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검진센터에서 일할 때 “몸은 멀쩡한데 콜레스테롤이 높다니요?”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고지혈증이라고 부르는 이상지질혈증은 대개 불편한 증상이 없습니다. 그래서 검진표를 서랍에 넣어두기 쉽지요. 그런데 증상이 없다는 것과 혈관에 부담이 없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제가 먼저 권하는 일은 음식을 전부 바꾸는 것이 아니라, 검진표에서 어떤 수치가 높은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검진표에서는 어떤 숫자를 먼저 봐야 할까요?
총콜레스테롤 하나만 보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혈관 위험을 평가할 때는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HDL 콜레스테롤을 함께 봅니다. LDL은 혈관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것과 관련이 있고, HDL은 낮을 때 위험을 높이는 지표입니다. 검사 결과의 단위가 mg/dL인지도 확인하세요.
- LDL 콜레스테롤: 130~159는 경계, 160~189는 높음, 190 이상은 매우 높음으로 분류합니다.
- 중성지방: 150~199는 경계, 200~499는 높음, 500 이상은 매우 높음입니다.
- 총콜레스테롤: 200~239는 경계, 240 이상은 높음입니다.
- HDL 콜레스테롤: 40 이하라면 낮은 수치로 분류합니다.
이 숫자는 검사 결과를 읽기 위한 기준이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치료 목표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LDL이 125인 두 사람도 한 사람에게 심근경색 병력이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위험인자가 없다면 진료 계획이 달라집니다. 당뇨병, 고혈압, 흡연, 만성콩팥병, 가족력도 함께 봐야 합니다. 예전에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겪었다면 검사표의 ‘정상’ 표시만 믿고 약을 줄여서는 안 됩니다.
검진 전 식사 여부와 최근 음주도 특히 중성지방 결과를 해석할 때 확인할 내용입니다. 예상보다 수치가 많이 높거나 이전 결과와 차이가 크다면 검진표를 들고 진료를 받으세요. 의사가 검사 조건을 확인하고 재검이 필요한지 판단합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도 치료 방침을 정할 때 서로 다른 시점의 검사 결과를 확인하도록 안내합니다.
식탁에서는 무엇을 바꾸면 좋을까요?
병동에서 식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기름진 음식은 안 먹는데 왜 높죠?”라는 질문이 나옵니다. LDL이 높은 분과 중성지방이 높은 분은 식탁에서 먼저 살필 부분이 조금 다릅니다. LDL이 높다면 삼겹살의 비계, 가공육, 버터, 크림처럼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을 얼마나 자주 먹는지 돌아보세요. 고기를 끊기보다 살코기·생선·콩류를 고르는 날을 늘리고, 튀김 대신 굽거나 찌는 조리법을 쓰는 편이 오래가기 쉽습니다.
중성지방이 높다면 술과 단 음료, 과자, 흰 빵을 자주 먹는 습관도 중요합니다. 지방만 줄이겠다고 밥이나 면의 양이 크게 늘면 중성지방 관리에는 불리할 수 있습니다. 채소와 콩, 통곡물처럼 식이섬유가 있는 음식을 식사에 넣고, 음료는 물로 바꾸는 작은 선택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질병관리청 안내에 따르면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이 체중의 5% 이상을 감량하면 혈중 지질 수치가 개선될 수 있습니다. 다만 체중 감량만으로 모두가 목표 수치에 도달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건강식품이나 민간요법에 기대어 처방받은 약을 끊는 분도 봤습니다. 제품에 적힌 ‘콜레스테롤 관리’ 문구만으로 약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복용 중인 약이나 보충제가 있다면 진료 때 이름을 알려주세요. 치료에 영향을 주는지 의료진이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운동과 약은 언제부터 효과를 확인할까요?
처음부터 매일 한 시간씩 운동하려고 하면 며칠 못 가 지치기 쉽습니다. 걷기처럼 숨이 조금 차는 활동을 주 5일, 하루 30분 정도로 잡으면 한 주에 150분이 됩니다. 한 번에 하기 어렵다면 나누어 걸어도 됩니다.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금연을 함께 챙기는 것도 혈관 건강에 중요합니다. 이미 심장질환이 있거나 운동할 때 가슴이 아프다면 운동 강도부터 진료실에서 상의해야 합니다.
“약을 먹으면 평생 못 끊는다”는 걱정 때문에 진료를 미루는 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LDL이 190 이상이거나, 심혈관질환·당뇨병 같은 위험이 있다면 생활습관만으로 기다릴지 약물치료를 함께 할지 의사가 평가해야 합니다. 약이 필요한 상황에서 식사와 운동은 약의 대체물이 아니라 함께 이어갈 관리입니다. 반대로 약을 먹고 수치가 좋아졌다고 스스로 중단하면 치료 효과가 유지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치료를 시작하거나 약이 바뀌었다면 보통 4~12주 뒤 지질 수치와 복용 상태를 다시 확인합니다. 이후 검사 간격은 상태에 따라 조정합니다. 복용 중 심한 근육통처럼 새로 생긴 불편이 있다면 참거나 임의로 약을 끊기보다 처방한 의료진에게 알리세요. 어떤 약을 얼마나 먹었는지, 언제부터 증상이 생겼는지를 적어두면 진료에 도움이 됩니다.
이럴 땐 진료를 받으세요
LDL이 160 이상으로 나왔거나 중성지방이 200 이상이라면 결과를 들고 진료 일정을 잡아 위험인자와 재검 필요성을 확인받으세요. LDL이 190 이상이면 생활습관을 먼저 몇 달 해본다며 진료를 미루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중성지방이 500 이상이면 급성 췌장염 위험도 고려해야 하므로 빠르게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심한 윗배 통증과 구토가 함께 나타나면 응급 평가가 필요합니다.
갑작스러운 가슴 압박감이나 호흡곤란, 식은땀, 한쪽 팔다리의 힘 빠짐이나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은 검진 수치와 관계없이 즉시 119에 연락해야 합니다. 이상지질혈증 자체는 조용히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검진표의 숫자를 겁낼 이유로 보기보다, 내 혈관 상태를 의사와 상의할 시점을 알려주는 신호로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