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홍도에 갈 때마다 먼저 보는 건 카페 사진이 아니라 돌아오는 배 시간이다. 거금도 신양선착장에서 섬까지 가는 뱃길은 짧다. 그런데 바다를 건너는 시간이 짧다고 섬에서 아무 때나 나올 수 있는 건 아니다. 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시고 싶다면, 어느 카페에 갈지보다 섬에 몇 시간 머물 수 있는지부터 계산해야 한다.
신양선착장에서 돌아올 배를 먼저 확인한다
연홍도 카페를 찾아 당일치기로 간다면 거금도 서쪽 신양선착장을 출발점으로 잡는 동선이 간단하다. 녹동에서 차로 소록대교와 거금대교를 건너 선착장으로 가고, 차는 섬에 가져가지 않은 채 배를 탄다. 연홍도까지는 배로 약 5분. 섬 안에서는 걸어 다니는 편이 자연스럽다.
배편을 찾으면 예전 여행기에 하루 일곱 차례 운항한다는 시간표가 나온다. 그 시각을 그대로 일정표에 옮기지는 않는다. 계절과 날씨, 현장 운항 사정에 따라 출발 시각과 마지막 배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출발 전에 신양선착장 운항 담당자에게 갈 때와 올 때의 배, 운임, 승선 방법을 확인하고 당일 아침에도 운항 여부를 다시 묻는 편이 안전하다. 신분증도 챙긴다.
대중교통이라면 배보다 버스 연결이 더 까다로울 수 있다. 고흥군이 안내하는 103번 버스는 연홍선착장 방면을 지나지만, 버스가 배에 맞춰 기다려 주지는 않는다. 연홍도에서 나온 뒤 녹동으로 돌아갈 버스 시간까지 함께 확인해야 카페에서 시계를 계속 보지 않게 된다. 바람이 센 날에는 가까운 항로도 결항할 수 있으니, 귀가 교통을 마지막 배에 바짝 붙여 예약하지 않는 게 좋다.
선착장 앞 카페와 미술관 카페는 쓰임이 다르다
연홍도에 내리면 선착장 입구의 스마트연홍센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의 섬 여행 소개에는 이곳의 카페와 특산품 판매 공간이 안내돼 있다. 배를 기다리며 잠깐 쉬거나, 섬을 한 바퀴 걷고 돌아와 목을 축이기 좋은 자리다. 선착장과 가까워 남은 시간을 가늠하기도 쉽다.
걷는 길 끝에서 쉬고 싶다면 연홍미술관 쪽 갤러리 카페를 생각하면 된다. 폐교한 분교를 활용한 미술관에는 전시 공간과 야외 정원이 있고, 정원 쪽에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선착장 앞에서 급하게 한 잔 마시는 것과는 시간이 흐르는 방식이 다르다. 전시를 보고 정원에 앉았다가 바다를 다시 보는 쪽에 가깝다.
다만 두 곳 모두 도시의 상설 카페처럼 매일 같은 시간에 문을 열고, 원하는 메뉴를 늘 판다고 기대하면 곤란하다. 방문 날짜의 영업 여부와 메뉴, 결제 방식은 현장에서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카페가 여행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면 배를 타기 전에 운영 여부를 알아두고, 물 한 병은 따로 챙겨 가는 편이 낫다.
커피는 골목과 해안길을 걸은 뒤에 마신다
내가 좋아하는 순서는 선착장에서 바로 자리를 잡는 대신 마을 골목을 먼저 걷는 것이다. 담장 벽화와 작은 설치 작품을 보며 해안길로 나가고, 연홍미술관에 들른 뒤 카페에서 쉰다. 돌아오는 길에는 선착장 앞에서 배를 기다린다. 걸어온 방향을 되짚으면 남은 거리도 대강 짐작할 수 있다.
섬을 빠르게 둘러보는 데는 두세 시간 정도를 잡는 여행자가 많지만, 전시를 보고 차까지 마신다면 여유를 더 두는 편이 편하다. 해안길은 햇빛과 바람을 피할 곳이 많지 않다. 여름에는 모자와 물이 필요하고, 겨울에는 짧은 산책이어도 바람막이가 제 몫을 한다. 바닷가 작품은 물때에 따라 보이는 모습이 달라진다. 물가로 내려갈 생각이라면 미끄러운 바닥을 먼저 살피고, 배 시각에 맞춰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는 게 좋다.
골목은 전시장인 동시에 주민이 사는 곳이다. 벽화를 보느라 집 안쪽으로 들어가거나 문 앞을 오래 막아서는 일은 피한다. 이런 섬에서는 큰 관광지처럼 볼거리를 빠짐없이 찾아다니는 것보다, 걸음을 늦추고 마을의 리듬을 지키는 쪽이 더 오래 남는다.
카페 한 곳을 위해 건널지 결정한다
솔직히 연홍도는 유명한 커피 메뉴나 여러 카페를 골라 다니는 여행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섬의 중심은 카페보다 마을과 해안길, 미술관이다. 차를 마실 곳이 열려 있으면 산책 끝에 머무는 시간이 좋아지고, 문이 닫혀 있어도 걷는 재미가 사라지는 곳은 아니다.
반대로 조용한 섬을 걸은 뒤 차 한 잔 마실 자리를 찾는 사람에게는 잘 맞는다. 숙박까지 염두에 둔다면 미술관 쪽 숙소를 포함해 실제 운영 여부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짧게 다녀올 계획이라면 연홍도에 머무는 시간보다 배와 육지 교통을 맞추는 데 더 신경을 쓰게 된다. 나는 그래서 신양선착장에 서면 먼저 돌아올 배를 확인한다. 그 시각을 알고 나서 마시는 커피가 훨씬 느긋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