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고구마는 갓 구웠을 때가 제일 맛있다. 그런데 한 봉지를 사 오면 꼭 두세 개가 남고, 다음 날 꺼내 보면 껍질은 쭈글쭈글하고 속은 단단하게 식어 있다. 그대로 데우면 퍽퍽해지기 쉽다. 이럴 땐 다시 데워 먹으려 애쓰기보다 아예 다른 음식으로 바꾸는 쪽이 낫다.
식어서 단단해진 게 오히려 장점
남은 군고구마는 완전히 식힌 뒤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두고, 되도록 빨리 먹는다. 따뜻할 때 뚜껑을 덮으면 김이 맺혀 눅눅해진다. 하룻밤 지나 단단해진 고구마는 썰기가 쉽다. 갓 구운 고구마는 칼을 대면 뭉개지지만, 식은 고구마는 깍둑썰기도 반듯하게 된다. 아래 세 가지가 모두 이 점을 쓴다.
맛탕: 속은 익었으니 겉만 바삭하게

생고구마로 맛탕을 하면 속까지 익히느라 기름에 오래 튀겨야 한다. 군고구마는 속이 이미 익어 있으니 겉만 노릇하게 지지면 된다.
- 껍질째 또는 벗겨서 한입 크기로 썬다.
- 팬에 기름을 조금 두르고 중약불에서 굴려 가며 겉면을 굽는다.
- 다른 팬에 설탕이나 올리고당을 녹여 시럽을 만든다.
- 시럽에 구운 고구마를 넣어 빠르게 버무리고 검은깨를 뿌린다.
- 접시에 서로 붙지 않게 펼쳐 식힌다.
시럽을 너무 오래 끓이면 식으면서 딱딱하게 굳는다. 설탕이 녹아 투명해지면 바로 고구마를 넣는 게 요령이다.
말랭이: 찌는 단계가 이미 끝났다

말랭이는 보통 고구마를 찌는 일부터 시작하는데, 군고구마가 남았다면 그 단계가 이미 끝난 셈이다. 껍질을 벗기고 손가락 굵기로 길게 썬 뒤 채반에 겹치지 않게 펼친다. 바람이 잘 드는 곳에서 며칠 말리거나, 식품건조기나 에어프라이어를 낮은 온도로 맞춰 여러 번 나눠 말린다. 겉은 마르고 속은 살짝 쫀득할 때 멈추면 된다. 너무 오래 말리면 딱딱해져 씹기 힘들다.
고구마밥: 처음 말고 뜸 들일 때 넣기

생고구마는 쌀과 같이 안쳐야 익지만, 군고구마는 이미 익어 있어서 처음부터 넣으면 물러져 밥알 사이로 풀어진다. 밥이 거의 다 되어 뜸을 들일 때 깍둑썬 군고구마를 올리고 뚜껑을 덮어 두면, 밥 김에 따뜻하게 데워지면서 모양도 살아 있다. 전기밥솥이라면 취사가 끝나자마자 올리고 잠시 뚜껑을 닫아 두면 된다. 껍질을 조금 남겨 두면 색이 살고 구운 향도 밥에 밴다. 간장에 참기름을 섞은 양념장을 곁들이면 반찬이 적은 날에도 한 그릇으로 넉넉하다.
그 밖에 이렇게도
- 으깨서 마요네즈와 삶은 달걀을 섞으면 고구마 샐러드가 된다.
- 으깬 고구마를 식빵에 펴 바르고 살짝 구우면 아침 토스트가 된다.
- 잘게 썰어 요거트 위에 얹어 먹어도 잘 어울린다.
군고구마가 남았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식은 고구마는 갓 구운 고구마가 못 하는 일을 한다.
사진: AI로 만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