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지도에서 묵을 때마다 먼저 확인하는 건 객실 사진이 아니라 돌아오는 배 시간이다. 섬에 들어갈 때는 바다가 잔잔해도 다음 날 배는 달라질 수 있다. 숙소가 마음에 들어도 선착장까지 갈 방법이 없으면 아침부터 마음이 급해진다.
배편을 정한 뒤 숙소 위치를 본다
욕지도로 가는 배는 통영항, 삼덕항, 중화항에서 출발한다. 삼덕항에서 욕지도까지는 보통 55분 안팎이다. 통영항 출발편은 다른 섬을 경유하는 항차가 있어 더 걸린다. 같은 욕지도행이라도 출발항과 경유지, 돌아올 항구를 각각 확인해야 한다. 통영에 차를 세워둔 곳과 귀항지가 달라지면 마지막 이동이 번거롭다.
나는 숙소를 예약하기 전에 왕복 승선권부터 확인한다. 특히 차를 싣는다면 사람 표와 차량 선적 자리가 모두 있는지 봐야 한다. 성수기 주말에는 객실보다 원하는 시간의 차량 자리가 먼저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영동해운 등 이용할 선사의 예약 안내에서 해당 날짜의 항차를 확인하고, 출발 전날에는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의 운항 예보를 본다. 예보가 운항으로 나와도 안개나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가 있으면 당일 일정이 바뀔 수 있어 아침에 한 번 더 확인한다.
늦은 배로 들어가서 다음 날 이른 배로 나오는 일정이라면 사실상 숙소에서 잠만 자게 된다. 욕지도에서 한 끼 먹고 해안길도 걸을 생각이라면 섬에 머무는 시간을 먼저 계산하는 편이 낫다. 배 시간은 계절과 선사 사정에 따라 달라지므로 오래된 시간표를 기준으로 숙박일을 잡지는 않는다.
차 없이 가면 동항 주변이 편하다
욕지도 숙소를 고를 때 가장 큰 갈림길은 차를 가져가느냐다. 차 없이 들어간다면 배가 닿는 동항 주변부터 찾는다. 선착장에서 걸어갈 수 있는 숙소라면 짐을 내려놓고 식당이나 가게를 이용하기 쉽다. 다음 날 배를 탈 때도 이동 수단을 따로 맞출 필요가 적다. 짧은 1박이나 혼자 걷는 여행에는 이 편리함이 바다 전망보다 클 때가 많다.
다만 지도에 ‘항구 근처’라고 표시돼 있어도 실제 도보 동선은 확인해야 한다. 직선거리는 가까운데 언덕 위에 있거나, 큰 짐을 들고 걷기 불편한 길이 있을 수 있다. 예약 전에 선착장에서 숙소 입구까지의 도보 시간과 경사를 묻는다. 짐이 많으면 입실 시간에 맞춰 픽업이 가능한지도 확인한다. 픽업을 해준다는 말만 듣고 예약했다가 퇴실 후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편은 직접 해결해야 할 수도 있다.
섬 안에도 버스가 있지만 육지 시내버스처럼 아무 때나 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동선이 꼬인다. 숙소와 걷기 코스가 멀다면 버스 운행 시간, 숙소 픽업, 택시 이용 가능 여부를 미리 맞춰야 한다. 대중교통만 이용하면서 섬 반대편의 외딴 펜션을 잡는 건 이동 자체를 즐길 사람에게나 맞는다.
조용한 바닷가 숙소는 이동 시간을 함께 산다
덕동이나 유동 쪽 숙소는 항구 주변과 분위기가 다르다. 저녁에 가게를 오가기보다 바다 가까이에서 쉬고 싶은 사람, 차로 섬을 도는 사람에게 어울린다. 덕동의 몽돌 해변처럼 목적지가 분명하다면 그 근처에서 묵는 이유도 생긴다. 반면 늦게 도착해 다음 날 바로 나갈 예정이라면 먼 숙소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아깝다. 그 일정에는 굳이 선택하지 않는다.
바닷가 객실은 사진만 보고 고르기 쉽다. 그런데 창밖 바다가 보이는 것과 해변까지 편하게 내려갈 수 있는 것은 별개다. 도로를 건너야 하는지, 숙소 앞이 바로 물가인지, 밤에 차량 소리나 바람 소리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한다. 물에 들어가거나 갯바위 주변을 걸을 생각이라면 조석 시간도 따로 봐야 한다. 물때가 맞지 않으면 사진에서 본 해안의 모습과 현장이 꽤 다를 수 있다.
차를 가져갈 때는 숙소 주차 자리부터 확인한다. 섬길은 굽은 곳과 폭이 좁은 곳이 있으니 밤늦게 처음 찾아가는 일정은 여유 있게 잡는 편이 좋다. 렌터카나 섬 안 이동 수단을 이용할 계획이라면 영업 여부와 인수 장소를 예약 전에 확인한다. 숙소에서 차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나서 알아보면 선택지가 좁아진다.
예약 화면에서 놓치기 쉬운 조건들
같은 숙소도 여름 휴가철과 평일 비수기의 가격 차이가 크다. 표시된 객실 요금만 보지 말고 인원 추가비, 침구비, 바비큐 이용료, 취소 규정을 합쳐 본다. 섬 숙박은 배가 끊기는 변수가 있으므로 결항 때 날짜 변경이나 환불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예약 전에 물어둘 만하다. 선사 안내와 숙소 규정은 별개라서 배가 결항됐다고 숙소 취소가 자동으로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비수기에는 식당과 가게가 일찍 문을 닫거나 쉬는 날이 있다. 취사가 안 되는 객실이라면 저녁 먹을 곳을 먼저 확인한다. 아침 배를 탈 예정이라면 조식 제공 여부보다 선착장까지 몇 시에 출발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체크아웃 시각과 첫 이동 수단이 맞지 않으면 일찍 일어나도 발이 묶인다.
내가 욕지도에서 가장 편했던 순서는 배에서 내려 짐을 맡기고, 낮에 해안길 한 구간을 걷고, 해 지기 전에 숙소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야포에서 일출봉과 망대봉으로 이어지는 길이나 출렁다리 주변을 걷고 싶다면 코스 전체를 욕심내기보다 숙소까지 돌아올 시간부터 남겨둔다. 바람이 세거나 길이 젖은 날에는 전망 좋은 구간만 짧게 걷는 편이 낫다.
욕지도 숙소는 전망 좋은 방 하나로 고르기 어려운 곳이다. 차 없이 짧게 머물면 동항의 편의가 크고, 차를 싣고 쉬러 간다면 조용한 해안 쪽이 좋다. 어느 쪽이든 돌아올 배와 숙소까지의 이동을 먼저 맞춰놓으면, 섬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느긋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