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경매 물건을 보러 갔는데, 중개업소 창문에는 ‘빌라 급매’라고 붙어 있더군요. 겉으로는 흔한 4층짜리 건물이었습니다. 그런데 건축물대장을 떼어 보니 다가구주택이었어요. 이 한 줄을 확인하지 않고 호실별로 사고팔 수 있는 빌라라고 생각했다면, 입찰금액부터 잘못 계산했을 겁니다.
빌라라는 이름보다 건축물대장의 한 줄
다가구와 다세대는 모두 여러 가구가 사는 건물이라 외관만으로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흔히 둘 다 빌라라고 부르지만, 빌라는 법에서 정한 정확한 건축물 용도가 아닙니다. 현장 간판이나 매물 설명보다 건축물대장의 ‘주용도’를 먼저 봐야 하는 이유죠.
건축법 시행령 기준으로 다가구주택은 단독주택에 속합니다. 주택으로 쓰는 층이 원칙적으로 3개 층 이하, 주택 부분 바닥면적 합계가 660㎡ 이하이고, 19세대 이하가 거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세대주택은 공동주택에 속하며 주택 부분 바닥면적 합계가 660㎡ 이하, 층수는 4개 층 이하입니다. 필로티 주차장처럼 층수 계산에 예외가 있는 구조도 있어서, 겉에서 ‘4층이니 다세대’라고 단정하면 틀릴 수 있습니다.
입찰자에게 더 중요한 차이는 소유권입니다. 다가구는 여러 호실이 있어도 통상 건물 전체가 하나의 소유권 대상입니다. 반면 다세대는 각 호실이 구분등기되어 호실별로 소유권을 사고팔 수 있습니다. 다가구 301호에 산다고 해서 그 301호만 별도 부동산으로 경매에 나온다는 뜻은 아닙니다. 등기사항증명서에 무엇이 한 개의 물건으로 올라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다가구를 볼 때는 다른 방 보증금도 내 문제다
다가구 경매에서 제가 가장 오래 붙잡는 것은 임차인 표입니다. 건물 전체가 매각되는 만큼 301호만 비어 있다고 안심할 수 없어요. 101호부터 옥탑방까지 누가 살고 있는지, 각자의 보증금과 전입 시점, 확정일자, 배당요구 여부를 한 줄씩 맞춰 봅니다. 같은 주소에 살더라도 임차인마다 권리 순위가 다를 수 있습니다.
계산 감각을 보려고 만든 예를 들어볼게요. 예상 낙찰가가 7억 원인 다가구에 임차인이 여섯 명 있고, 신고된 보증금 합계가 3억 6천만 원이라고 합시다. 이 숫자만 보고 ‘7억에서 3억 6천만 원을 빼면 된다’고 계산하면 위험합니다. 근저당권의 설정 시점, 임차인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세금과 집행비용, 실제 배당액에 따라 낙찰자가 부담할 금액이 달라집니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배당으로 보증금을 전부 받지 못하면, 남은 보증금 문제가 매수인에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경매 정보지의 임차인 현황도 출발점일 뿐입니다. 현황조사 때 문을 열어 주지 않은 방이 있을 수 있고, 임대차 조건이 신고 내용과 다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저는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보고서, 등기사항증명서, 건축물대장을 나란히 놓고 서로 어긋나는 부분에 표시합니다. 빈칸이 큰데 입찰일까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면, 수익률을 높여 잡는 대신 그 물건을 보내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다세대 한 호실은 권리와 가격을 따로 본다
다세대는 보통 해당 호실이 경매 대상입니다. 그래서 우선 그 호실의 등기와 점유자를 살핍니다. 하지만 ‘한 호실만 사니 단순하다’는 생각도 조심해야 해요. 대지권이 어떻게 표시돼 있는지, 전유면적과 실제 사용 공간이 맞는지, 불법 증축이나 용도 변경은 없는지 따로 봐야 합니다. 같은 건물의 다른 호실 거래가격을 가져올 때도 층, 향, 주차, 수리 상태 차이를 빼놓으면 시세가 부풀려집니다.
특히 낙찰가를 정할 때는 매도 호가보다 실제로 팔릴 가격을 낮게 잡아 보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근처 매물이 2억 4천만 원에 나와 있어도 최근 거래가 드물고 내부 수리에 1천만 원이 든다면, 그 호가를 그대로 출구 가격으로 쓰기 어렵습니다. 취득 관련 세금, 등기 비용, 대출 이자, 관리비 체납 여부, 명도와 수리 기간까지 넣으면 ‘싸게 낙찰받았다’는 느낌이 숫자상 사라지기도 합니다.
경락잔금대출도 물건마다 한도가 다릅니다. 낙찰가의 일정 비율이 무조건 나온다고 가정해 입찰하면 잔금일에 곤란해질 수 있어요. 입찰 전 금융기관에 물건 종류와 본인 자금 사정을 설명하고 예상 가능 범위를 확인한 뒤, 대출이 줄어드는 경우까지 현금 계획을 세워 둡니다.
입찰장에 가져가는 판단 순서
처음 보는 빌라라면 저는 순서를 이렇게 잡습니다. 건축물대장에서 다가구인지 다세대인지 확인하고, 등기사항증명서로 매각 단위를 확인합니다. 그다음 매각물건명세서와 임차인 자료를 대조해 인수 가능성이 있는 권리를 따집니다. 현장 상태와 실거래 자료를 보며 비용을 넣은 입찰 상한을 계산합니다. 앞 단계에서 설명되지 않는 권리가 나오면 뒤의 수익 계산은 잠시 멈춥니다.
다가구 다세대 차이 빌라라는 말을 검색할 때는 건물 모양부터 떠올리기 쉽습니다. 현장에서는 소유권이 어디까지인지, 누구의 보증금이 남을 수 있는지가 먼저였습니다. 몇 번의 낙찰보다 기억에 오래 남는 건, 서류 한 장을 더 보고 입찰봉을 내려놓았던 물건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