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오래된 수납장 문짝을 다시 칠하다가 젯소에 물을 너무 많이 탄 적이 있습니다. 롤러는 술술 굴러갔는데, 마르고 나니 모서리마다 바탕색이 비쳤어요. 젯소 물 비율은 잘 펴 바르는 문제만이 아니라, 바탕을 얼마나 고르게 잡아 주느냐와도 연결됩니다.
제가 가구를 칠할 때 먼저 보는 건 인터넷에 떠도는 비율보다 손에 든 제품의 설명서입니다. 같은 ‘젯소’라는 이름을 써도 가구용 수성 하도와 그림 캔버스용 젯소는 권장 희석량이 다릅니다. 아래 방법은 작은 가구나 방문을 붓과 롤러로 칠할 때 기준으로 잡으면 편합니다.
물은 얼마나 넣어야 할까
처음부터 물을 넣지 말고 젯소를 충분히 저어 보세요. 오래 둔 통은 위쪽이 묽고 아래쪽이 되직할 수 있습니다. 덜어 쓴 젯소를 롤러에 묻혀 자투리 판에 발라 보고, 도구 자국이 심하게 남거나 너무 뻑뻑할 때만 조금씩 희석합니다.
예를 들어 노루페인트 홈테리어 젯소 기술자료에는 상수도물로 부피 기준 최대 10%까지 희석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 제품의 젯소 100mL를 덜었다면 물은 최대 10mL라는 뜻입니다. 처음에는 물 5mL만 넣고 저어 본 뒤 부족할 때 더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500mL를 모두 쓸 계획이어도 통에 바로 물 50mL를 붓지 마세요. 한 번 묽어지면 되돌리기 어렵고 남은 젯소를 보관하기도 불편합니다.
여기서 10%는 모든 젯소의 공통 비율이 아닙니다. 어떤 제품은 물을 넣지 말라고 하고, 미술용 젯소 중에는 더 높은 희석량을 허용하는 것도 있습니다. 용기에 ‘희석 금지’라고 쓰여 있으면 그대로 쓰고, 비율이 적혀 있으면 그 수치를 넘기지 않습니다. 설명이 없으면 제조사에 확인하거나 소량을 덜어 시험 도장부터 하는 게 낫습니다.
준비물과 시간은 이 정도 잡는다
작은 수납장 문짝 한두 개를 칠한다면 젯소 500mL 한 통, 짧은 털 롤러와 트레이, 모서리용 붓, 사포, 마스킹 테이프, 바닥을 덮을 비닐, 걸레가 기본입니다. 물을 넣을 때는 눈대중 대신 계량컵이나 주사기형 계량 도구를 쓰면 편합니다. 사포 블록은 있으면 쓰고, 없다면 사포를 작은 나무토막에 감아도 됩니다. 이 작업 때문에 전동 샌더를 새로 살 필요는 거의 없습니다.
재료비는 젯소 500mL가 대략 1만~1만5천 원, 롤러와 붓·테이프·사포 등을 새로 사면 5천~1만5천 원 정도로 잡으면 됩니다. 도구가 하나도 없다면 합계 1만5천~3만 원 안팎이고, 상도 페인트값은 별도입니다. 판매처와 제품에 따라 달라지니 구매할 때는 용량과 구성품을 같이 보세요.
손이 가는 시간도 생각보다 깁니다. 분리할 손잡이가 있으면 빼고 바닥을 가리는 데 20~30분, 표면 청소와 가벼운 사포질에 30~60분, 젯소 한 번 칠하는 데 20~40분 정도 잡습니다. 이후에는 제품에 적힌 재도장 가능 시간만큼 기다려야 합니다. 노루페인트 홈테리어 젯소는 20℃에서 최소 3시간을 안내하지만, 추운 방이나 습한 날에는 더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오전에 시작해서 바로 상도까지 끝낼 수 있다고 단정하면 일정이 꼬이기 쉽습니다.
묽게 타기 전에 표면부터 확인한다
젯소가 잘 안 펴지면 물부터 찾게 되죠. 근데 표면에 손때나 기름기가 남아 있으면 비율을 정확히 맞춰도 잘 붙지 않습니다. 중성세제를 묻힌 걸레로 닦고 깨끗한 물걸레로 한 번 더 닦은 다음 완전히 말립니다. 번들거리는 기존 도장은 사포로 광택만 고르게 죽이고 가루를 털어냅니다. 들뜬 페인트 위에 그대로 덮어 칠하면 젯소와 함께 다시 떨어질 수 있어요.
롤러에는 젯소를 듬뿍 적시기보다 트레이에서 여러 번 굴려 양을 고르게 맞춥니다. 모서리를 붓으로 먼저 칠하고 넓은 면은 한 방향으로 얇게 펴세요. 한 번에 하얗게 가리려고 두껍게 올리면 흘러내리거나 롤러 자국이 남습니다. 마른 뒤 바탕색이 조금 비치는 것만으로 실패라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설명서가 허용하는 간격을 지켜 필요한 부분만 한 번 더 칠하면 됩니다.
시트지나 코팅된 가구는 특히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먼저 칠해 두고, 충분히 말린 뒤 손톱으로 가볍게 긁어 부착 상태를 확인합니다. 젯소가 쉽게 벗겨지면 물을 덜 넣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표면 처리 방법이나 그 소재에 맞는 전용 하도재를 다시 골라야 합니다.
칠하다가 생기는 문제는 이렇게 본다
롤러가 지나간 자리에 물방울처럼 맺히면 물을 더 넣지 말고 표면의 오염과 코팅 상태를 확인하세요. 칠한 면에서 흰 젯소가 아래로 흘러내리면 한 번에 올린 양이 많거나 지나치게 묽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 젖어 있을 때 롤러로 얇게 펴고, 이미 굳었다면 완전히 마른 뒤 튀어나온 부분만 사포로 다듬습니다.
마른 표면이 얼룩덜룩하다면 바로 페인트를 덮기 전에 젯소층이 충분히 말랐는지부터 봅니다. 특히 모서리와 손잡이 주변은 붓질이 겹쳐 두꺼워지기 쉽습니다. 환기는 시키되 먼지가 날리는 강한 바람은 피하고, 장갑을 끼고 작업하면 손에 묻은 젯소를 닦느라 시간을 허비할 일도 줄어듭니다.
제가 가구 한 점을 칠할 때 지키는 순서는 간단합니다. 제품 표시를 읽고, 젯소를 먼저 젓고, 필요한 양만 덜어서 아주 조금씩 물을 넣습니다. 물을 얼마나 넣었는지보다 표면을 얼마나 깨끗하게 준비했는지가 결과를 더 크게 바꾼 날이 많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