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 입찰장에서 앞사람이 봉투를 들고 한참 서 있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가족 대신 왔다는데 위임장에 찍힌 도장과 인감증명서의 인영이 달랐습니다. 집에서 쓰던 도장을 무심코 찍은 겁니다. 가격을 아무리 잘 써도 서류가 맞지 않으면 입찰할 수 없습니다. 경매 대리입찰 인감증명서는 그날 법정에 없는 사람이 정말 입찰을 맡겼는지 확인하는 서류입니다.
가족이 대신 가도 위임장은 필요하다
본인 명의로 입찰하면서 배우자나 자녀가 법원에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이니까 신분증만 있으면 되겠지 싶지만, 법원 입장에서는 대리인입니다.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의 경매 안내에도 본인의 인감도장이 날인된 위임장, 본인의 인감증명서, 대리인의 신분증과 도장을 준비하도록 적혀 있습니다. 입찰보증금도 별도로 챙겨야 합니다.
여기서 ‘본인’은 법원에 가는 사람이 아니라 낙찰받을 명의자입니다. 아내 명의로 낙찰받을 계획이라면 아내가 위임인이고, 남편이 대신 간다면 남편이 대리인입니다. 남편의 인감증명서를 가져가거나 입찰표의 명의자를 남편으로 적으면 처음 계획과 다른 입찰이 됩니다. 저는 서류를 받을 때부터 ‘누구 명의로 살 것인가’를 먼저 확인합니다.
인감증명서보다 위임장 도장을 먼저 본다
인감증명서만 발급받았다고 준비가 끝난 건 아닙니다. 위임장에 찍힌 위임인의 도장이 증명서의 인영과 맞아야 합니다. 경매 입찰표의 흠을 다루는 법원 기준에는 사문서인 위임장에 인감증명서가 붙어 있지 않거나 두 인영이 다르면 개찰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도장 이름이 비슷해 보여도 집에서 쓰는 다른 도장을 찍었다면 위험합니다.
위임장에는 위임인과 대리인의 이름, 주소, 해당 경매 사건과 위임 내용을 빠짐없이 적습니다. 입찰표의 본인·대리인 표시도 위임장과 대조합니다. 특히 사건번호가 비슷한 물건을 여러 개 보러 다닌 날에는 서류를 재활용하지 않습니다. 위임인에게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한 번에 받아, 봉투에 넣기 전 인영과 인적 사항을 나란히 놓고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인감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한 위임장과 경매 입찰을 맡기는 위임장도 서로 다릅니다. 주민센터에서 대리로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았다고 해서 그 발급용 위임장을 경매법정에 내면 되는 게 아닙니다. 발급 단계의 서류와 입찰 단계의 서류를 섞어 챙기는 실수를 실제로 자주 봤습니다. 오래 보관해 둔 인감증명서가 있다면 그대로 들고 가기보다 새로 발급받고, 해당 법원의 안내에서 발급일 기준도 확인하는 게 안전합니다.
입찰 당일에는 보증금과 명의까지 다시 맞춘다
서류가 맞아도 보증금이 부족하면 소용없습니다. 최저매각가격이 2억 원이고 매수신청보증이 10%라면 2천만 원을 준비합니다. 다만 재매각 등으로 보증 비율이 달라질 수 있으니, 금액을 외워서 가져가면 안 됩니다. 매각기일 전에 법원경매정보의 사건 내역과 매각 공고를 다시 봐야 합니다. 기일이 변경되거나 취하되는 일도 있습니다.
저는 대리입찰을 맡으면 전날 위임장, 위임인의 인감증명서, 제 신분증과 도장, 보증금을 한곳에 놓습니다. 법정에서는 입찰표의 매수신청인과 대리인을 구분해 적고, 입찰가격은 봉투에 넣기 직전 다시 읽습니다. 입찰가격을 잘못 적어 고치면 개찰에서 제외될 수 있어 새 입찰표를 쓰는 편이 안전합니다. 투입한 봉투를 다시 꺼내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서류가 완벽해도 물건은 따로 검증해야 한다
대리입찰 서류는 입찰 자격을 확인할 뿐, 물건의 수익성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의 임차인 정보, 등기사항증명서의 권리관계, 현황조사서의 점유 상태는 위임인도 직접 봐야 합니다. 대리인이 대신 제출한다는 이유로 입찰가까지 대충 맡기는 건 더 위험합니다. 예를 들어 예상 매도가와 입찰가의 차이가 3천만 원이어도 취득세, 대출이자, 수리비, 명도비, 중개비를 빼면 남는 돈은 훨씬 적습니다.
대리인에게는 사건번호와 물건번호, 입찰가 상한을 분명히 전달합니다. 현장에서 경쟁이 치열해 보여도 상한을 올리지 않는다는 약속이 필요합니다. 인감증명서 한 장을 꼼꼼히 챙기는 태도와 입찰가를 지키는 태도는 결국 같습니다. 법정에 들어가기 전 멈춰서 확인하는 몇 분이, 낙찰 뒤 몇 달의 후회를 막아줄 때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