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입찰을 검토하던 주택에서 재산세 체납 표시를 봤습니다. 금액보다 먼저 눈이 간 건 임차인의 전입일과 확정일자였습니다. 경매를 처음 보는 분은 등기부에 적힌 근저당부터 계산하기 쉬운데, 배당에 들어올 세금은 등기부만으로 다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이 날짜들을 확인하기 전에는 입찰가를 적지 않습니다.
재산세가 붙은 집은 날짜를 한 번 더 본다
당해세는 경매로 팔리는 바로 그 재산에 부과된 세금입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당해세 재산세는 그 집이나 토지에 부과된 재산세를 뜻합니다. 집주인이 다른 부동산 때문에 체납한 재산세까지 이 물건의 당해세가 되는 건 아닙니다. 재산세에 붙는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와 지방교육세도 함께 확인할 항목입니다.
원래 당해세는 그 재산의 매각대금에서 강한 우선권을 가집니다. 그래서 오래된 근저당이 먼저 설정됐다는 이유만으로 재산세를 뒤로 밀어 계산하면 위험합니다. 다만 주택 임차인의 보증금에는 중요한 예외가 생겼습니다.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라면, 확정일자보다 법정기일이 늦은 해당 재산의 재산세 등에 대해 세금이 받을 순서에서 대신 변제받을 수 있습니다. 지방세기본법 제71조에 있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법정기일은 재산세의 과세기준일이나 납부기한과 같은 말이 아닙니다. 재산세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세액을 결정해 고지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납세고지서를 발송한 날을 봅니다. 6월 1일에 누가 소유했는지 확인하는 일과, 경매 배당에서 어느 권리가 앞서는지 따지는 일은 서로 다른 계산입니다.
숫자를 바꾸니 보증금 회수액이 달라졌다
실제 물건을 단순화한 가상의 숫자로 보겠습니다. 매각대금이 1억 8천만 원이고 경매 비용이 300만 원이라고 가정합니다. 먼저 설정된 근저당의 실제 배당액이 1억 원, 그 뒤에 들어온 임차인의 보증금이 9천만 원, 해당 집의 미납 재산세 등이 600만 원입니다. 다른 채권과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문제는 없다고 놓겠습니다.
비용과 근저당을 빼면 7,700만 원이 남습니다. 임차인이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췄고, 재산세 등의 법정기일이 그 확정일자보다 늦다면 임차인은 세금보다 앞선 순서에서 최대 7,700만 원을 받는 계산이 가능합니다. 그래도 보증금 1,300만 원은 부족합니다. 반대로 세금의 법정기일이 먼저라면, 이 단순한 가정에서는 세금 600만 원을 먼저 배당하고 임차인 몫은 7,100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제가 이 계산에서 강조하는 건 600만 원 차이보다 앞선 근저당 1억 원입니다. 임차인의 보호 규정이 생겼다고 그 근저당의 순서까지 뒤집히지는 않습니다. 또 임차인이 세금보다 앞서 받는 금액에도 원래 세금이 우선 징수할 수 있었던 액수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확정일자만 빠르면 보증금 전액이 안전하다’고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입찰 전에는 등기부 밖의 서류를 본다
입찰표를 쓰기 전에 저는 등기사항증명서로 근저당과 압류의 날짜를 적고, 매각물건명세서와 현황조사서에서 점유자와 임대차 내용을 대조합니다. 임차인의 전입일, 확정일자, 배당요구 여부도 따로 봅니다. 서류끼리 보증금이나 점유 내용이 다르면 현장과 법원 기록을 더 확인할 이유가 생긴 겁니다.
- 재산세가 이 경매 물건 자체에 부과된 것인지 확인합니다.
- 체납액에 붙은 가산분과 다른 세목을 섞어 적지 않습니다.
- 재산세의 법정기일과 임차인의 대항요건·확정일자를 구분해 적습니다.
- 교부청구 내역을 확인하고, 세액이나 날짜가 불명확하면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법원 기록에서 확인 가능한 범위를 점검합니다.
매각물건명세서에 세금 액수가 보이지 않는다고 체납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교부청구가 들어와도 입찰자가 기대한 액수와 실제 배당액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확인되지 않은 금액을 0원으로 놓고 수익률을 계산하지 않습니다. 금액이 끝내 불분명하면 입찰가에 여유를 두거나 물건을 넘깁니다.
배당에서 못 받은 돈은 명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낙찰자가 전 소유자의 재산세 체납액을 무조건 자기 돈으로 납부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배당 순서가 바뀌면 임차인이 돌려받는 보증금과 명도 협의가 달라집니다. 특히 선순위 대항력 있는 임차인은 배당으로 보증금을 전부 받지 못했을 때 남은 보증금이 매수인에게 인수되는지까지 따져야 합니다. 이 부분을 빼고 낙찰가만 낮다고 좋아하면 잔금 치른 뒤 계산이 꼬입니다.
반면 앞선 근저당 때문에 대항력을 주장할 수 없는 후순위 임차인은 보증금 일부를 못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낙찰자에게 그 부족분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미배당 1,300만 원’이라도 권리 순서에 따라 낙찰자의 부담은 달라집니다. 명도비, 취득 관련 세금, 대출 이자까지 더하면 처음 생각한 수익은 더 얇아집니다.
저는 세금이 보이면 일단 날짜와 물건을 나눠 적습니다. 어느 집에 부과된 재산세인지, 임차인이 언제 권리를 갖췄는지, 앞에 있는 담보권이 얼마를 가져가는지. 그 세 줄이 확인되지 않는 물건에는 싼 최저가도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