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상담실에서 한 산모가 아기 엉덩이 사진을 보여주며 물었어요. “제가 기저귀를 늦게 갈아서 이렇게 된 걸까요?”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8년 동안 산모들을 만나면서도 기저귀 발진을 부모의 부주의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걸 자주 봤습니다. 묽은 변을 자주 보는 날, 기저귀가 피부에 쓸리는 날, 물티슈가 유난히 따갑게 느껴지는 날에도 생길 수 있거든요. 빨개진 피부를 발견했다면 먼저 죄책감보다 아기가 지금 얼마나 불편한지 살피는 게 좋습니다.
붉어진 자리를 먼저 살펴보세요
흔한 자극성 기저귀 발진은 소변이나 대변이 닿고 기저귀와 마찰하는 부위가 붉어집니다. 기저귀를 갈 때 피부가 분홍빛이고 아기가 평소처럼 지낸다면 집에서 관리하며 변화를 볼 수 있어요. 반대로 피부가 벗겨져 닿기만 해도 울거나, 붉은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면 같은 발진이라도 더 주의해서 봐야 합니다.
최근 설사를 했는지, 새 물티슈나 크림으로 바꿨는지도 떠올려 보세요. 대변을 자주 보면 피부가 자극받을 기회도 늘어납니다. 새 제품을 쓴 뒤 그 제품이 닿은 자리마다 붉어졌다면 성분이 맞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요. 그렇다고 기저귀, 세제, 물티슈를 한꺼번에 모두 바꾸면 무엇이 영향을 줬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바꾼 물건이 있다면 우선 그 제품부터 살피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기저귀를 갈 때는 씻는 방식부터 바꿔요
발진이 생긴 날에는 대변을 본 기저귀를 가능한 한 빨리 갈아주세요. 소변으로 젖은 기저귀도 오래 두지 않는 게 좋습니다. 몇 시간마다 반드시 갈아야 한다는 숫자에 매달리기보다, 젖었는지와 아기 피부 상태를 보고 갈아주는 쪽이 편해요. 특히 설사 중이라면 갈아주는 횟수가 평소보다 늘 수밖에 없습니다.
닦을 때는 미지근한 물과 부드러운 천을 쓰거나, 향과 알코올이 없는 물티슈를 고르세요. 피부가 많이 헐었다면 물티슈로 여러 번 문지르는 것보다 물로 살살 씻어내는 편이 덜 따가울 수 있습니다. 씻은 뒤에는 수건을 누르듯 대서 물기를 없애고, 피부가 마른 다음 기저귀를 채웁니다. 주름 사이에 남은 대변은 부드럽게 씻되 빨개진 곳을 박박 문질러 없애려 하지는 마세요.
가능하다면 방수 패드를 깔고 잠깐 기저귀를 벗겨두는 것도 좋습니다. 아기가 움직이거나 집이 추워서 어렵다면 억지로 오래 벗겨둘 필요는 없어요. 기저귀를 너무 꽉 조이지 않고, 젖었을 때 흡수가 잘되는 제품을 쓰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덜 축축해질 수 있습니다. 천 기저귀를 쓴다면 자주 갈고 세제가 남지 않도록 충분히 헹구는 일이 중요합니다.
크림은 필요한 것부터 하나씩 쓰면 됩니다
“발진 크림을 종류별로 사야 하나요?”라는 질문도 자주 받아요. 대개는 여러 제품보다 피부를 깨끗하고 건조하게 관리하면서 보호막 역할을 하는 크림 하나를 알맞게 쓰는 일이 먼저입니다. 붉은 부위에는 산화아연 성분의 기저귀 크림처럼 피부와 소변·대변 사이에 막을 만들어 주는 제품을 사용할 수 있어요. 제품 설명에 맞춰 바르고, 기저귀를 갈 때마다 남은 크림을 힘주어 전부 닦아낼 필요는 없습니다. 대변으로 더러워진 부분을 부드럽게 닦은 뒤 다시 덧바르면 됩니다.
베이비파우더, 향이 강한 로션, 소독 크림은 발진을 빨리 낫게 하려고 일부러 살 필요가 없습니다. 비누나 거품 목욕 제품으로 자주 씻는 것도 따가운 피부에는 부담이 될 수 있어요. 항생제 연고나 스테로이드 크림 역시 빨갛다는 이유만으로 임의로 바르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원인에 따라 필요한 약이 다르고, 영아 피부에 쓰는 기간도 확인해야 하니까요.
저는 출산 준비물 상담에서도 발진 크림을 여러 통 미리 쟁여두라고 권하지 않습니다. 아기마다 맞는 제품과 실제로 쓰는 양이 다릅니다. 우선 한 가지를 준비하고, 발진이 생겼을 때 씻기고 말리고 보호하는 순서를 익혀두는 편이 남는 물건도 적어요.
이럴 때는 소아청소년과에서 확인받으세요
집에서 관리해도 2~3일 사이에 나아지지 않거나 점점 심해진다면 진료를 받아보세요. 피부 주름까지 선명하게 붉고 가장자리에 작은 붉은 점들이 퍼져 있으면 곰팡이 감염이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 항생제를 먹은 뒤 이런 모양의 발진이 생겼다면 의료진에게 그 사실도 알려주세요. 겉모습만 보고 보호자가 항진균제를 골라 바르기보다 진찰을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물집, 고름, 진물, 노란 딱지가 보이거나 피부가 심하게 벗겨졌을 때도 진료가 필요합니다. 열이 나거나 아기가 많이 아파하고 달래기 어려울 때는 기다리지 말고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특히 생후 1개월 미만 아기에게 물집이나 감염이 의심되는 변화가 보인다면 빠르게 확인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진료를 갈 때 처음 붉어진 날, 대변 횟수 변화, 새로 쓴 제품을 함께 말하면 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기저귀 발진은 잘 돌보는 집에서도 생깁니다. 아기 피부가 편안해지는 방향으로 한 번에 한 가지씩 바꿔보고, 낫지 않거나 아기가 힘들어하면 진료의 도움을 받으면 됩니다. 준비물을 더 사는 일보다 매번 부드럽게 갈아주는 손길이 먼저인 날이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