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명도소송까지 가보니 입찰가가 달라졌다

공매명도소송까지 가보니 입찰가가 달라졌다

공매 물건을 보러 갔다가 현관 앞에서 발길을 돌린 적이 있습니다. 안에서는 사람이 사는 기척이 났고, 공고에는 ‘점유 관계는 매수인 책임’이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그날 다시 계산한 건 낙찰가가 아니라 집을 비워 받기까지 들어갈 돈과 시간이었습니다. 공매명도소송을 생각해야 하는 물건은 싸게 사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공매라고 다 같은 절차는 아니다

먼저 매각 주체와 방식을 구분해야 합니다. 세금 체납으로 압류된 재산을 파는 공매도 있고, 신탁회사가 계약에 따라 파는 물건도 온비드에서 만납니다. 화면에서 ‘공매’라는 글자만 보고 권리관계와 인도 조건을 똑같이 취급하면 위험합니다. 공고문, 재산명세, 매매계약 조건을 물건별로 읽어야 합니다.

법원 경매를 해본 분은 잔금을 낸 뒤 인도명령을 떠올립니다. 민사집행법 제136조는 법원 경매 매수인이 대금 납부 후 6개월 안에 신청할 수 있는 절차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온비드 공매 낙찰자에게 그 절차가 그대로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점유자가 나가지 않고 매수인에게 인도를 거절할 권리도 없다면, 공매 매수인은 대개 점유자를 상대로 건물인도청구 소송을 검토하게 됩니다. 반대로 점유자가 매수인에게 대항할 권리가 있다면 소송을 낸다는 이유만으로 내보낼 수 없습니다.

제가 입찰 전에 보는 순서도 그래서 정해져 있습니다. 등기부의 권리와 압류 관계를 확인하고, 공고문에 적힌 인수 조건을 읽은 다음, 실제 누가 점유하는지 따로 확인합니다. 서류에 ‘소유자 점유’라고 적혀 있어도 현장에는 임차인이나 가족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 번 방문해 문이 닫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점유자를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싼 낙찰가보다 먼저 볼 사람

숫자를 바꿔 재구성한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주변 거래 사례를 살펴볼 때 2억 원 안팎으로 보이던 아파트가 공매에서 1억 6천만 원에 나왔습니다. 차액 4천만 원만 보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하지만 현장에는 임차인이 살고 있었고, 보증금과 입주 시점에 관한 자료가 서로 맞지 않았습니다. 이 단계에서 ‘명도비 몇백만 원 주면 되겠지’ 하고 입찰가를 쓰는 건 너무 빠릅니다.

임차인의 계약서, 전입 시점, 실제 점유, 확정일자, 배당 또는 인수 가능성을 함께 봐야 합니다. 어느 권리가 살아남는지는 공매 종류와 선순위 권리, 각 날짜의 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매수인이 떠안을 보증금이 있다면 애초에 수익 계산이 바뀝니다. 점유자가 유치권을 주장하는 물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장한다는 말만으로 권리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장에서 그 주장을 가볍게 넘길 이유도 없습니다.

소송 상대가 누구인지도 중요합니다. 공고문에 적힌 이름과 지금 문을 열고 생활하는 사람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점유자를 잘못 특정하면 서류를 준비하고 송달하는 데 들인 시간이 허비될 수 있습니다. 저는 현황조사 자료와 현장 방문 기록을 맞춰 보고, 불분명한 부분은 입찰 전에 비용을 들여서라도 확인합니다. 확인이 안 되는 물건은 예상 이익을 더 낮춰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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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자가 나가지 않으면 실제로 하는 일

잔금을 치른 뒤에는 점유 상황을 다시 확인합니다. 낙찰 전 조사와 잔금 납부 뒤 상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도 일정에 합의할 수 있다면 날짜, 열쇠 전달, 남은 짐 처리, 지급할 돈이 있는지까지 문서로 남깁니다. 말로만 ‘다음 달에 나가겠다’고 한 약속은 이사 날짜가 다가오면 서로 다르게 기억하기 쉽습니다.

협의가 되지 않고 점유자의 대항할 권리도 없다고 판단되면 건물인도청구 소송을 검토합니다. 이때 소유권을 취득했음을 보여 주는 자료와 상대방의 점유 사실, 공매 관련 서류를 챙깁니다. 소송 중 점유자를 다른 사람으로 바꿔 판결을 집행하기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면 점유이전금지가처분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가처분을 받았다고 곧바로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판결을 받아도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나가지 않으면 집행 절차가 남습니다. 집행관을 통한 강제집행에는 절차 비용이 들고, 남은 짐의 보관 문제도 생길 수 있습니다. 자물쇠를 임의로 바꾸거나 짐을 밖으로 빼는 방식은 피해야 합니다. 소유권을 취득한 것과 스스로 점유자를 내보내도 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입찰표에 적히지 않는 비용을 계산했다

아까 사례에서 차액 4천만 원을 그대로 수익으로 적을 수는 없습니다. 취득세 등 취득 비용, 대출 이자, 비어 있지 않아 활용하지 못하는 기간, 소송과 집행 비용, 수리비, 나중에 팔 때의 비용과 세금을 따로 넣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추가 비용을 1천만 원, 점유 문제가 길어지는 동안의 금융비용을 5백만 원으로 가정하면 겉으로 보인 차액은 2천5백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이 숫자도 실제 견적이 아니라 입찰가를 판단하기 위한 가정일 뿐입니다.

특히 보증금 인수 여부가 불분명하거나 점유자의 권리 주장이 강한 물건에는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붙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물건에 관심이 생기면 ‘최소한 얼마에 팔릴까’보다 ‘인도가 늦어져도 잔금대출 이자를 버틸 수 있나’를 먼저 묻습니다. 대출 만기와 이사 시점은 낙찰자의 사정을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공매명도소송은 낙찰 뒤에 갑자기 생기는 변수가 아닙니다. 입찰 전에 점유자와 권리를 확인하고, 협의가 실패할 때의 시간과 비용까지 가격에 넣으면 피해야 할 물건이 꽤 선명해집니다. 저는 아직도 현관 앞에서 사람 사는 소리가 들리면 입찰가부터 다시 씁니다.

공매명도소송까지 가보니 입찰가가 달라졌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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