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드라마를 한 편 몰아보고 엔딩곡까지 다시 찾아 들었는데, 노래 하나가 장면 전체를 데려오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하현상의 음악을 들을 때도 비슷합니다. 조용히 시작한 곡이 어느새 감정을 크게 흔들어 놓죠. 그래서 2026년 10월 열린 하현상 콘서트 ‘Funny Family’의 무대 구성을 살펴보니, 곡을 어떤 순서로 들려줬는지가 특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공연장을 직접 다녀온 후기는 아니고, 공개된 공연 내용에 제 취향을 보탠 관전 포인트입니다. 신곡의 내용은 건드리지 않지만, 무대 순서와 연출은 일부 이야기할게요.
사흘로 늘어난 공연, 이름부터 달랐던 분위기
‘Funny Family’는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렸습니다. 처음에는 24일과 25일, 두 차례 공연이 예정돼 있었는데 예매 시작 직후 매진되면서 23일 공연이 추가됐죠. 결과적으로 사흘 동안 세 번 관객을 만났습니다. 이 흐름만 봐도 하현상의 노래를 무대에서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이 갑니다.
공연명은 살짝 의외였어요. 하현상 하면 먼저 떠오르는 건 차분하고 서정적인 노래인데, ‘Funny Family’는 훨씬 장난스럽고 가까운 느낌이잖아요. 공개된 공연 소개에는 음악을 매개로 모인 사람들이 서로에게 이어진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저는 이 설정이 좋았습니다. 가수와 관객의 관계를 거창하게 설명하기보다, 같은 노래를 좋아해서 한자리에 앉게 된 우연에 집중하는 느낌이었거든요.
무대에는 액자처럼 공간을 둘러싼 디오라마 형태의 세트가 놓였고, 공연장에 은은한 향기를 더하는 연출도 시도됐다고 합니다. 화면과 조명뿐 아니라 공간의 감각까지 공연에 끌어들인 셈이죠. 다만 이런 장치는 사람마다 취향이 갈릴 수 있습니다. 저는 노래를 듣는 데 도움이 되는 정도라면 반갑지만, 향에 민감한 관객이라면 달리 느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 곡부터 조용한 발라드만 예상했다면
오프닝 곡은 ‘No wayway’였습니다. 이어 ‘RADIO RADIO’, ‘Tiny Dance’, ‘까만 낮’ 같은 곡이 나왔고요. 이 순서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공연이 처음부터 울컥하는 분위기만 밀어붙이지 않았다는 거예요. 하현상의 목소리를 섬세한 발라드로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초반의 리듬감과 풀 밴드 사운드가 꽤 신선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드라마를 볼 때도 초반부터 눈물 나는 장면을 연달아 쌓는 작품보다, 인물의 밝은 얼굴을 먼저 보여주는 작품에 더 마음이 갑니다. 그래야 뒤에 조용한 장면이 왔을 때 감정의 폭이 커지거든요. 이번 공연의 초반 곡 배치도 비슷하게 읽혔습니다. 물론 실제 현장에서 체감한 속도와 음량은 좌석마다 달랐겠죠. 그래도 공개된 순서만 놓고 보면, 하현상을 ‘잔잔한 노래만 하는 가수’로 알고 온 사람의 예상은 초반부터 조금 깨졌을 듯해요.
그 사이 다큐멘터리 형식의 인터뷰 영상도 들어갔습니다. 야구를 즐기는 일상, 음악을 만들며 하는 고민, 팬들에게 느끼는 고마움이 담겼다고 해요. 저는 이런 영상이 공연의 호흡을 바꾸는 장면이라고 봅니다. 노래가 이어질 때는 멜로디를 따라가다가, 화면 속 이야기가 시작되면 그 노래를 만든 사람 쪽으로 시선이 옮겨가니까요. 반대로 노래가 끊기지 않고 쭉 이어지는 공연을 선호한다면 잠시 흐름이 느려진다고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익숙한 곡 사이에 놓인 새로운 무대
중반 이후에는 ‘Playback’, ‘Pain’, ‘오디세이’, ‘소년의 방’, ‘등대’ 같은 곡과 기타 연주가 이어졌습니다. 제목만 봐도 이미 여러 번 들은 노래를 기다린 팬에게는 반가운 구간이죠. 특히 저는 ‘등대’처럼 제목부터 장면이 그려지는 곡이 라이브에서 어떻게 들렸을지 궁금했습니다. 음원으로 들을 때 혼자 품었던 감정이, 공연장에서는 같은 부분을 기다리는 관객들 사이에서 조금 다른 표정을 갖게 되니까요.
이번 공연에서는 당시 미발매 상태였던 신곡 무대도 처음 공개됐습니다. 여기서 곡의 분위기나 내용을 넘겨짚고 싶지는 않아요. 현장에서 처음 들은 사람의 놀라움은 그대로 남겨두는 편이 좋으니까요. 다만 익숙한 대표곡 사이에 처음 듣는 노래가 들어갔다는 구성 자체는 흥미롭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하현상과 앞으로 만나게 될 하현상이 한 공연 안에 함께 놓인 셈이니까요.
호불호도 여기서 갈릴 것 같습니다. 대표곡을 빠짐없이 듣고 싶은 관객이라면 새로운 곡에 쓰인 시간이 아쉬울 수 있어요. 저는 오히려 신곡 한 곡이 공연을 특정한 시기의 기록으로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음원으로 다시 들었을 때 ‘그때는 이 노래를 아무도 몰랐지’ 하고 떠올릴 장면이 생기잖아요. 공연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이 바로 그런 데 있다고 봅니다.
앙코르가 남긴 감정의 순서
앙코르에서는 ‘Dawn’과 ‘불꽃놀이’가 나왔고, 마지막 곡은 관객과 함께 호흡한 ‘기다려줘’였습니다. 공연 전체는 두 시간을 넘겼다고 합니다. 저는 이 마지막 순서가 꽤 오래 마음에 남았어요. 제목만 따라가도 새벽에서 불꽃놀이를 지나 기다림으로 이어집니다. 우연히 그렇게 들릴 수도 있지만, 공연장을 나서는 순간에 ‘기다려줘’를 남긴 선택은 긴 여운을 만들었을 것 같아요.
하현상 콘서트를 떠올리면 저는 화려한 장면 하나보다 감정의 속도가 먼저 궁금합니다. 이번 ‘Funny Family’는 밝게 문을 열고, 노래와 인터뷰로 사람의 얼굴을 보여주고, 익숙한 곡과 새로운 곡을 지나 함께 부르는 마지막 곡에 닿았습니다. 공개된 구성만으로도 한 시즌을 끝까지 본 듯한 흐름이 느껴져요. 언젠가 그 노래들을 현장에서 듣게 된다면, 저는 마지막 곡이 끝난 뒤 관객석에 잠깐 남는 고요함까지 기억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