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소를 100곳 넘게 다니면서 여행 마지막 날마다 비슷한 장면을 봤다. 캐리어는 이미 꽉 찼는데 선물 가게 앞에서 커다란 병과 깨지기 쉬운 장식품을 집어 드는 장면이다. 밴쿠버 여행 선물도 사진만 보고 고르면 실패하기 쉽다. 예뻐 보이는 것과 한국까지 무사히 가져와 실제로 쓰거나 먹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메이플 시럽은 병보다 성분표를 먼저 봤다
캐나다 선물 하면 메이플 시럽부터 떠오른다. 무난한 선택인 건 맞다. 다만 단풍잎 모양 병이 예쁘다고 바로 사기에는 내용물 차이가 있다. 포장 앞면의 그림보다 원재료에 메이플 시럽이 들어 있는지, 다른 시럽을 섞은 제품인지 먼저 확인하는 편이 낫다. 캐나다 식품검사청의 등급 안내에는 메이플 시럽의 색상 구분도 나와 있다. 색이 연한 제품과 진한 제품은 향의 인상이 달라서, 평소 팬케이크보다 커피나 요거트에 넣어 먹을 사람이라면 취향까지 생각해 고르면 좋다.
솔직히 큰 유리병 하나는 선물용으로 썩 편하지 않았다. 무겁고 새지 않게 감싸는 일도 번거롭다. 여러 사람에게 나눠줄 거라면 작은 용량을 고르는 쪽이 짐을 꾸리기 쉽다. 반대로 요리를 즐기는 한 사람에게 줄 거라면 적당한 크기의 병 하나가 낫다. 시럽을 거의 먹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캐나다다운 선물이어도 찬장에 오래 남을 수 있다.
그랜빌 아일랜드에서는 만드는 사람을 확인했다
밴쿠버에서 선물을 고를 시간을 따로 낼 수 있다면 그랜빌 아일랜드를 둘러볼 만하다. 관광청도 이곳의 시장과 공예품 가게를 지역 선물을 찾을 수 있는 장소로 소개한다. 하지만 시장에 있다고 전부 밴쿠버에서 만든 물건은 아니다. 마음에 드는 머그잔이나 작은 접시를 발견하면 제작자 이름과 제작지를 확인하는 게 좋다. 디자인만 밴쿠버풍인 대량 생산품과 현지 작업자의 물건은 받았을 때 전해지는 이야기가 다르다.
도자기는 예쁘지만 숙소를 옮겨 다니는 일정이라면 부담이 크다. 체크아웃 때마다 포장을 다시 해야 하고, 캐리어 안에서 깨질 걱정도 생긴다. 이런 일정에는 엽서, 천 제품, 작은 인쇄물처럼 납작하고 가벼운 물건이 편했다. 원주민 예술품을 고른다면 무늬만 보고 사기보다 작가와 공동체가 표시돼 있는지 살펴보는 편이 좋다. 누구의 작업인지 알 수 있어야 선물에 담긴 의미도 제대로 전할 수 있다.
먹는 선물은 받는 사람의 입맛이 먼저다
차와 초콜릿은 나눠주기 편하고 부피도 비교적 작다. 다만 선물 가게 진열대에서 가장 화려한 상자를 고르면 막상 내용물이 평범할 때가 있다. 상자 크기보다 개별 포장 여부, 원재료, 소비기한을 보는 쪽이 실용적이다. 단것을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 메이플 쿠키를 여러 상자 사다 주는 것도 애매하다. 받는 사람을 떠올리며 차 한 통이나 초콜릿 한 상자를 고르는 편이 오히려 덜 뻔하다.
훈제 연어는 밴쿠버에서 눈에 자주 띄는 선물이지만, 저는 귀국 선물 목록에 무조건 넣지 않는다. 제품마다 보관 조건과 포장 방식이 다르고, 귀국할 때는 반입 요건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육포와 치즈 같은 축산물 가공품은 관세청이 신고 대상이라고 안내한다. 매장에서 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한국 입국도 문제없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냉장 보관이 필요한 먹거리는 긴 이동과 숙소 변경까지 생각하면 현지에서 맛있게 먹는 쪽이 마음 편하다.
귀국 전날 숙소에서 펼쳐보고 걸렀다
선물은 매장에서 들고 있을 때보다 숙소 침대 위에 모두 펼쳐놨을 때 진짜 부피가 보인다. 저는 포장까지 포함해 캐리어에 넣을 자리가 있는지, 액체가 샐 가능성은 없는지, 받는 사람이 바로 쓸 수 있는지를 순서대로 본다. 병은 옷 사이에 넣더라도 뚜껑과 포장 상태를 다시 확인한다. 깨지는 물건은 판매할 때 받은 포장재를 버리지 않는 편이 좋다.
밴쿠버 여행 선물로 하나만 고르라면 누구에게나 같은 답을 하기는 어렵다. 메이플 시럽을 자주 먹는 친구에게는 작은 병이 좋고, 물건을 오래 간직하는 사람에게는 제작자가 분명한 공예품이 더 기억에 남는다. 여행지 이름이 크게 적힌 물건보다 그 사람의 생활에 자연스럽게 들어갈 물건을 골랐을 때, 돌아와서도 선물 이야기가 오래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