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로스터리에서 같은 원두를 사 간 손님이 집에서는 신맛만 난다고 하셨습니다. 레시피를 들어보니 원두 20g에 물 300g, 제가 쓰는 비율과 거의 같았어요. 그런데 분쇄도가 꽤 굵었고 물 온도는 80℃ 초반이었습니다. 컵에 담긴 커피의 양이 비슷해도 원두에서 녹아 나온 성분의 양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 차이를 숫자로 읽을 때 쓰는 값이 추출수율입니다.
추출수율은 원두에서 녹아 나온 비율입니다
커피 추출수율 구하는 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다만 먼저 두 숫자를 구분해야 해요. TDS는 완성된 커피 안에 녹아 있는 성분의 농도이고, 추출수율은 처음 넣은 마른 원두 중 몇 퍼센트가 음료로 옮겨 왔는지를 뜻합니다. TDS가 진하기를 말한다면, 추출수율은 원두를 얼마나 꺼내 썼는지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커피 두 잔의 TDS가 모두 1.3%여도 한 잔은 원두 18g으로 250g을 만들고, 다른 잔은 18g으로 300g을 만들었다면 추출수율은 다릅니다. 더 많은 음료를 같은 농도로 만들려면 원두에서 더 많은 성분이 녹아 나와야 하니까요. 그래서 색이나 입안의 진한 느낌만으로 수율을 맞히기는 어렵습니다.
원두 무게와 음료 무게, TDS를 넣어 계산합니다
필요한 값은 마른 원두 무게, 실제로 받은 음료 무게, 그 음료의 TDS 세 가지입니다. 계산식은 ‘추출수율(%) = 음료 무게(g) × TDS(%) ÷ 원두 무게(g)’입니다. TDS 수치를 퍼센트로 넣었다면 뒤에 100을 다시 곱하지 않습니다.
원두 18g으로 드립커피 270g을 받았고 TDS가 1.35%라고 해볼게요. 270 × 1.35 ÷ 18 = 20.25이므로 추출수율은 20.25%입니다. 숫자의 뜻도 풀어볼 수 있어요. 270g의 1.35%인 약 3.65g이 음료 속에 녹아 있고, 이는 처음 넣은 원두 18g의 약 20.25%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음료 무게 자리에 부은 물 300g을 넣으면 값이 틀어집니다. 물 일부는 커피층과 종이 필터에 남아 있으니까요. 서버에 실제로 모인 커피를 재야 합니다. 서버와 드리퍼를 함께 저울에 올렸다면 먼저 빈 서버 무게를 빼고, 추출이 끝난 뒤 서버에 담긴 양을 확인하는 편이 편합니다.
에스프레소도 식은 같습니다. 원두 18g으로 음료 36g을 받고 TDS가 10%라면 36 × 10 ÷ 18 = 20%입니다. 드립보다 TDS는 훨씬 높지만 음료량이 적어 수율은 비슷할 수 있죠. 농도와 추출수율을 같은 숫자로 받아들이면 레시피를 바꿀 때 방향을 잡기 어렵습니다.
TDS는 균일한 샘플로 재야 합니다
주방 저울은 원두와 음료의 무게를 알려주지만, TDS를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TDS를 직접 재려면 커피용 굴절계가 필요합니다. 잔 전체를 가볍게 섞은 뒤 소량을 덜어 기기 설명서에 맞는 온도로 식혀 측정합니다. 뜨거운 샘플이나 표면에 뜬 거품을 그대로 올리면 수치가 흔들릴 수 있어요.
특히 에스프레소는 크레마와 미세한 입자, 기름이 섞여 있습니다. 충분히 섞은 다음 기기에서 안내하는 방식으로 샘플을 준비해야 반복 측정값을 비교할 만합니다. 기기의 영점 확인과 프리즘 청소도 빼놓기 어렵고요. 같은 잔을 두세 번 쟀는데 값이 크게 다르다면 레시피보다 샘플을 뜨는 방식부터 확인합니다.
굴절계가 없다면 추출수율을 정확한 숫자로 구할 수는 없습니다. 인터넷에서 본 원두와 물의 비율만으로 TDS를 가정해 계산하면 그럴듯한 숫자는 나오지만 실제 측정값은 아니에요. 저는 장비가 없는 손님께 먼저 원두 무게, 받은 음료 무게, 물 온도, 분쇄도, 추출 시간을 적어 두시라고 권합니다. 맛을 바꾸는 데는 이 기록만으로도 충분히 쓸모가 있습니다.
숫자는 맛의 원인을 좁히는 데 씁니다
수율이 낮은 잔에서 날카로운 신맛과 얇은 질감이 함께 느껴졌다면 분쇄도를 조금 가늘게 하거나 물 온도를 올려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텁텁함과 오래 남는 쓴맛이 거슬린다면 분쇄도를 조금 굵게 하거나 추출 과정을 살펴보는 편이 낫습니다. 한 번에 여러 변수를 바꾸면 무엇 때문에 달라졌는지 알기 어려우니, 저는 보통 분쇄도부터 한 단계씩 조정합니다.
하지만 같은 수율이라고 같은 맛이 나는 건 아닙니다. 추출 중 물이 커피층 한쪽으로만 지나가면 일부는 많이 녹고 일부는 덜 녹아 평균 수율만 비슷하게 나올 수 있어요. 원두의 로스팅 정도와 보관 상태도 컵의 인상을 바꿉니다. 그래서 숫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맛있게 마신 잔의 레시피를 고칠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로스터리에서 수율을 재는 순간은 대개 컵이 예상과 다르게 나왔을 때입니다. 원두 18g, 음료 270g, TDS 1.35%, 수율 20.25%. 이렇게 적어 두면 다음 잔에서 무엇을 조정했는지 선명해집니다. 숫자는 혀를 대신하지 않지만, 혀가 느낀 차이를 다시 찾아가는 데 꽤 좋은 길잡이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