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겨울 새벽에 물이 안 나온다는 전화를 받고 갔더니, 계량기함 안의 젖은 헌 옷이 꽁꽁 얼어 있었습니다. 계량기는 멀쩡했지만 그 옷은 보온재 구실을 못 했죠. 동파 방지법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추위가 닿는 곳을 찾고, 물이 오래 멈춰 있는 시간을 줄이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30초만 있다면 어디부터 볼까요?
현관 밖이나 복도에 수도계량기함이 있다면 뚜껑부터 확인하세요. 덮개가 들떠 찬바람이 들어오는지, 안쪽 보온재가 젖거나 밀려나 계량기와 배관이 드러났는지 봅니다. 손으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면 충분합니다. 계량기의 봉인이나 연결 너트를 풀 필요는 없습니다.
마른 보온재로 빈 공간을 채우고 덮개를 닫으세요. 헌 옷을 쓴다면 비에 젖지 않게 해야 합니다. 한 번 젖은 천을 그대로 넣어두는 집이 꽤 많은데, 물기를 머금은 채 얼면 오히려 손볼 일이 늘어납니다. 복도식 아파트나 바깥벽에 붙은 계량기함은 특히 자주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다음은 베란다와 보일러 주변입니다. 찬바람이 드는 틈, 노출된 수도관, 벗겨진 배관 보온재가 보이면 살펴야 합니다. 배관에 맞는 보온재를 끊긴 곳 없이 감싸되, 가스 배관이나 보일러의 배기구를 임의로 덮지는 마세요. 세탁기가 베란다에 있다면 급수 호스와 수도꼭지도 함께 봅니다. 실내가 따뜻해도 베란다 배관은 얼 수 있습니다.
물을 얼마나 틀어놔야 하나요?
한파가 이틀 이상 이어지고 밤새 물을 쓰지 않는다면 수도꼭지 한 곳을 가늘게 흘려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서울아리수본부는 2분 동안 종이컵 한 잔 정도가 차는 출수량을 동파 예방 수칙으로 안내합니다. 한두 방울씩 똑똑 떨어지는 정도와는 다릅니다. 컵을 대고 2분만 재보면 감이 옵니다.
다만 어느 수도꼭지를 열지는 집 배관 구조에 따라 다릅니다. 보통 가장 추위에 노출된 구간의 물이 흐르도록 잡는 게 좋습니다. 온수관까지 걱정되는 집은 냉수만 흘려놓고 안심하지 말고, 보일러 설명서의 동파 예방 방법을 확인하세요. 물을 받는 세면대나 욕조의 배수구도 막혀 있지 않아야 합니다. 넘침으로 바닥이 젖으면 동파보다 큰 수리비가 나올 수 있습니다.
며칠 집을 비울 때는 계량기함 보온 상태를 다시 보고, 난방을 완전히 꺼두지 마세요. 보일러의 동파 방지 기능은 전원이 끊기면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기종이 같은 방식으로 배관을 보호하는 건 아닙니다. 외출 설정과 장기 부재 시 물 빼기 방법은 해당 제품 설명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전기를 뽑고 가스 밸브까지 잠근 뒤 ‘동파 방지 기능이 있겠지’ 하고 떠나는 경우가 제일 곤란합니다.
아침에 물이 안 나오면 어디가 언 걸까요?
먼저 이웃집도 물이 안 나오는지 확인하세요. 여러 세대가 같다면 내 집 수도꼭지를 뜯을 일이 아닙니다. 관리사무소나 관할 수도사업소에 상황을 알리는 게 빠릅니다. 우리 집만 문제라면 냉수와 온수를 각각 틀어봅니다. 냉수도 안 나오면 계량기나 급수관 쪽, 냉수는 나오는데 온수만 안 나오면 보일러로 들어가거나 나오는 온수 배관 쪽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이건 위치를 좁히는 단서이지 확정 진단은 아닙니다.
계량기 유리가 깨졌거나 함 안에 물이 고여 있다면 손대지 말고 관할 수도사업소에 신고하세요. 계량기 교체 비용의 부담 기준은 지역과 파손 사유에 따라 달라집니다. 서울시는 자연재해에 따른 동파와 보온 관리 소홀에 따른 동파를 다르게 취급합니다. 먼저 신고하고 비용 안내를 듣는 게 맞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수도관만 살짝 얼었고 누수 흔적이 없다면 수도꼭지를 조금 열어둔 뒤 미지근한 물을 적신 수건으로 천천히 녹일 수 있습니다. 뜨거운 물을 갑자기 붓거나 토치로 가열하면 배관이 터지거나 불이 날 수 있습니다. 드라이어도 물기 많은 계량기함이나 전기 시설 근처에서는 쓰지 마세요. 녹기 시작하면 연결 부위에서 새는 물이 없는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언제부터는 기사를 불러야 할까요?
배관이 갈라졌거나 벽·바닥에서 물이 새면 먼저 잠글 수 있는 수도 밸브를 잠그고 수리 기사를 부르세요. 매립 배관은 밖에서 보이는 부분을 녹여도 안쪽 균열을 알 수 없습니다. 보일러에 오류가 뜨거나 해동 뒤에도 온수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제조사 서비스 점검이 낫습니다. 가스 냄새가 나면 보일러를 조작하지 말고 환기한 뒤 밖으로 나와 가스 공급사나 119에 연락해야 합니다.
비용은 작업 위치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제 출장 경험으로는 단순 점검·해빙은 대략 5만~15만 원, 노출 배관의 짧은 구간 교체는 10만~30만 원 선에서 견적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벽이나 바닥을 열어야 하는 매립 배관은 수십만 원 이상으로 뛸 수 있습니다. 야간 출동, 자재, 복구 공사는 별도일 수 있으니 총액과 작업 범위를 먼저 물어보세요. 오래된 노출 배관이 여러 군데 갈라졌다면 한 곳씩 잇는 비용보다 취약 구간을 통째로 바꾸는 편이 나을 때도 있습니다.
제가 겨울마다 먼저 묻는 건 ‘어디가 얼었나요’보다 ‘계량기함이 젖어 있나요’입니다. 마른 보온재와 잘 닫힌 덮개만으로 끝나는 집이 실제로 많습니다. 반면 물이 새기 시작했다면 그때는 아끼려다 피해를 키우지 않는 쪽이 낫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