더 궁금하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