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24평 아파트 거주청소 견적 두 장을 봤는데, 한쪽이 다른 쪽보다 거의 두 배 비쌌습니다. 처음엔 비싼 업체가 과하게 부른 것 같았죠. 그런데 싼 견적은 바닥과 가구 겉면 위주였고, 비싼 견적에는 주방 수납장 내부와 가구 이동까지 들어 있었습니다. 거주청소가격은 총액만 나란히 놓으면 이렇게 판단을 그르치기 쉽습니다.
평당 가격을 보기 전에 청소 종류부터 맞추세요
거주청소는 사람이 살고 짐이 놓인 상태에서 하는 청소입니다. 빈집에서 하는 입주청소와도 다르고, 정해진 시간 동안 눈에 보이는 곳을 닦는 가사 서비스와도 다릅니다. 같은 ‘거주청소’라는 이름으로 기본 청소, 전체 대청소, 수납장 내부 청소까지 섞여 팔리니 이름만 보고 비교하면 안 됩니다.
실제 공개된 업체 요금표에도 기본 거주청소는 평당 5천~1만 원, 짐이 있는 집의 전체 대청소는 24평 이상 기준 평당 1만7천~2만3천 원처럼 큰 차이가 납니다. 24평에 단순히 곱하면 각각 12만~24만 원과 40만8천~55만2천 원입니다. 이 숫자는 전국 평균 시세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작업 범위를 같은 평수로 계산했을 때 가격 차이가 얼마나 커지는지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견적을 요청할 때는 ‘24평 거주청소 얼마인가요’보다 ‘24평, 방 3개와 욕실 2개, 주방 기름때 있음, 수납장 내부 제외, 가구 이동 없음’처럼 조건을 먼저 적는 편이 낫습니다. 같은 내용을 두세 곳에 보내야 답변도 비교할 수 있습니다. 실제 작업 면적을 공급면적으로 계산하는지, 전용면적으로 계산하는지도 확인하세요. 기준이 다르면 평당 단가가 같아도 총액이 달라집니다.
견적서에는 구역과 작업을 따로 적어야 합니다
제가 먼저 보는 건 ‘전체 청소’라는 말이 아니라 구역별 작업 내용입니다. 거실은 바닥과 문틀, 주방은 싱크대 외부와 후드 겉면, 욕실은 변기와 배수구처럼 적혀 있어야 합니다. ‘주방 포함’이라고만 쓰면 수납장 안쪽이나 후드 내부까지 기대하기 쉽지만, 업체는 겉면만 뜻했을 수 있습니다.
- 창문은 실내 유리와 창틀만인지, 손이 닿기 어려운 외창까지인지
- 주방은 수납장 안쪽, 후드 내부, 냉장고 안쪽을 각각 포함하는지
- 욕실은 배수구 분리 세척, 실리콘 곰팡이, 심한 물때 제거를 어디까지 하는지
- 가구와 가전은 옮겨서 뒤를 닦는지, 보이는 면만 닦는지
- 발코니와 실외기실, 붙박이장 안쪽이 작업 구역인지
이 다섯 줄만 서로 맞춰도 싼 견적의 빈칸이 꽤 드러납니다. 특히 거주 중인 집은 물건을 꺼내고 다시 넣는 시간이 듭니다. 수납장 안을 청소하려면 누가 물건을 비울지 정해야 하고, 무거운 가구를 옮긴다면 파손 책임도 확인해야 합니다. 업체가 작업 전에 집주인에게 짐을 치워 달라고 하는 조건이라면, 그 시간까지 생각해서 가격을 봐야 합니다.
현장 추가금은 사유와 금액을 미리 받으세요
추가금이 붙는 지점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심한 곰팡이, 오래된 기름때, 반려동물 털과 냄새, 폐기물 처리, 가전 내부, 높은 외창입니다. 문제는 추가 작업 자체보다 ‘현장에서 보고 결정’이라는 빈칸입니다. 그 말만 듣고 예약하면 작업 당일에 거절하기가 어렵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2023년부터 2026년 1분기까지 접수한 청소·하수도위생 서비스 피해구제 1,204건 중 292건은 추가 비용 요구와 관련됐습니다. 이 수치는 거주청소만의 통계는 아니지만, 현장 추가금이 드문 예외는 아니라는 점은 보여줍니다. 사전에 분진이 많다고 알렸는데도 청소 당일 오염을 이유로 30만 원을 더 요구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사진을 보낼 때는 방 전체만 찍지 말고 주방 후드, 욕실 실리콘, 창틀, 발코니 바닥처럼 오염이 심한 곳을 가까이서 찍어 보내세요. 그다음 ‘이 상태에서 추가금이 생기는 항목과 항목별 금액을 적어 달라’고 요청합니다. 현장을 봐야 금액을 확정할 수 있다면 방문 견적을 받거나, 적어도 추가 작업 전 설명과 동의를 받는 조건을 문자로 남겨야 합니다. 주차비·출장비·세제비·폐기물 처리비가 총액에 포함되는지도 함께 묻고요.
예를 들어 30만 원 견적에 욕실 곰팡이 제거 8만 원과 냉장고 내부 5만 원이 추가될 수 있다면, 비교할 가격은 30만 원 한 줄이 아닙니다. 필요한 작업을 넣은 43만 원과 다른 업체의 포함 견적을 비교해야 합니다. 반대로 곰팡이 제거가 필요 없는데 비싼 묶음 상품을 고를 이유도 없습니다.
작업 전후 기록과 재방문 조건까지 확인하세요
예약 전에는 날짜와 시작 시각, 투입 인원, 예상 작업 시간, 포함·제외 구역, 총액, 추가금 승인 방식, 취소 조건을 한 장의 견적서나 메시지에 모아 두세요. 사업자 정보와 실제 작업팀 연락처도 받아 두는 편이 좋습니다. 중개 서비스를 통해 예약했다면 문제가 생겼을 때 작업 업체와 중개 서비스 중 어디에 먼저 연락해야 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청소가 끝나면 잔금을 보내기 전에 함께 둘러보는 게 좋습니다. 창틀 모서리, 욕실 배수구 주변, 싱크대 아래처럼 처음 합의한 구역을 확인하고 빠진 곳은 현장에서 바로 짚으세요. 못 닦은 부분이 있다면 사진을 찍고 ‘계약한 욕실 배수구 청소가 빠졌으니 언제 다시 작업할 수 있는지 알려 달라’처럼 장소와 요구를 구체적으로 남깁니다. 재방문 가능 기간과 비용 부담도 예약 전에 확인해 두면 대화가 훨씬 짧아집니다.
파손이나 미이행으로 다툼이 생기면 견적서, 대화 내용, 결제 내역, 작업 전후 사진을 모아 업체에 먼저 보완 작업이나 비용 조정을 요구하세요. 해결되지 않으면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가 견적을 볼 때 끝까지 붙잡는 건 평당 몇 천 원 차이보다 이겁니다. 돈을 내고 실제로 받을 작업이 어디까지인지, 그 경계가 글로 남아 있는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