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겨울 롯데의 캠프 명단을 보다가 투수 두 명의 이름이 빠진 데서 눈이 멈췄다. 김원중과 최준용. 경기 막판을 맡던 두 선수가 함께 빠지자 지난 시즌의 세이브와 홀드 숫자가 새삼 다르게 보였다. 다만 이 소식은 2026시즌 내내 두 선수가 없다는 뜻이 아니었다. 1월 대만 타이난 1차 스프링캠프에 동행하지 못한 이야기다.
1차 캠프에서 빠진 두 팔
김원중은 2025년 12월 말 이동 중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쪽 늑골에 미세 골절상을 입었다. 최준용은 시즌 준비 훈련 중 오른쪽 늑골 부위에 염좌가 생겼다. 부상 경위는 서로 다르지만, 공을 던질 몸을 만드는 시기에 계획을 바꿔야 했다는 점은 같았다. 투수에게 캠프는 투구 수와 강도를 조금씩 올리며 실전 감각을 찾는 기간이다. 그래서 1차 캠프 제외 소식은 개막전 출전 여부보다도 준비 일정이 얼마나 밀릴지에 관심을 모았다.
당시 보도에는 1차 캠프 도중 합류 가능성도 언급됐다. 실제로 두 선수는 2월에 발표된 일본 미야자키 2차 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월의 ‘제외’를 시즌 전체의 이탈로 읽으면 흐름을 놓치게 되는 이유다. 명단 복귀 역시 곧바로 실전 등판을 뜻하지는 않았다. 몸 상태를 확인하고 투구 단계를 밟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32세이브와 17홀드가 말하는 역할
2025년 김원중은 53경기에서 60⅔이닝을 던지며 32세이브, 평균자책점 2.67을 기록했다. 팀이 앞선 채 마지막 이닝에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카드였다. 32세이브는 한 시즌 동안 그가 맡은 뒷문의 무게를 보여 준다. 사고 소식에 롯데 팬들이 민감했던 것도 단순히 유명 선수 한 명이 캠프에 빠져서가 아니다.
최준용은 같은 시즌 49경기, 54⅓이닝, 17홀드와 평균자책점 5.30을 남겼다. 평균자책점만 보면 김원중과 차이가 크다. 그렇다고 17홀드를 지울 수는 없다. 홀드는 앞선 경기를 이어받아 리드를 다음 투수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쌓인다. 최준용은 2025년 5월 어깨 부상에서 돌아온 뒤 그 연결 구간을 맡았다. 두 기록을 나란히 놓으면 한 명은 마지막 문을, 다른 한 명은 그 문 앞의 시간을 책임졌다는 그림이 나온다.
한 이닝의 공백은 앞 이닝으로 번진다
불펜은 아홉 번째 이닝 담당자만 정하면 끝나는 구조가 아니다. 김원중의 준비가 늦어지면 누가 마지막 이닝을 맡을지 정해야 하고, 그 투수가 원래 던지던 8회에는 또 다른 팔이 필요하다. 최준용까지 같은 시기에 빠져 있으면 선택지는 더 좁아진다. 선발투수가 6회에 내려온 접전이라면 남은 3이닝을 어떤 순서로 넘길지가 바로 경기 운영의 문제가 된다.
그 부담을 떠올리게 한 장면이 2025년 7월 두산전이다. 당시 김원중이 어깨 불편으로 등판하지 못한 경기에서 롯데는 불펜 투수 7명을 쓰고도 5대 8로 역전패했다. 한 경기 결과만으로 특정 선수의 빈자리가 패인을 전부 설명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뒤 이닝의 배치가 달라질 때 앞 이닝의 교체 판단까지 복잡해진다는 점은 선명했다. 2026년 1월 두 선수의 캠프 제외 소식이 불안하게 들린 배경에도 이런 기억이 있었다.
복귀 명단 다음에 봐야 할 장면
3월 시범경기를 앞두고 김태형 감독은 최준용에게 3차례, 김원중에게 2차례 등판 기회를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겨울에 멈춘 준비가 다시 실전으로 이어지는 단계였다. 당시 신인 박정민도 시범경기 초반 3경기에서 2⅓이닝 무실점, 1세이브와 1홀드를 기록하며 필승조 후보로 거론됐다. 기존 두 투수의 복귀 속도와 새 카드의 가능성을 함께 살펴야 했던 셈이다.
내가 이 흐름에서 눈여겨보는 숫자는 세이브 하나만이 아니다. 최준용이 어느 상황에서 첫 타자를 만나는지, 김원중 앞에 몇 명의 투수가 필요한지, 접전이 이어질 때 같은 팔을 얼마나 자주 쓰는지가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1월의 캠프 명단은 걱정을 만들었고 2월의 합류 명단은 그 걱정을 덜었다. 불펜의 진짜 모습은 결국 시즌 내내 이어진 그런 작은 선택들에서 드러난다.
