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한국시리즈 경기를 보다가 9회가 끝났는데도 양 팀 불펜에 시선이 더 오래 머물렀다. 점수는 같아도 남은 투수와 다음 경기 일정은 같지 않다. 연장에 들어가면 한 이닝의 득점뿐 아니라 그 이닝을 막기 위해 누구를 쓰는지가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바꾼다. 한국시리즈 연장규정을 알고 보면 10회 이후의 교체가 훨씬 선명하게 읽힌다.
9회에 비기면 15회까지 갈 수 있다
2026년 KBO가 발표한 포스트시즌 운영 방식에 따르면 한국시리즈 연장전은 최대 15회까지다. 9회까지 동점이면 10회부터 승부를 이어가고, 15회를 마친 뒤에도 동점이면 그 경기는 무승부가 된다. 연장에 들어갔다고 반드시 그날 승자를 낼 때까지 경기하는 방식은 아니다.
여기서 ‘최대’라는 말이 중요하다. 원정팀이 연장 초에 앞서더라도 홈팀 공격이 남아 있다. 반대로 홈팀이 연장 말 공격에서 끝내기 점수를 내면 그 자리에서 경기가 끝난다. 15회를 매번 채우는 건 아니다. 한 팀이 앞선 채 해당 이닝의 공수 절차가 끝나면 그때 승패가 확정된다.
정규시즌과 섞어 기억하면 헷갈린다. 2025년부터 KBO 정규시즌 연장 한도는 11회이고, 포스트시즌은 15회다. 같은 팀의 경기라도 10월 이전에 보던 투수 운용과 한국시리즈에서 보는 투수 운용이 달라지는 이유 중 하나다. 9회가 끝날 때 동점이라면 감독에게는 최대 여섯 이닝의 추가 수비가 남는다.
무승부는 패배가 아니지만 4승에도 보탬이 안 된다
한국시리즈는 7전 4선승제다. 먼저 4승을 거둔 팀이 우승한다. 그래서 15회 무승부는 어느 팀의 승수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가령 3승 2패인 팀이 다음 경기를 비기면 4승이 되는 게 아니라 3승 2패 1무가 된다. 우승까지 필요한 승리는 여전히 하나다.
일정에도 여파가 있다. KBO의 2026년 포스트시즌 발표는 와일드카드를 제외한 시리즈에서 무승부가 나오면 시리즈 최종전 뒤, 무승부가 발생한 구장에서 경기를 이어 편성한다고 설명한다. 무승부가 한 경기라면 별도 이동일 없이, 한 시리즈에서 두 경기 이상이면 하루의 이동일을 둔 뒤 연이어 치른다. 다만 실제 추가 경기의 개최 여부는 남은 승수와 시리즈 진행 결과에 따라 봐야 한다. 어느 팀이 먼저 4승에 도달하면 우승팀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기록을 볼 때도 ‘몇 차전에서 비겼다’와 ‘시리즈가 끝났다’는 전혀 다른 말이다. 무승부 경기는 그날의 투구 수와 출전 기록을 남기지만, 우승에 필요한 네 번째 승리는 주지 않는다. 팬 입장에서는 전광판의 1무보다 다음 경기 선발과 불펜의 남은 체력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실제 15회 무승부는 다음 날까지 흔들었다
2006년 삼성과 한화의 한국시리즈 5차전이 좋은 사례다. 양 팀은 15회까지 1대1로 비겼다. 삼성은 3회 선취점을 냈고 한화는 7회 따라붙었지만, 그 뒤로 누구도 결승점을 만들지 못했다. KBO 연감에 남은 경기 시간은 5시간 15분이다. ‘비겼다’는 한 단어로는 투수진이 버틴 긴 밤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 경기가 끝났을 때 삼성의 시리즈 전적은 3승 1패 1무였다. 다음 6차전에서 삼성이 3대2로 이겨 4승 1패 1무로 우승했다. 무승부 때문에 자동으로 한 경기를 더 치른 사례로 읽기보다는, 5차전에서 승수를 채우지 못해 다음 경기에서 네 번째 승리를 따내야 했던 사례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동시에 15이닝을 치른 뒤 바로 다음 승부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도 보여준다.
최근 경기에서도 연장 한도가 주는 긴장감이 드러났다. 2026년 11월 4일 한국시리즈 2차전은 삼성이 KT를 연장 12회 끝에 3대2로 꺾었다. 9회 동점 이후에도 최대 15회까지 갈 수 있다는 조건에서 양 팀은 한 점을 지키고 만들기 위해 투수를 잇달아 썼다. 이 경기는 15회에 닿지 않았지만, 12회 승리가 시리즈 전적을 1승 1패로 돌려놓았다는 점에서 연장 한 이닝의 무게가 컸다.
연장전 기록은 점수 옆 숫자까지 봐야 재미있다
연장에 들어간 경기를 다시 볼 때 나는 최종 점수보다 먼저 세 가지를 확인한다. 9회까지의 동점 과정, 10회 이후 투수 교체 시점, 그리고 다음 경기까지의 간격이다. 1대1로 15회까지 간 경기와 5대5로 10회에 끝난 경기는 똑같이 ‘연장 경기’지만, 타선이 놓친 기회와 불펜이 떠안은 부담은 다르다.
특히 12회 이후에는 한 타자의 출루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점수를 내면 즉시 승부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득점하지 못하면 다음 수비를 맡길 투수를 또 골라야 한다. 이미 마무리 투수를 썼는지, 긴 이닝을 맡을 투수가 남았는지에 따라 감독의 대타 선택도 달라 보인다. 이 부분은 규정에 적힌 결과가 아니라 기록을 따라가며 읽는 경기 운영의 맥락이다.
비 때문에 멈춘 경기와 15회 무승부도 구별할 필요가 있다. KBO는 2026년 포스트시즌에 노게임과 강우콜드를 적용하지 않고 서스펜디드 규정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비로 중단된 경기는 정해진 방식에 따라 이어 치르는 문제이고, 15회까지 정상적으로 치른 뒤 동점인 경기는 무승부다. 전광판에 경기가 멈췄다고 떠도 두 상황의 기록과 일정은 같지 않다.
한국시리즈에서 10회는 단순히 보너스 이닝이 아니다. 15회라는 끝이 정해져 있고, 비겨도 네 번째 승리는 얻지 못한다. 그래서 연장전의 한 점은 그날의 승패만이 아니라 다음 경기의 투수 운용까지 함께 건드린다. 나는 긴 승부를 볼 때 점수판 옆 투수 이름과 시리즈 승수를 자꾸 같이 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