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겨울 마당 수도꼭지가 얼었다는 집에 갔더니, 호스 끝 분사기가 잠긴 채 그대로 연결돼 있었습니다. 동파방지 수도꼭지를 달아 놓았는데도 물이 빠져나갈 길이 없었던 겁니다. 이름만 믿고 겨울을 나는 집이 꽤 있습니다. 제품을 사기 전에 지금 어디가 어는지부터 봐야 돈을 덜 씁니다.
수도꼭지 끝이 어는지, 벽 속 배관이 어는지 먼저 보세요
수도꼭지를 열었는데 물이 안 나오면 옆 수도꼭지도 틀어 보세요. 한 곳만 안 나오면 그 수도꼭지나 연결된 짧은 배관이 의심됩니다. 여러 곳이 함께 안 나오면 계량기나 그 뒤쪽 배관을 살펴야 합니다. 이때 밖으로 드러난 금속 부분만 보고 얼었다고 단정하면 엉뚱한 부품을 교체하게 됩니다.
물이 평소보다 가늘게 나오거나, 날이 풀린 뒤 벽과 바닥이 젖는다면 배관 안에 얼음이 생겼거나 이미 갈라졌을 수 있습니다. 특히 수도꼭지는 멀쩡해 보여도 벽 안쪽 연결부가 터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이 새면 사용을 멈추고 집 안의 급수 차단 밸브를 잠그세요. 계량기나 봉인된 부분은 직접 분해하지 말고 관리사무소나 관할 수도사업소에 연락하는 게 맞습니다.
동파방지 수도꼭지는 어떤 방식인지가 중요합니다
시중에서 동파방지 수도꼭지라고 부르는 제품은 구조가 한 가지가 아닙니다. 보온재를 덧댄 제품도 있고, 물을 잠그면 바깥쪽에 남은 물이 배출되도록 만든 제품도 있습니다. 자동 배수형은 잠그는 지점을 추위에 노출된 끝부분보다 안쪽에 두고, 바깥쪽 잔수가 빠져나가야 제 기능을 합니다. 제품 설명에서 배수 방식과 설치 조건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여기서 자주 놓치는 게 호스입니다. 호스나 분사기를 연결해 두면 잔수가 빠지지 않는 제품이 있습니다. 그래서 겨울에는 호스를 빼고 수도꼭지를 잠근 뒤 물이 배출되는지 확인합니다. 배수형이라도 설치 방향이 맞지 않거나 배출구가 막히면 물이 고입니다. 반대로 단순 보온형이라면 보온재가 젖거나 틈이 벌어진 상태에서 한파를 버티기 어렵습니다.
수도꼭지만 바꿔서는 계량기함이나 노출 배관까지 보호할 수 없습니다. 서울시도 계량기함의 보온과 한파 때 물을 조금 흘려보내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집마다 배관 길이와 노출 정도가 달라서 수도꼭지 하나로 해결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출장 부르기 전 30초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호스와 분사기가 달려 있는지 봅니다. 탈착할 수 있다면 빼고 호스 안의 물도 비웁니다.
- 수도꼭지를 잠근 상태에서 물이 계속 떨어지는지 봅니다. 잠가도 흐르면 패킹이나 밸브 이상을 의심합니다.
- 계량기함 덮개와 보온재가 젖거나 빠져 있지 않은지 눈으로 확인합니다. 젖은 보온재는 효과가 떨어집니다.
- 벽 안쪽과 수도꼭지 연결부 주변에 물 자국이 있는지 봅니다. 젖어 있다면 사용을 멈추고 급수 밸브를 잠급니다.
이미 얼어서 물이 안 나오면 손잡이를 힘으로 돌리지 마세요. 플라스틱 부품이나 내부 축이 부러질 수 있습니다. 노출된 부분을 녹여야 한다면 뜨거운 물을 한꺼번에 붓거나 토치를 대지 말고, 미지근한 열로 천천히 다뤄야 합니다. 전기기구와 젖은 바닥이 가까우면 직접 시도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얼음이 풀린 뒤에는 수도꼭지와 배관 주변에서 새는 곳이 없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교체가 나은 경우와 기사에게 맡길 경우
겉에 나사로 연결된 수도꼭지에서만 물이 새고 급수 차단 밸브가 확실히 잠긴다면, 패킹 교체나 수도꼭지 교체로 끝날 수 있습니다. 반면 벽 속 연결부가 흔들리거나 수도꼭지를 잠가도 벽 안에서 물소리가 나면 분해하지 마세요. 오래된 배관은 수도꼭지를 비트는 순간 안쪽 나사산까지 깨질 수 있습니다. 누수 위치를 먼저 찾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비용은 접근 쉬운 수도꼭지의 간단한 수리라면 대략 4만~8만 원, 제품을 포함한 교체는 6만~15만 원 정도를 예상하면 됩니다. 벽 속 연결부나 배관을 손봐야 하면 15만 원을 넘기기 쉽고, 벽을 열어야 하는 작업은 현장을 보기 전까지 금액을 못 박기 어렵습니다. 출장비가 포함된 견적인지, 부품값과 벽 복구비가 별도인지 먼저 물어보세요.
몇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얼었다면 새 수도꼭지만 계속 다는 건 아깝습니다. 배관이 외벽을 따라 길게 드러났는지, 계량기함으로 찬바람이 들어오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반대로 수도꼭지 몸체가 갈라졌거나 잠가도 물이 새는 제품은 수리비를 들여 붙잡기보다 교체하는 편이 낫습니다. 제 경험엔 겨울 수리비를 줄이는 첫걸음이 비싼 제품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물이 어디에 남아 얼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