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 상품을 기획할 때 혜택률 10%라는 숫자만 보고 좋은 카드라고 판단한 적은 없었습니다. 전월 실적과 통합 할인 한도를 넣으면 실제 혜택이 달라지니까요. 2026년 3분기 인텔 실적도 비슷합니다. 매출은 늘었지만 사업별 흐름과 다음 분기 전망을 함께 봐야 숫자의 의미가 보입니다.
1. 매출은 21% 늘었지만 이익의 기준이 다르다
인텔이 발표한 3분기 매출은 165억 달러로, 1년 전보다 21% 증가했습니다. 매출총이익률도 38.2%에서 43.0%로 4.8%포인트 올랐습니다. 제품을 팔고 직접 들어간 비용을 제외한 뒤 남는 비율이 개선된 셈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실적이 상당히 좋아 보입니다.
그런데 주당순이익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일반회계기준 주당순이익은 0.60달러로 전년 동기 0.90달러보다 33% 낮습니다. 반면 일부 항목을 조정한 비일반회계기준 주당순이익은 0.23달러에서 0.52달러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같은 분기를 두고 하나는 감소, 하나는 증가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둘 중 마음에 드는 숫자만 골라 읽으면 판단이 흔들립니다. 일반회계기준은 실제 재무제표의 결과를 보여주고, 조정 수치는 회사가 설명하려는 영업 흐름을 보는 데 쓰입니다. 저는 매출과 매출총이익률이 개선된 점은 인정하되, 순이익까지 같은 속도로 좋아졌다고 해석하지는 않겠습니다.
2. 서버가 성장을 이끌고 PC는 줄었다
사업별로 나누면 차이가 더 뚜렷합니다. 데이터센터·인공지능 사업 매출은 73억 달러로 전년보다 78% 증가했습니다. 반대로 PC와 관련된 클라이언트 사업 매출은 81억 달러로 5% 감소했습니다. 전체 매출 증가를 인텔의 모든 사업이 고르게 성장한 결과로 읽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데이터센터 사업은 얼마를 더 팔았는지도 중요합니다. 인텔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서버 제품 판매량은 전년보다 10% 늘었고, 평균판매가격은 54% 올랐습니다. 비싼 제품의 판매 비중이 높아진 영향이 컸습니다. 이 사업의 영업이익은 약 30억 달러, 영업이익률은 42%였습니다. 수요 증가와 제품 구성이 함께 실적을 밀어 올린 것입니다.
PC 쪽은 반대 방향입니다. 노트북·데스크톱 관련 매출은 약 69억 달러였고, 판매량은 14% 줄었습니다. 평균판매가격이 9% 올라 매출 감소 폭을 일부 막았지만, 판매량 감소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카드에서 할인받은 금액이 늘어도 지출액이 더 크게 늘었다면 가계에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가격 상승이 매출을 받쳤는지, 실제 수요가 살아났는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3. 파운드리 매출 67억 달러를 그대로 더하면 안 된다
파운드리 사업 매출은 67억 달러로 전년보다 58% 늘었습니다. 이 숫자를 데이터센터 매출 73억 달러와 PC 관련 매출 81억 달러에 더하면 전체 매출 165억 달러보다 커집니다. 계산이 틀린 게 아닙니다. 파운드리 매출 상당 부분이 인텔의 다른 사업부에 칩을 만들어 공급하면서 잡힌 내부 거래이기 때문입니다. 연결 재무제표에서는 이런 거래를 제거합니다.
분기보고서상 파운드리의 외부 고객 매출은 4억1100만 달러이고, 내부 거래 매출은 약 63억 달러입니다. 게다가 외부 매출 증가에는 반복되지 않을 수 있는 계약의 수익 인식도 영향을 줬습니다. 파운드리 전체 매출 67억 달러를 곧바로 외부 고객 확보 성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손익도 같이 봐야 합니다. 파운드리의 분기 영업손실은 약 19억 달러입니다. 전년 동기 약 23억 달러 손실보다는 줄었지만 아직 흑자는 아닙니다. 앞으로는 외부 고객 매출이 꾸준히 늘고 손실이 더 줄어드는지가 중요합니다. 분기 한 번의 증가율보다 그 흐름이 오래가는지가 사업의 가치를 가를 겁니다.
4. 다음 분기 전망은 이번 분기보다 낮다
인텔은 2026년 4분기 매출을 150억~160억 달러로 예상했습니다. 범위의 중간값인 155억 달러는 3분기 165억 달러보다 약 6% 낮습니다. 일반회계기준 주당순이익 전망은 0.10달러, 조정 주당순이익 전망은 0.25달러입니다. 둘 다 3분기 실적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회사는 PC 시장의 둔화가 적어도 다음 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분기 전망은 확정 실적이 아닙니다. 다만 현재 경영진이 보는 수요와 비용의 방향을 보여줍니다. 3분기의 높은 데이터센터 성장률이 다음 분기에도 전체 회사를 끌어올릴지, PC 수요 약화가 그 효과를 얼마나 깎을지 확인할 기준이 생긴 셈입니다.
제 눈에는 이번 인텔 실적이 ‘매출이 21% 늘었다’는 한 줄로 끝날 숫자는 아닙니다. 서버 사업은 확실히 강했고 파운드리 손실도 줄었습니다. 동시에 PC 판매량은 감소했고 다음 분기 매출 전망은 이번 분기보다 낮습니다. 카드 혜택을 볼 때 표시된 할인율보다 실제로 돌려받는 금액을 계산하듯, 인텔도 성장한 사업과 비용이 남는 사업을 나눠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